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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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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br />

-파울 베게너의 무성영화 에 나타난 인간창조의 현대적 재해석<br />

<strong>천현순</strong>(이화여대)<br />

1. 들어가는 말<br />

중세 연금술로 탄생된 호문쿨루스, 근대 자동시계 태엽으로 만들어진 자동인형,<br />

현대 공학기술로 제작된 인공지능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각 시대마다 그 시대의<br />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을 닮은 피조물들을 끊임없이 창조해 오고 있다. 인간<br />

의 자기창조에 대한 욕망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더 정교해지고 있음을 관찰할<br />

수 있다. 중세 호문쿨루스에서 현대 인공지능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왜 이처럼<br />

자신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들을 창조하는 것일까? 생물학 이론에 따르면, 생물은 본<br />

능적으로 자신을 닮은 존재를 만들어 보존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위해<br />

생식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기복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br />

드 도킨슨 Richard Dawkins은 이를 유전자의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킨슨에 따<br />

르면, 유전자를 몸속에 지니고 있는 생물들은 자신을 닮은 존재를 남기기 위해 온갖<br />

수단을 시도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생물 속에 들어있는 “이기적 유전자”때문이라<br />

는 것이다. 1)<br />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자기복제의 차원을<br />

넘어서서 이를 생물 외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시키려는 욕망을 끊임없이 추구해 오<br />

고 있다. 역사적으로 탄생된 호문쿨루스, 자동인형, 로봇, 안드로이드, 인공생명 등과<br />

같은 존재들이 이에 속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 인공지능기술, 복제기<br />

술, 유전자공학, 로봇공학 등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에 힘입어 인간은 외형적으로 자<br />

* 이 논문은 2007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br />

받아 연구되었음(NRF-2007-361-AL0015).<br />

1)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0.


21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신과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새로운 인간 종’을 만들어 내려는 욕망을 실현하고자<br />

한다. 2) 이를 통해 제기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피조물들은 과연 인간에게<br />

있어서 어떤 존재인가라는 존재론적인 물음이다. 즉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간의 피조<br />

물은 인간인가, 혹은 인간이 아닌가? 역으로 이러한 피조물의 창조는 인간이란 무엇<br />

이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br />

본고는 여기서 인간창조의 가장 오래된 형태에 속하는 골렘을 구체적인 실례로 들<br />

어 인간과 골렘 사이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골렘창조에<br />

대한 논의는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서 본격화되었으며, 이후 근대에는 민간전<br />

설로 유포되었다. 20세기 초 골렘은 문학이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인기 있는 소재<br />

로 차용되어 널리 보편화되기 시작하였다.<br />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독일의 영화감독 파울 베게너 Paul Wegener의 무성영<br />

화 (1920) 3)<br />

는 지금까지 크게 세 가지 시각으로 분석되어 왔다. 하나는 정치적인 시각인데, 지그<br />

프리트 크라카우어 Siegfried Kracauer는 그의 칼리가리에서 히틀러까지 Von<br />

Caligari zu Hitler(1947)에서 베게너의 영화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황제와 랍비 뢰브,<br />

즉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갈등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4) 또 다른 시각은 표현주의<br />

적 예술로서의 시각인데, 로테 아이스너 Lotte H. Eisner는 그녀의 마적 스크린 Die<br />

dämonische Leinwand(1955/1975)에서 빛의 효과 및 독특한 건축양식을 통해 베게너<br />

의 영화를 표현주의 영화의 전통선상에서 보고 있다. 5) 베게너의 영화에 대한 세 번<br />

째 시각은 호러영화로서의 관점인데, 게오르크 제슬렌 Georg Seeßlen과 페르난트 융<br />

Fernand Jung은 그들의 저서 호러: 호러영화의 역사와 신화 Horror: Geschichte und<br />

Mythologie des Horrorfilms(2006)에서 베게너의 을 마법을 통해 생명을 얻은<br />

진흙덩어리가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호러영화의 한 장르로서 파악하고 있다. 6)<br />

2) 현대 첨단 과학기술로 제작된 인공적 피조물과 생물학적 인간 사이의 유사성으로 인해 야기되는<br />

‘섬뜩한 감정’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유현주: 두려운 낯설음 – 프로이트, 호프<br />

만, 키틀러 그리고 언캐니 밸리. 실린 곳: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제23집(2010년 8월). 203-221쪽.<br />

3) 이하 (1920)으로 표기함.<br />

4) Kracauer, Siegfried: Von Caligari zu Hitler. Eine psychologische Geschichte des deutschen Films.<br />

Frankfurt/M.: Suhrkamp 1999. S. 121f.<br />

5) Eisner, Lotte H.: Die dämonische Leinwand. Frankfurt/M.: Kommunales Kino 1975. S. 50f.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15<br />

지금까지의 분석과는 달리, 본고는 골렘의 본질적인 특성에 초점을 두어 베게너의<br />

영화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21세기 현대에 들어와서 골렘 소재가<br />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로봇, 안드로이드, 인공<br />

생명 등과 같은 인조인간의 등장이 그 어느 시대보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br />

다. 과학기술의 급진적 발전에 따라 미래에는 로봇, 안드로이드, 인공생명 등과 같은<br />

인조인간의 출현이 더욱 보편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이들과 더불<br />

어 살아가야만 하는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본고는 따라서 포스<br />

트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인간과 골렘 사이의 경계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한다.<br />

이와 연관해서 본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골렘 소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br />

번째 부분에서는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서 현대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골렘창<br />

