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21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책을 바탕으로 골렘 형상을 만들어 인간을 창조했다는 견해를 지지했다. 창조의 서
( 書 )에 대한 주석서를 토대로 골렘창조는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서 중요한 제의적
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골렘의식에 참여하는 비술가들은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깨
끗한 흙을 흐르는 물에 개어 진흙형상을 만든 후, 22개의 히브리어 알파벳을 특별한
방식으로 조합하고 낭송하면서 진흙신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유대교 전통에서 언
어는 곧 하나님의 신성함이 담긴 기호체계로 이해되었으며, 이러한 언어의 조합을 통
해 인간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보았다. 8) 이처럼 골렘의식에서 골렘창조는 하나님의
인간창조를 재현하는 기능을 하였으며, 12, 13세기까지 골렘창조는 언어를 통해 정신
적인 부활을 체험하게 하는 신성한 제의를 의미하였다.
그러나 15, 16세기 근대에 들어오면서 골렘창조에 내포되었던 제의적인 의미는 사
라지고, 골렘은 전설의 형태로 변형되어 민간들 사이에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민간전
설에서 골렘은 더 이상 신비로운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의 하
인으로 인식되었다. 이처럼 민간전설에서 골렘이 인간의 하인으로 간주되었던 까닭
은 중세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자동인형 전설, 연금술, 마술 등과 같은 이야기가 골렘
창조에 덧붙여지면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9)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면서 골렘창조
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세속적인 의미로 그 성격이 변화되었다.
근대부터 민간들 사이에 전파되었던 골렘 전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
는데, 하나는 폴란드 쉘름 Chelm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체코 프라하 전설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골렘 전설은 모두 16세기에 활동했던 랍비들을 다루고 있는데, 폴란
드 쉘름 전설은 랍비 엘리야후 발쉠 Elijahu Baalschem에 관한 이야기이며, 체코 프
라하 전설은 랍비 뢰브 Löw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선, 폴란드 골렘 전설에 관한 내
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0) 폴란드 전설에서 골렘은 아교나 점토로 만들어졌으며,
하느님을 뜻하는 ‘쉠 하메포라쉬 Schem Hamephorasch’라는 문자를 통해 생기를 부
여받았다. 골렘은 비록 말은 하지 못했지만, 인간의 말과 명령을 이해했으며 인간의
7) Mraćek, Wenzel: Simulierte Körper. Vom künstlichen zum virtuellen Menschen. Köln: Böhlau 2004.
S. 29.
8) Volker, Klaus: Nachwort. In: Künstliche Menschen. Über Golems, Homunculi, Androiden und
lebende Statuen. Hg. von Klaus Volker. Frankfurt/M.: Suhrkamp 1994. S. 425-496, hier S. 431.
9) Ebd., S. 434f.
10) Ebd., S. 435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