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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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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도구이며, 이로써 인간을 돕는 하인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현대 로봇에서 관<br />

찰되는 이러한 측면은 특히 미국의 사이언스픽션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Isaac<br />

Asimov가 제시한 ‘로봇 3법칙’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br />

봇 3법칙’ 가운데 제2법칙은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밝히<br />

고 있다. 아시모프의 ‘로봇 3법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로봇제작기술에 활용되고 있<br />

다. 둘째, 로봇과 골렘은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경계적 존재라는 점이<br />

다. 베게너의 골렘은 언제든지 살 수도, 또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는데, 이때 삶과 죽<br />

음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와 유사하게 현대<br />

로봇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줌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로봇에 부<br />

착된 전기코드는 골렘의 가슴에 달린 생명의 부적과도 같은 것이다. 셋째, 골렘과 마<br />

찬가지로 로봇은 자기진화를 통해 언제든지 인간에게 반항하는 존재로 변화될 수 있<br />

다는 점이다. 베게너의 골렘이 자기진화를 통해 창조자에게 반항심을 보였던 것처럼,<br />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로봇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인간의 명령에<br />

무조건 복종하는 로봇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br />

베게너의 골렘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처럼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아<br />

닌 비인간적 존재로 취급되었다. 이와 비교해서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기<br />

술에 힘입어 베게너의 골렘과는 달리 사고와 언어능력이 가능한 ‘생각하는 기계’로<br />

제시되고 있으며, 이로써 인간과 로봇 사이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하게 되고 있다.<br />

계몽주의 이래로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한 속성으로 제시되어온 정신능력은 이제 더<br />

이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특성은 아니다. 언어능력이 결여된 골렘과는 달리 인간처<br />

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더 나아가 감정을 지닌 로봇이 제작될 경우, 우리는 과<br />

연 로봇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과 연관<br />

해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로봇은 인간에게 있어서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로<br />

봇의 존재론에 관한 물음이다.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베게너의 골렘과 마찬가지로<br />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인 성<br />

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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