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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strong>43</strong>집<br />
조건을 형성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주체에게 집은 이렇게 “심리적 안식<br />
처”이자 자기 존재감의 밀도를 응축시키는 일종의 보호소로서의 기능을<br />
하게 된다. 그의 모든 행위는 내부에서 형성되고 발전한다. 그래서 외부<br />
와의 접촉 아니 집의 부재는 이 주체에게 심리적 균형감의 상실을 유발<br />
할 수 있다. 그 주체에게 이동은 그에 따른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장애를<br />
안길 위험”이 있으며, 심지어 이 장애로 인해 “정체성 상실이라는 익명의<br />
세계”에 빠트릴 수 있다. 그의 온전하고 순결한 기원이 외부 세계로의 노<br />
출로 잃어버린 세계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집을 떠난 이동이 그에게<br />
불안감을 안겨줄지라도, 집은 주체를 잉태한 본질이기에 그에게 과거의<br />
시간 속에 던져진 영원한 현재의 공간이 된다. 외부세계로 향한 이 움직<br />
임이 그 주체에게 두려움만 주는 것이 아닌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br />
이다. 그 움직임이 아무리 절대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주체의 본질을 변<br />
질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그 움직임은 세상 밖으로 나온 주체에게 오히려<br />
“인간조건의 연약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에 따른 불안감<br />
에 대비할 수 있는” 인자가 된다. “집이 외부세상으로 열려있는 창문”이<br />
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때다. 집의 영혼에서 프랑수아 비구<br />
루가 정의한 거주지의 기능이 시몽 아렐의 해석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br />
생각과 조응한다.<br />
집은 전환의 장소다. 집이 우리를 가두어 놓을 때조차도 집은<br />
우리를 자라게 한다! 우리의 현재 상태를 뛰어 넘게 하고, 또 다른<br />
자질을 가진 존재로 향하게 한다. 역설적으로 거주지는 그저 통행<br />
의 장소일 뿐이다. (…) 그 표면상의 고정성에도 불구하고, 마치<br />
거주지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움직임을 발견하도록 하는 기능을<br />
수행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거주지는 희망, 움직임, 완성된, 가벼운<br />
혹은 가능한 변화를 말한다. 그리고 자기 안에 갇혀 있을 때조차<br />
도, 거주지는 세상살이를 말한다. 15)<br />
15) François Vigouroux, L'âme des maisons, Paris,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br />
coll. 《Perspectives critiques》, 1996, p.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