조의 의미가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이어 두 번<br />

째 부분에서는 파울 베게너의 영화에서 골렘 전설이 어떻게 차용되고 있으며, 여기서<br />

달라진 점과 공통점은 무엇인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연관해서 본고<br />

는 마지막 결론부분에서 골렘의 현대적 변형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의미에 대해 살펴<br />

보고, 이러한 인조인간의 창조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인문학<br />

적으로 성찰해 보고자 한다.<br />

2. 인간창조 및 골렘 전설<br />

‘골렘 Golem’은 원래 히브리어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덩어리 eine noch<br />

ungeformte Masse’를 말한다. 골렘이 인간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로서 언급되기 시작<br />

한 것은 대략 12세기말 유대교 신비주의자들이 성경의 창세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br />

계창조를 다룬 이론서인 창조의 서( 書 ) Buch der Schöpfung를 해석하면서부터이<br />

다. 7) 이들은 창조의 서( 書 )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아브라함이나 다른 현자들이 이<br />

6) Seeßlen, Georg/ Jung, Fernand: Horror: Geschichte und Mythologie des Horrorfilms. Marburg:<br />

Schüren 2006. S. 98-104. 1920년대 제작된 호러영화의 또 다른 특징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br />

하기 바란다. 이주봉: 표현주의 영화 에 나타난 공포의 미학. 실린 곳: 브레히트와 현<br />

대연극 제21집(2009년 8월). 303-325쪽.


21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책을 바탕으로 골렘 형상을 만들어 인간을 창조했다는 견해를 지지했다. 창조의 서<br />

( 書 )에 대한 주석서를 토대로 골렘창조는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서 중요한 제의적<br />

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골렘의식에 참여하는 비술가들은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깨<br />

끗한 흙을 흐르는 물에 개어 진흙형상을 만든 후, 22개의 히브리어 알파벳을 특별한<br />

방식으로 조합하고 낭송하면서 진흙신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유대교 전통에서 언<br />

어는 곧 하나님의 신성함이 담긴 기호체계로 이해되었으며, 이러한 언어의 조합을 통<br />

해 인간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보았다. 8) 이처럼 골렘의식에서 골렘창조는 하나님의<br />

인간창조를 재현하는 기능을 하였으며, 12, 13세기까지 골렘창조는 언어를 통해 정신<br />

적인 부활을 체험하게 하는 신성한 제의를 의미하였다.<br />

그러나 15, 16세기 근대에 들어오면서 골렘창조에 내포되었던 제의적인 의미는 사<br />

라지고, 골렘은 전설의 형태로 변형되어 민간들 사이에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민간전<br />

설에서 골렘은 더 이상 신비로운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의 하<br />

인으로 인식되었다. 이처럼 민간전설에서 골렘이 인간의 하인으로 간주되었던 까닭<br />

은 중세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자동인형 전설, 연금술, 마술 등과 같은 이야기가 골렘<br />

창조에 덧붙여지면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9)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면서 골렘창조<br />

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세속적인 의미로 그 성격이 변화되었다.<br />

근대부터 민간들 사이에 전파되었던 골렘 전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br />

는데, 하나는 폴란드 쉘름 Chelm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체코 프라하 전설이다. 이<br />

두 가지 유형의 골렘 전설은 모두 16세기에 활동했던 랍비들을 다루고 있는데, 폴란<br />

드 쉘름 전설은 랍비 엘리야후 발쉠 Elijahu Baalschem에 관한 이야기이며, 체코 프<br />

라하 전설은 랍비 뢰브 Löw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선, 폴란드 골렘 전설에 관한 내<br />

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0) 폴란드 전설에서 골렘은 아교나 점토로 만들어졌으며,<br />

하느님을 뜻하는 ‘쉠 하메포라쉬 Schem Hamephorasch’라는 문자를 통해 생기를 부<br />

여받았다. 골렘은 비록 말은 하지 못했지만, 인간의 말과 명령을 이해했으며 인간의<br />

7) Mraćek, Wenzel: Simulierte Körper. Vom künstlichen zum virtuellen Menschen. Köln: Böhlau 2004.<br />

S. 29.<br />

8) Volker, Klaus: Nachwort. In: Künstliche Menschen. Über Golems, Homunculi, Androiden und<br />

lebende Statuen. Hg. von Klaus Volker. Frankfurt/M.: Suhrkamp 1994. S. 425-496, hier S. 431.<br />

9) Ebd., S. 434f.<br />

10) Ebd., S. 435f.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17<br />

하인으로서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했다. 골렘은 처음에는 아주 작았지만, 점점 덩치가<br />

커져서 모든 이들을 능가하게 되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골렘의 이마에<br />

새겨진 진리를 뜻하는 ‘emeth’에서 글자 ‘e’를 지워 죽음을 뜻하는 ‘meth’ 상태로 남<br />

게 했다. 그러면 골렘은 다시 점토로 되돌아갔다. 폴란드에 랍비 엘리아스 Elias라 불<br />

리는 발쉠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골렘을 창조했는데, 골렘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그<br />

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를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랍비 엘리아스는 골렘에게 그<br />

의 장화를 벗기라고 명령하자, 골렘은 몸을 굽히게 되었다. 이때 랍비는 재빨리 골렘<br />

의 이마에서 글자 ‘e’를 지워 다시 점토가 되게 하였다. 그러자 점토로 변한 골렘형<br />

상이 의자에 앉아있던 랍비에게로 떨어져 그를 압사시키고 말았다. 폴란드 전설에 들<br />

어있는 이러한 파국적인 결말로 인해 골렘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괴물로서 인식되<br />

