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22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웃으면서 그녀를 안아 올린다. 그러나 소녀가 그의 가슴에 부착된 생명의 부적을 빼
내자, 골렘은 다시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간다. 육각형의 다비드별은 골렘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신기한 장난감과도 같은 것이며, 진흙덩어리로
변한 골렘의 몸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이용된다. 골렘은 그의 창조자로
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된 삶을 추구하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생존방식의 한
계로 인해 결국 파멸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베게너의 골
렘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괴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의해 파멸당하는 비극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영화에서 골렘의 폭력성이 근본적으로 골렘 자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를 ‘목적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에 대한 분노
로부터 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프라하 전설과는 다른 영화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민간전설에서 베게너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골렘의 묘사방식에 있어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째, 골렘은 언제나 인간의 하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민간전설과 마찬가지로 베게
너의 영화에서 골렘은 장작패기, 물 깃기, 장보기 등 랍비 뢰브의 온갖 집안일을 도
맡아 하는 하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로써 랍비와 골렘의 관계는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를 넘어서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제시되고 있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골렘이 이처럼 인간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게르숌
숄렘은 골렘이 하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중세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자동인형 모티
브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 중세 때부터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특히
고대 그리스 작가인 루치안 Lukian von Samasata이 쓴 거짓말쟁이 친구 혹은 불신
자 Der Lügenfreund oder Der Ungläubige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루치안의
작품에는 빗자루 위에 옷을 걸어놓고 주문을 외면, 빗자루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하인의 역할을 했다는 기이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인이 필
요 없을 경우 다시 주문을 외면, 그는 다시 자신의 원래 모습인 빗자루로 되돌아갔
다. 루치안의 이와 같은 이야기는 근대부터 민간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골렘의 특성
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 골렘이 이처럼 하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23) Scholem, Gershom: Die Vorstellung vom Golem in ihren tellurischen und magischen Beziehungen.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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