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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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지르고 그의 딸을 이끌고 유대인 지역을 떠난다. 5막에서 골렘은 한 소녀의 천진난만<br />
한 실수로 인해 다시 원래의 모습인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간다.<br />
프라하 골렘 전설과는 달리, 베게너의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은 3막에서 골<br />
렘이 장미꽃 향기를 맡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장면이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br />
영화에서 골렘이 장미꽃 향기를 맡은 후 주위를 돌아보면서 슬픈 표정을 짓는 장면<br />
을 통해 잘 표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베게너는 그의 시나리오 대본에서 다음과 같이<br />
묘사하고 있다.<br />
그때 그 아가씨는 마치 그를 [골렘을] 친절히 대하기라도 하는 듯이 성급히 그녀가 들고 있<br />
던 장미꽃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골렘은 천천히 장미꽃을 받아들고 높이 쳐들어 꽃향<br />
기를 맡았다. 그가 그것을 내려놓자, 그의 모습은 조용한 슬픔에 잠겼는데, 이는 마치 불쌍<br />
한 피조물이 기쁨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모든 이들은<br />
여기에 삶과 죽음의 피안 저 너머, 또 다른 어두운 순환에서 나온 구원받지 못한 한 형상이<br />
서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짧은 숨결과도 같았다.<br />
Da streckte ihm das Fräulein mit raschem Entschluß die Rose entgegen, die sie in ihrer<br />
Hand hielt, wie um ihn freundlich zu stimmen. Und der Golem nahm langsam die Rose, hob<br />
sie empor und sog ihren Duft, und als er sie sinken ließ, war sein Bild in stiller Traurigkeit,<br />
und es war wie Sehnen einer armen Kreatur nach dem Leben mit seiner Freude und seinen<br />
Schmerzen. Und es spürten alle, daß hier ein unerlöstes Gebilde stand, jenseit von Leben und<br />
Tod, aus andern dunklen Kreisläufen. Es war wie ein kurzer Hauch aus anderen Welten. 21)<br />
여기서 골렘은 우연히 한 여인이 건네준 장미꽃 향기를 맡고 본능적으로 생존에<br />
대한 욕구를 갈망하며, 더 나아가 자신이 주변에 있는 인간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사<br />
실을 지각하게 된다. 장미축제에서 골렘은 비로소 후각을 통해 감각 및 지각작용의<br />
활성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골렘은 자신의 실존적 상태를 인식하게 되고, 급<br />
기야 자신을 창조한 랍비 뢰브에게 반항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4막에서 영화는<br />
3막과는 대조적으로 랍비 뢰브가 마법의 책을 읽는 장면을 통해 골렘이 반항하는 원<br />
인을 다음과 같은 삽입구를 통해 보여준다.<br />
21) Wegener, Paul: Der Golem, wie er in die Welt kam. Seine Geschichte in fünf Kapiteln. Berlin 1921.<br />
S. 46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