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유대 종교학자 게르숌 솔렘 Gershom Scholem은 “과거 골<br />

렘 이미지에는 전혀 없던 무시무시함이 이로 인해 이 형상에 따라붙게 된다. Das<br />

Unheimliche, von dem die alten Golemvorstellung überhaupt nichts wissen, begleitet<br />

nun die Gestalt.”라고 언급한다. 11)<br />

폴란드 쉘름 전설은 19세기 초 프라하 게토지역에 유입되었고, 여기에 덧붙여 이<br />

지역에 실제로 생존했던 랍비 뢰브에 관한 이야기가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프라하<br />

골렘 전설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 오래전 프라하 게토지역에 랍비 뢰브라 불<br />

리는 유대교 신비주의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는 유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br />

진흙으로 인간형상을 만들었다. 랍비 뢰브가 진흙형상의 머리 뒤쪽에 하나님을 뜻하<br />

는 글자가 새겨진 양피지를 집어넣자, 진흙덩어리는 사람의 모습이 되어 온갖 집안일<br />

을 도맡아했다. 유대인 게토지역에서는 그를 랍비 뢰브의 골렘이라고 불렀다. 랍비<br />

뢰브는 금요일 저녁마다 골렘의 머리에서 양피지를 빼냈는데, 그러면 골렘은 일요일<br />

아침까지 그의 원래 모습인 진흙덩어리가 되었다. 어느 날 랍비 뢰브는 이 일을 잊은<br />

채 유대교 회당으로 예배를 보러갔다. 그러자 골렘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였고,<br />

이에 놀란 부녀자들이 회당으로 달려와서 랍비 뢰브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랍비 뢰<br />

11) Vgl. Scholem, Gershom: Die Vorstellung vom Golem in ihren tellurischen und magischen<br />

Beziehungen. In: Ders.: Zur Kabbala und ihrer Symbolik. Frankfurt/M.: Suhrkamp 1973. S. 209-259,<br />

hier S. 257.<br />

12) Ebd., S. 439.


21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브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서 미친 듯이 날뛰는 골렘의 머리에서 양피지를 빼내자,<br />

골렘은 다시 진흙덩어리가 되었다. 이때부터 프라하 지역에서는 금요일 저녁마다 안<br />

식일을 위한 찬양가를 두 번 불렀다고 한다. 폴란드 전설에서 골렘은 점토로 변한 뒤<br />

그의 창조자를 파멸시켰다면, 프라하 전설에서 골렘은 유대인 공동체에 위협을 가한<br />

뒤 그의 창조자에 의해 다시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러<br />

한 서로 다른 결말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전설과 프라하 전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br />

골렘의 이중적인 성격이다. 골렘은 한편으론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인간의 하인<br />

으로 인식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론 엄청난 힘으로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괴물로서<br />

인식되었다.<br />

민간에 떠돌던 골렘 전설이 문학적 소재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야콥<br />

그림 Jacob Grimm이 1808년 은둔자를 위한 신문 Zeitung für Einsiedler에 골렘 전<br />

설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 신문에 실린 골렘 전설이 일반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br />

독일에서는 골렘을 소재로 한 다수의 문학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아힘 폰 아르님<br />

Achim von Arnim의 이집트의 이사벨, 카를 황제 5세의 첫사랑 Isabella von<br />

Ägypten, Kaiser Karl des Fünften erste Jugendliebe, 에.테.아. 호프만 E.T.A.<br />

Hoffmann의 비밀 Die Geheimnisse, 루드비히 티크 Ludwig Tieck의 허수아비 Die<br />

Vogelscheuche 등이 그것이다. 낭만주의 작가들 사이에서 골렘은 종종 도플갱어 모<br />

티브로 사용되었다.<br />

이후 골렘 소재는 20세기 초 현대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되었다. 아르<br />

투어 홀리처 Arthur Holitscher의 드라마 골렘 Der Golem(1908), 구스타프 마이링크<br />

Gustav Meyrink의 소설 골렘 Der Golem(1915), 유다 로젠베르크 Juda Rosenberg의<br />

소설 골렘과 더불어 일어난 랍비 뢰브의 기이한 사건들 Wundertaten des Rabbi Löw<br />

mit dem Golem(1920) 등과 같은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골렘 소재는 문학에서 뿐만<br />

아니라,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영화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초 신<br />

낭만주의 및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골렘 소재는 민간전설에서 유포되던 것과는 달<br />

리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묘사되었다. 골렘은 한편으론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소설에<br />

서처럼 신비적이고 환상적인 도플갱어로 묘사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론 아르투어 홀<br />

리처의 드라마 작품에서처럼 인간이 되고자 하는 골렘의 비극적인 측면이 강조되었<br />

다. 13)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홀리처의 드라마 작품인데, 이 작품에서 골렘은 랍비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19<br />

벤나붐 Bennabum에 의해 창조된 영혼이 없는 피조물로 그려지고 있다. 랍비의 딸은<br />

인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골렘을 사랑하여 그에게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는<br />

능력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랍비가 골렘과의 사랑을 거부하자, 그녀는 스스로 죽음을<br />

선택한다. 골렘은 감정을 지닌 인간이 되고자 열망하였으나 랍비의 딸이 죽자, 고통<br />

당하는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고 다시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br />

현대에 들어오면서 골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대에<br />

들어오면서 골렘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간다움의 경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br />

본적인 문제가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br />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무성영화 (1920)에서 파울 베게너는 골렘 소재<br />

를 통해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의해 착취당하는 골렘의 비극적인 측면<br />

