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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장인의 자격KOSDAQ의재.도.약하늘이 허락한 쪽빛 인생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염색장 ‘정관채’글. 김미선 자유기고가오로지 어제보다 오늘 더 아름다운 쪽빛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으로 쪽과 함께해 온 35여 년이 넘는 세월. 쪽빛 바다, 쪽빛 하늘…, 자연을 머금은 쪽빛과의 운명 같은 만남은 어느새 정관채 씨의 삶을 쪽빛으로 물들여 놓았다. 쪽염색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끊임없이 물들이고 또 물들이며 살아온 진정한 장인, 염색장 정관채 씨의 삶을 들여다보았다.스승에게 받은 쪽씨가 인생을 바꾸다한때 쪽염색이 가장 활발했던 나주에서 쪽염색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염색장 정관채 씨.목포대 미대 재학 시절, 미술학도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던 그의 손에 쪽씨가 건네진 것은 운명을 넘어선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5 한국전쟁을 전후로 산업화의 바람과 함께합성염료가 등장하면서 수천 년을 넘게 이어온 우리나라 전통의 쪽염색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민속학자 예용해 선생은 자신의 제자인 목포대 미대 박복규 교수에게 어렵게 구한 쪽씨를 전했다. 그리고 박복규 교수는 제자인 정관채 씨에게 쪽염색을되살려 달라는 말과 함께 쪽씨를 건넸다.“당시 염색을 가르치시던 박복규 교수님이 학생들 주소를 보시고는 나주 샛골 출신의 저에게씨앗을 넘겨주셨어요. 그 순간, 젊은 생각에도 이 일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왜? 농부아들이니 농사를 지어야 하고 미술대학도 다니고…. 그렇게 해서 1978년부터 쪽쟁이 길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그렇게 쪽씨를 받아든 순간, 그의 인생은 쪽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절, 대학까지 간 아들이 힘든 염색을 하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가 심한 건 당연지사. 그래도 쪽염색에 대한 강한 소명감으로 자신의 이름과 삶을 걸고 쪽쟁이가 되겠다는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이 힘든 일,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는가쪽농사는 일 년 내내 쉴 수 있는 날이 없을 만큼 손이 많이 가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합성염료의 등장과 함께 쪽염색이 사라진 것도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방법으로 염료를 추출하는것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고, 까다롭고, 힘들기 때문이다.“쪽을 재배하다 보니 엄청 힘든 거예요. 나만 아니라 온 식구가 매달려야 하고요. 한 10년 정도 했을 때, 대나무에 마디가 있듯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더라고요. 그때마다 이렇게힘들어서 사람들이 안 하는구나.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냐는 생각으로 쪽물에 손을 담갔죠.”그도 그럴 것이 주로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쪽나무는 가장 더운 삼복더위에 수확해야 좋은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남들이 정자에 앉아서 부채질하면서도 덥다고 노래 부를 때 숨이막히도록 일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 일을 하다 쓰러지기도 여러 번. 항아리에서 쪽을 꺼내다힘이 부쳐서 꼬꾸라지는 것도 예사지만 그때를 놓치면 좋은 색이 안 나오기에 링거를 맞아가면서까지 쉬지 않고 쪽빛을 만들어냈다.하나부터 열까지 전통염색방식을 고집하는 정관채 씨가 쪽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가히 헌신에 가깝다. 먼저, 가마에 불을 지피고 굴 껍질과 장작을 번갈아가며 가마 속을 채운 후 12시간이상 구워낸다. 그것을 항아리 속에 넣어두고 보름 후 열어 보면 고운 석회가루로 변한다. 그 다음 갓 수확한 쪽풀을 맑은 물로 씻은 후 항아리에 가득 쪽을 채우고 무거운 돌로 위를 눌러놓는다. 그렇게 해서 우러나온 쪽물에 석회가루를 탄 물을 넣는다. 녹색을 띤 쪽물은 석회가루를 만나 그 색이 점점 다양해지고, 하루가 지나면 얼굴을 비출 만큼 연한 갈색의 물로 변한다. 갈색의윗물은 버리고 남은 쪽침전물은 쪽대를 태워 만든 잿물과 섞는다. 그때 가득 차오른 거품은 보랏빛을 머금은 쪽빛을 띤다. 마지막으로 물의 온도를 25~30도로 유지하며 보름 정도 발효시킨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쪽물에 담긴 천은 공기 중에 나오면서 마침내 감추어온 쪽빛을 토해낸다. 이처럼 쪽색은 자연염료에 화학적 변화를 거쳐 살아 있는 미생물의 발효작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것은 물론, 다른 색과 달리 자연에서 바로 재현할 수 없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수많은 과정 중 어느 한 과정이라도 실패하면 한 해의 쪽농사를 다 망치게 돼요. 또, 정갈한마음으로 작업을 해야 좋은 쪽빛이 나와요.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지죠.자연의 섭리대로 순리대로 거짓 없이 했을 때 좋은 색이 나오죠.”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옷을 입히기 위해정관채 씨가 쉬지 않고 쪽염색에 매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머니에게 있다. 그에게 전통 쪽염색법을 전수해주었던 어머니가 그의 쪽농사를 돕다 쪽밭에서 돌아가신 것. 아들이 최연소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못보고 돌아가신 게 정관채 씨는 두고두고 안타까울 뿐이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아내가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지난 2001년 44세의 나이로 최연소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후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쪽염색을 되살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쪽염색을대중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자신과 같은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해서 문화가 아니라,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에 맞는 새로운문화를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라고 얘기하는정관채 씨. 그런 그의 꿈은 세계와 맞닿아 있다.“앞으로 세계적인 명품 쪽바지를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의 옷을 입히고 싶습니다.”오늘날 ‘대한민국 염색의 꽃은 쪽, 쪽염색은 정관채’라는 등식을 만든 염색장 정관채 씨. 쪽염색에 대한 변하지 않는 열정과 자연을 닮은 마음을 가진 그의 이름에 ‘세계 최고의 염색장 정관채’라는 수식어가 붙을 날이 머지않았다.662013 June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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