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장에서 본고는 베거너의 영화에 묘사된<br />

골렘의 특징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골렘 소재가 21세기 최첨단 과학기<br />

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성찰해 보고<br />

자 한다.<br />

3. 파울 베게너의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br />

파울 베게너는 1906년부터 독일의 저명한 연극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Max<br />

Reinhart가 이끄는 독일극장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였다. 이어 1913년 덴마크 출신의<br />

영화감독 슈텔란 리에 Stellan Rye가 제작한 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영화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14) <br />

을 통해 베게너는 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영화감독으로 활동하여<br />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하였다. 베게너가 초기에 제작한 영화의 특징은 전설, 동화, 신<br />

13) Vgl. Schönemann, Heide: Paul Wegener. Frühe Moderne im Film. Stuttgart; London: Edition Axel<br />

Menges 2003. S. 91f.<br />

14) 파울 베게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슈텔란 리에 감독의 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br />

다음 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남완석: 영화 속의 파우스트 – 매체적 역학관계의 관점에서 본 . 실린 곳: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제22집(2010년 2월). 253-282쪽, 여기서는 266-273<br />

쪽.


22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화 등에서 소재를 취하여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뿐 아니라, 그림자,<br />

거울상, 도플갱어, 인형, 요정 등과 같은 소재를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br />

그의 초기 영화는 19세기 말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한 신낭만주<br />

의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5) 베게너의 초기 영화의 환상적이고<br />

신비로운 분위기는 예를 들어 (1916)에서 산신령과<br />

숲속 요정의 사랑이야기, (1917)에서 게으름뱅이 나라에서 지내는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br />

(1918)에서 마술피리를 불어 도시의 쥐들을 몰아낸 가난<br />

한 악사의 이야기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br />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베게너의 영화 (1920)은 시기적으로 신낭만주의에<br />

서 표현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특색을 띠고 있다. 베게너의 영화는 이로써 환상<br />

적이면서 동시에 표현주의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화에서 표현<br />

주의적인 분위기는 특히 빛의 효과와 독특한 건축양식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예를<br />

들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화덕에서 타오르는 불꽃, 박공이 달린 뾰족 지붕, 좁고<br />

굽은 골목길, 소라고둥처럼 둥근 원형계단 등이 이에 속한다. 16)<br />

베거너는 지금까지 총3편의 골렘 영화를 제작하였는데, 이는 골렘 소재에 대한 그<br />

의 지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최초의 골렘 영화는 1914년에 제작된 17) 이고, 두 번째 작품은 1917년에 제작된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21<br />

Tänzerin>,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은 1920년에 제작된 이다. 18) 이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인 에서 골렘은 살아서 움직이는<br />

존재가 아닌 생명 없는 인형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나머지 두 작품과는 성격이 다르<br />

다. 베게너의 첫 번째 영화에서 골렘은 단순히 유대인의 딸을 감시하는 파수꾼의 역<br />

할로 묘사되고 있다. 이에 반해 1920년에 제작된 그의 세 번째 영화에서 골렘은 첫<br />

번째 영화에서보다 좀 더 진화되어 자기존재에 대해 슬퍼하는 감정을 지닌 존재로<br />

묘사되고 있다.<br />

1920년에 제작된 베게너의 영화 은 앞장에서 살펴본 프라하 골렘 전설에서<br />

소재를 취했음을 알 수 있다. 베게너는 프라하 골렘 전설을 체코출신 배우이자 그의<br />

부인인 리다 살모노바 Lyda Salmonova가 권해준 체코출신 작가 알로이스 지라섹<br />

Alois Jirásek이 쓴 작품을 통해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19) 그러나 영화에서 베게너는<br />

프라하 골렘 전설을 액면 그대로 차용하기보다는 20세기 초라는 시대적인 맥락에서<br />

골렘 소재를 새롭게 변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초 독일에서는 신낭만주의적<br />

경향과 더불어 표현주의 영화가 보편화되면서 골렘 소재가 다시 주목을 끌기 시작하<br />

였다. 20) 20세기 현대에 들어오면서 골렘은 과거 민간전설에서와는 달리 인간에 의해<br />

착취당하는 비극적인 존재로 묘사되었다.<br />

베게너의 영화는 골렘을 중심으로 크게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에서 랍비 뢰<br />

브는 점성술을 통해 유대인 게토지역에 불운이 닥칠 것을 예견하고, 유대인들을 보호<br />

하기 위해 진흙을 빚어 골렘형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2막에서 랍비 뢰브는 악령 아스<br />

타로트 Astaroth가 전해준 진리를 뜻하는 ‘aemaet’라는 문자를 골렘의 가슴에 삽입하<br />

여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3막에서 골렘은 말은 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말과 명령<br />

을 이해하며, 랍비 뢰브의 하인으로서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한다. 그러나 골렘은 랍<br />

비와 함께 황제가 베푸는 장미축제에 갔다가 한 여인이 건네준 장미꽃 향기를 맡고<br />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4막에서 골렘은 랍비 뢰브에게 반항하여 랍비의 집에 불을<br />

18)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은 모두 유실되었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작품은 세 번째 작품뿐이다. 본고<br />

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작품은 따라서 1920년에 제작된 이다.<br />

19) Vgl. Schönemann, Heide: Paul Wegener. Frühe Moderne im Film. Stuttgart; London: Edition Axel<br />

Menges 2003. S. 91.<br />

20) Vgl. Ebd., S. 91f.


22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지르고 그의 딸을 이끌고 유대인 지역을 떠난다. 5막에서 골렘은 한 소녀의 천진난만<br />

한 실수로 인해 다시 원래의 모습인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간다.<br />

프라하 골렘 전설과는 달리, 베게너의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은 3막에서 골<br />

렘이 장미꽃 향기를 맡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장면이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br />

영화에서 골렘이 장미꽃 향기를 맡은 후 주위를 돌아보면서 슬픈 표정을 짓는 장면<br />

을 통해 잘 표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베게너는 그의 시나리오 대본에서 다음과 같이<br />

묘사하고 있다.<br />

그때 그 아가씨는 마치 그를 [골렘을] 친절히 대하기라도 하는 듯이 성급히 그녀가 들고 있<br />

던 장미꽃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골렘은 천천히 장미꽃을 받아들고 높이 쳐들어 꽃향<br />

기를 맡았다. 그가 그것을 내려놓자, 그의 모습은 조용한 슬픔에 잠겼는데, 이는 마치 불쌍<br />

한 피조물이 기쁨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모든 이들은<br />

여기에 삶과 죽음의 피안 저 너머, 또 다른 어두운 순환에서 나온 구원받지 못한 한 형상이<br />

서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짧은 숨결과도 같았다.<br />

Da streckte ihm das Fräulein mit raschem Entschluß die Rose entgegen, die sie in ihrer<br />

Hand hielt, wie um ihn freundlich zu stimmen. Und der Golem nahm langsam die Rose, hob<br />

sie empor und sog ihren Duft, und als er sie sinken ließ, war sein Bild in stiller Traurigkeit,<br />

und es war wie Sehnen einer armen Kreatur nach dem Leben mit seiner Freude und seinen<br />

Schmerzen. Und es spürten alle, daß hier ein unerlöstes Gebilde stand, jenseit von Leben und<br />

Tod, aus andern dunklen Kreisläufen. Es war wie ein kurzer Hauch aus anderen Welten. 21)<br />

여기서 골렘은 우연히 한 여인이 건네준 장미꽃 향기를 맡고 본능적으로 생존에<br />

대한 욕구를 갈망하며, 더 나아가 자신이 주변에 있는 인간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사<br />

실을 지각하게 된다. 장미축제에서 골렘은 비로소 후각을 통해 감각 및 지각작용의<br />

활성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골렘은 자신의 실존적 상태를 인식하게 되고, 급<br />

기야 자신을 창조한 랍비 뢰브에게 반항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4막에서 영화는<br />

3막과는 대조적으로 랍비 뢰브가 마법의 책을 읽는 장면을 통해 골렘이 반항하는 원<br />

인을 다음과 같은 삽입구를 통해 보여준다.<br />

21) Wegener, Paul: Der Golem, wie er in die Welt kam. Seine Geschichte in fünf Kapiteln. Berlin 1921.<br />

S. 46f.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23<br />

네가 마법의 언어로 죽은 자를 살려냈다면, 너의 피조물을 조심해라! 천왕성이 혹성들의 집<br />

으로 들어서면, 아스타로트는 그의 물건을 요구한다. 그러면 죽은 진흙은 그의 창조자를 조<br />

롱하며 기만과 파괴를 꾀한다.<br />

Hast du durch Zauber Wort Totes zum Leben erweckt, sei auf der Hut vor deinem<br />

Geschöpf! Tritt der Uranus ins Planetenhaus, fordert Astaroth sein Werkzeug. Dann spottet<br />

der tote Lehm seines Meisters, sinnt auf Trug und Zerstörung. 22)<br />

베게너의 영화는 여기서 골렘의 본질적인 속성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시각화<br />

하고 있다. 한 가지 측면은 골렘의 자기진화를 통해 인간과 닮은 속성을 보여준다.<br />

영화에서 골렘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진화과정을 통해 자신의 실존적 상태를 인식하<br />

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로써 골렘은 기계적으로 주인에게 복종하는 하인의 역할에<br />

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독립적인 존재로 발전해 간다. 또 다른 측면은<br />

인간과는 달리 골렘은 마법의 힘에 의해 탄생된 존재임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골렘<br />

은 악령 아스타로트가 전해준 언어를 통해 생명을 부여받았으며, 이로써 여전히 악<br />

령의 지배를 받는 마적 존재로서 제시된다. 베게너의 영화에서 골렘의 본성을 둘러<br />

싼 이러한 긴장관계는 골렘의 양가적인 특성과 맞물려 복잡하게 묘사되고 있다. 즉<br />

골렘은 한편으론 인간처럼 슬픔, 분노, 기쁨을 지닌 감정적인 존재이면서, 다른 한편<br />

으론 인간과는 다른 비인간적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에서 골렘이 인간과 다른<br />

점은 추하고 혐오스러운 신체적 외형,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 연속적인 생명력을<br />

지니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골렘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br />

물이나 기계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감정능력은 있지만 흉측한 외모와 언<br />

어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골렘은 동물에 가까우며, 또 생명의 부적을 통해서만 삶을<br />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계에 가까운 존재이다. 이로 인해 베게너의 골렘은 인<br />

간적인 측면과 인간적이지 않은 측면, 즉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로<br />

제시되고 있다.<br />

베게너의 영화가 프라하 전설과 다른 점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도 잘 드<br />

러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골렘은 그에게 사과를 내미는 한 소녀를 보고<br />

22) Wegener, Paul: Der Golem. DVD. Restaurierte Fassung mit neuer Musik. München: Transit Film<br />

2004.


22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웃으면서 그녀를 안아 올린다. 그러나 소녀가 그의 가슴에 부착된 생명의 부적을 빼<br />

내자, 골렘은 다시 진흙덩어리로 되돌아간다. 육각형의 다비드별은 골렘에게 생명을<br />

부여하는 것이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신기한 장난감과도 같은 것이며, 진흙덩어리로<br />

변한 골렘의 몸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이용된다. 골렘은 그의 창조자로<br />

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된 삶을 추구하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생존방식의 한<br />

계로 인해 결국 파멸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베게너의 골<br />

렘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괴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의해 파멸당하는 비극적인<br />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영화에서 골렘의 폭력성이 근본적으로 골렘 자체로부터<br />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를 ‘목적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에 대한 분노<br />

로부터 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br />

프라하 전설과는 다른 영화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민간전설에서 베게너의 영화에<br />

이르기까지 골렘의 묘사방식에 있어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br />

째, 골렘은 언제나 인간의 하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민간전설과 마찬가지로 베게<br />

너의 영화에서 골렘은 장작패기, 물 깃기, 장보기 등 랍비 뢰브의 온갖 집안일을 도<br />

맡아 하는 하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로써 랍비와 골렘의 관계는 창조자와 피조물의<br />

관계를 넘어서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제시되고 있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br />

골렘이 이처럼 인간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게르숌<br />

숄렘은 골렘이 하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중세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자동인형 모티<br />

브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 중세 때부터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특히<br />

고대 그리스 작가인 루치안 Lukian von Samasata이 쓴 거짓말쟁이 친구 혹은 불신<br />

자 Der Lügenfreund oder Der Ungläubige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루치안의<br />

작품에는 빗자루 위에 옷을 걸어놓고 주문을 외면, 빗자루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br />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하인의 역할을 했다는 기이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인이 필<br />

요 없을 경우 다시 주문을 외면, 그는 다시 자신의 원래 모습인 빗자루로 되돌아갔<br />

다. 루치안의 이와 같은 이야기는 근대부터 민간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골렘의 특성<br />

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 골렘이 이처럼 하인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br />

23) Scholem, Gershom: Die Vorstellung vom Golem in ihren tellurischen und magischen Beziehungen. S.<br />

254.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25<br />

도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이 피조물에게 투영된 것으로 볼<br />

수 있다. 즉 골렘은 인간의 힘든 육체적 노동을 대체할 이상적인 보조수단으로 간주<br />

되었다.<br />

둘째, 골렘은 언제나 인간보다 크며 힘이 센 존재라는 점이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br />

피조물이 인간보다 강한 존재로 제시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골렘이 언제나 인<br />

간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골렘이 인간보다 힘이 센 존재로 제시되는 것은 인<br />

간의 이기적인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본래 나약한 존재로서 외부세계<br />

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대상이 절실히 필요하였으며, 이러한 대상은 필연적으로 인<br />

간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여야만 했다. 이는 유대교 전설에서 골렘이 외부세계<br />

로부터 유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br />

있다.<br />

셋째, 골렘은 연속적인 생명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br />

기까지 골렘은 생사에 관한 결정권을 스스로 갖지 못하며, 오직 인간의 개입에 의해<br />

서만 살 수도 혹은 죽을 수도 있다. 골렘이 이처럼 연속적인 생명을 보장받지 못하는<br />

이유는 무엇보다도 골렘이 인간보다 강한 존재라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골렘<br />

은 본질적으로 인간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인간을 위험<br />

에 빠트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골렘의<br />

생명을 인간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골렘의 신<br />

체부위에 부착된 생명의 부적은 결국 골렘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br />

들어낸 안전장치와도 같은 것이다.<br />

넷째, 골렘은 언제나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민간전설과 베게너의 영화에서<br />

골렘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 인간과 골<br />

렘, 즉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는 서구유럽에서 기독교 전통 및 계몽주의 전통에<br />

뿌리를 두고 있다. 기독교 전통에서 인간창조는 특히 성경의 창세기에 다음과 같이<br />

기록되어 있다.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br />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여기서 인간창조에 있어서 중요한 두 가지 요<br />

소는 바로 ‘진흙’과 ‘신의 입김’이다. 진흙은 인간의 형체를 이루는 물질적 요소이며,<br />

신의 입김은 인간의 영혼을 이루는 정신적 요소이다. 이처럼 물질과 정신, 즉 육체와<br />

영혼은 인간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들이다. 기독교 전통에서 인간의 정신능력은


22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곧 언어능력을 통해 표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br />

물들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계몽주의 전통에서 인<br />

간과 비인간 사이를 구별해 주는 유일한 속성은 영혼에 있다. 르네 데카르트는 그의<br />

방법서설에서 이성적 영혼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짐승과 구별되게 해주<br />

는 유일한 것”이라고 언급한다. 24) 기독교 전통 및 계몽주의 전통에서 인간의 고유한<br />

속성이 영혼에 있다면, 이와 달리 골렘은 영혼이 없는 존재이다. 골렘이 영혼이 없다<br />

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언어능력의 결여를 통해 표출되고 있<br />

다. 골렘은 성경의 창세기에 기록된 인간처럼 진흙으로 된 신체를 소유하고 있지만,<br />

신의 입김이 제공되지 않은 미숙한 존재이다. 즉 골렘은 인간을 이루는 결정적인 요<br />

소들인 물질과 정신 가운데 물질적인 속성만을 지닌 불완전한 존재이다. 골렘이 이처<br />

럼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되는 이면에는 기독교 전통 및 계몽주의 전통에 뿌리를 둔<br />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이분법적인 사고체계가 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br />

4. 결론을 대신하여: 골렘의 현대적 재해석<br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골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되어 왔음을<br />

알 수 있다.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서 골렘창조는 하나님의 인간창조를 직접<br />

체험하게 하는 신성한 제의를 의미하였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골렘에 내포되<br />

어 있던 신비적인 요소는 사라지고, 골렘은 민간전설로 유포되기 시작하면서 그 의미<br />

가 변화되었다. 즉 골렘은 민간전설을 통해 한편으론 인간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하인<br />

으로서, 또 다른 한편으론 인간에게 위협적인 괴물로서 인식되었다. 골렘 소재는 이<br />

후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도플갱어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20세기 현대에<br />

들어서면서 골렘은 특히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인간에 의해 착취당하는 비극적인<br />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본고에서 살펴본 파울 베게너의 영화는 근본적으로 이<br />

러한 시대적인 흐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인간이 만든 피조물의 비극을 다룬 영<br />

24)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이현복 옮김. 문예출판사 1997. 143-237쪽, 여<br />

기서는 147쪽.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27<br />

화는 20세기 중 후반에 들어와서 특히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다수 제작되기 시작하였<br />

다. 예를 들어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감독의 <br />

(1982), 크리스 콜럼버스 Chris Columbus 감독의 (1999),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의 (2001) 등이<br />

그것이다. 이들 영화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들이 인간이 되고자<br />

열망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 존재로 취<br />

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1920년에 제작된 베게너의 은 인간에 의<br />

해 착취당하는 인조인간의 비극을 다룬 최초의 영화라 할 수 있다.<br />

베게너의 영화에서 골렘은 인간을 닮았을 뿐 아니라 인간의 명령에 복종함으로써<br />

현대적인 의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대해 사이버네<br />

틱의 창시자 노버트 위너 Norbert Wiener는 오늘날 “기계는 [...] 프라하지역 랍비의<br />

골렘에 해당하는 현대적 대체물이다. Die Maschine ist [...] das moderne Gegenstück<br />

zum Golem des Rabbiners von Prag.”라고 언급한다. 25) 아이러니컬하게도 베게너의<br />

영화가 제작된 1920년에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 Karel Capek는 로봇을 주제로<br />

한 드라마 작품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Rossum’s Universal Robots을 발표하였다.<br />

차페크는 골렘 전설에서 로봇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로봇은 원래 체코어로<br />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 robota’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인간의 힘든 노동을 대신하는<br />

기계를 의미한다. 베게너의 골렘이 인간에 의해 파멸당하는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br />

묘사되고 있다면, 이와 달리 차페크의 로봇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br />

재로 그려지고 있다. 차페크의 작품을 통해 ‘로봇’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보편화되었<br />

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실제로 움직이는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br />

다. 인간의 신체와 행동을 모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1930년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br />

사( 社 )가 개발한 엘렉트로(Elektro)를 시작으로 일본의 혼다사( 社 )가 개발한 아시모<br />

(Asimo), 국내 과학자들이 개발한 휴보(Hubo)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개발되고 있다.<br />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런 점에서 베게너의 골렘의 현대적 변형이라고 볼 수<br />

있다. 베게너의 골렘과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의 유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br />

볼 수 있다. 우선, 로봇은 골렘과 유사하게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br />

25) Wiener, Norbert: Gott & Golem, Inc. Düsseldorf; Wien: Econ-Verlag 1965. S. 125.


22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도구이며, 이로써 인간을 돕는 하인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현대 로봇에서 관<br />

찰되는 이러한 측면은 특히 미국의 사이언스픽션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Isaac<br />

Asimov가 제시한 ‘로봇 3법칙’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br />

봇 3법칙’ 가운데 제2법칙은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밝히<br />

고 있다. 아시모프의 ‘로봇 3법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로봇제작기술에 활용되고 있<br />

다. 둘째, 로봇과 골렘은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경계적 존재라는 점이<br />

다. 베게너의 골렘은 언제든지 살 수도, 또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는데, 이때 삶과 죽<br />

음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와 유사하게 현대<br />

로봇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줌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로봇에 부<br />

착된 전기코드는 골렘의 가슴에 달린 생명의 부적과도 같은 것이다. 셋째, 골렘과 마<br />

찬가지로 로봇은 자기진화를 통해 언제든지 인간에게 반항하는 존재로 변화될 수 있<br />

다는 점이다. 베게너의 골렘이 자기진화를 통해 창조자에게 반항심을 보였던 것처럼,<br />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로봇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인간의 명령에<br />

무조건 복종하는 로봇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br />

베게너의 골렘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처럼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아<br />

닌 비인간적 존재로 취급되었다. 이와 비교해서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기<br />

술에 힘입어 베게너의 골렘과는 달리 사고와 언어능력이 가능한 ‘생각하는 기계’로<br />

제시되고 있으며, 이로써 인간과 로봇 사이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하게 되고 있다.<br />

계몽주의 이래로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한 속성으로 제시되어온 정신능력은 이제 더<br />

이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특성은 아니다. 언어능력이 결여된 골렘과는 달리 인간처<br />

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더 나아가 감정을 지닌 로봇이 제작될 경우, 우리는 과<br />

연 로봇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과 연관<br />

해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로봇은 인간에게 있어서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로<br />

봇의 존재론에 관한 물음이다.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베게너의 골렘과 마찬가지로<br />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인 성<br />

찰을 요구하고 있다.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29<br />

참고문헌<br />

1차 문헌<br />

Wegener, Paul: Der Golem. DVD. Restaurierte Fassung mit neuer Musik. München:<br />

Transit Film 2004.<br />

2차 문헌<br />

남완석: 영화 속의 파우스트 – 매체적 역학관계의 관점에서 본 . 실린 곳: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제22집(2010년 2월). 253-282쪽.<br />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이현복 옮김. 문예출판사 1997.<br />

143-237쪽.<br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0.<br />

유현주: 두려운 낯설음 – 프로이트, 호프만, 키틀러 그리고 언캐니 밸리. 실린 곳:<br />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제23집(2010년 8월). 203-221쪽.<br />

이주봉: 표현주의 영화 에 나타난 공포의 미학. 실린 곳: 브레히트와<br />

현대연극 제21집(2009년 8월). 303-325쪽.<br />

Eisner, Lotte H.: Die dämonische Leinwand. Frankfurt/M.: Kommunales Kino 1975.<br />

Kracauer, Siegfried: Von Caligari zu Hitler. Eine psychologische Geschichte des<br />

deutschen Films. Frankfurt/M.: Suhrkamp 1999.<br />

Möller, Kai: Paul Wegeners ≪Films≫. In: Paul Wegener: Sein Leben und seine Rollen.<br />

Ein Buch von ihm und über ihn. Eingerichtet v. Kai Möller. Hamburg: Rowohlt<br />

1954. S. 114-123.<br />

Mraćek, Wenzel: Simulierte Körper. Vom künstlichen zum virtuellen Menschen. Köln:<br />

Böhlau 2004.<br />

Scholem, Gershom: Die Vorstellung vom Golem in ihren tellurischen und magischen<br />

Beziehungen. In: Ders.: Zur Kabbala und ihrer Symbolik. Frankfurt/M.:<br />

Suhrkamp 1973. S. 209-259.<br />

Schönemann, Heide: Paul Wegener. Frühe Moderne im Film. Stuttgart; London: Edition<br />

Axel Menges 2003.


23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Seeßlen, Georg/ Jung, Fernand: Horror: Geschichte und Mythologie des Horrorfilms.<br />

Marburg: Schüren 2006.<br />

Volker, Klaus: Nachwort. In: Künstliche Menschen. Über Golems, Homunculi, Androiden<br />

und lebende Statuen. Hg. von Klaus Volker. Frankfurt/M.: Suhrkamp 1994. S.<br />

425-496.<br />

Wegener, Paul: Der Golem, wie er in die Welt kam. Seine Geschichte in fünf Kapiteln.<br />

Berlin 1921.<br />

Wiener, Norbert: Gott & Golem, Inc. Düsseldorf; Wien: Econ-Verlag 1965.


영상문화 속 골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선 존재 231<br />

Zusammenfassung<br />

Der Golem zwischen Mensch und Nicht-Mensch<br />

- Zur Untersuchung der künstlichen Menschenschöpfung im Film Der<br />

Golem Paul Wegeners<br />

Cheon, Hyun Soon (Ewha Frauen Uni)<br />

Das Thema zum Golem genießt heutzutage große Popularität mit Hinblick auf die<br />

künstliche Menschenschöpfung wie z.B. Roboter, Androiden, Cyborg, Künstliche<br />

Intelligenz etc. Hinsichtlich der Herstellung des modernen künstlichen Lebens ist<br />

insbesondere die Gestalt des Golems, die mit der alten jüdischen Tradition eng<br />

verbunden ist, zu erwähnen. Der Begriff des Golems deutet auf Hebräisch auf eine<br />

noch ungeformte Masse. Die allgemeine Bedeutung des Golems als ein<br />

menschenähnliches Geschöpf stammt eigentlich aus der Tradition der jüdischen Mystik<br />

im Mittelalter. Die mittelalterliche Vorstellung vom Golem offenbarte sich als ein<br />

Gegenstand eines Initiationsritus. Diese mystische Komponente des Golems wurde aber<br />

mit dem Beginn der Neuzeit aufgegeben, und der Golem versank in den Bereich der<br />

Legenden. Seit der Neuzeit galt der Golem daher als Knecht seines Schöpfers, hinzu<br />

kam auch seine Gefährlichkeit für die Umwelt. Im modernen Zeitalter des 20.<br />

Jahrhunderts wurde der Golem zu einem Motiv für zahlreiche literarische und auch<br />

filmische Bearbeitungen.<br />

Die vorliegende Arbeit untersucht grob in drei Ebenen die wesentlichen<br />

Charakteristika des Golems anhand eines konkreten Beispiels. Dafür wurde der Film<br />

Der Golem, wie er aus der Welt kam Paul Wegeners ausgewählt. Zuerst skizziere ich<br />

in meiner Arbeit einen chronologischen Überblick über den Bedeutungswandel des<br />

Golems vom Mittelalter bis zum modernen Zeitalter. Anschließend daran untersuche


23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ich die filmische Bearbeitung des Golems bei Paul Wegener. Schließlich versuche ich<br />

Wegeners Golem mit Hinblick auf die modernen Roboter zu untersuchen und damit zu<br />

zeigen, welche Bedeutung die Herstellung des künstlichen Lebens in unserem Zeitalter<br />

besitzt.<br />

Keyword<br />

(한글/독일어)<br />

파울 베게너<br />

Paul Wegener<br />

골렘<br />

Golem<br />

로봇<br />

Robot<br />

인간창조<br />

Menschenschöpfung<br />

∙ 필자 이메일: b2855844@yahoo.co.kr (<strong>천현순</strong>)<br />

∙ 투고일: 2012년 12월 31일/심사일: 2013년 1월 16일/심사완료일: 2013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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