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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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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올리비에(Émile Ollivier)의 통행Passages ❚ 93<br />

바이용(Cavaillon)” (PAS, 75), “화염목과 부용과 분꽃의 붉은색으로 차려<br />

입은 지상최고의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PAS, 75)에 대한 기억은<br />

행복했던 노르망의 어린 시절을 알린다. 그러나 반란군의 손에 의해 처<br />

참히 살해되었던 아버지의 죽음과 더 나아가 흑인매매로부터 1986년 독<br />

재정권이 몰락할 때까지의 30년 재앙의 역사를 포함한 오세기에 걸친 역<br />

사에 대한 기억은(PAS, 232-235) 참담한 이 나라의 불행을 담고 있다. 니<br />

콜 아스-루파리의 분석처럼, “아이티 사회계급의 양극단을 대표하는 아메<br />

데와 노르망의 통행은 뒤발리에 탄압의 양극에 위치한다. 그들은 (…)<br />

“보다 나은 세상을 찾아 떠나는”(PAS, 185) 철새의 영원한 이미지를 통해<br />

이주상황의 비극적인 역사를 압축하여 반영하고 있다.” 13) .<br />

두 망명자가 불러내는 기억 속의 아이티는 이처럼 행복과 불행의 물질<br />

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 있다. 이 과거의 물질성 앞에 서 있는 이 존<br />

재들은 바로 그 과거 속에 막혀있고 그곳에서 벗어날 전망을 보지 못하<br />

기에 깊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불안은 따라서 상처를 안고<br />

사는 그들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 거울은<br />

불안의 한 형식 일뿐이다. 그들에게는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내재해<br />

있으며 그래서 불안이라는 그들의 어둠은 그들이 그 위에서 만나야 하는<br />

모든 빛의 진정한 동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어둠은 희망/빛의 진정<br />

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변증법적 의미에서 아이티/고국의 과거와 망명<br />

은 시몽 아렐이 분석한 집이라는 거주지와 그곳에 사는 존재들의 운명으<br />

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br />

이 연구자는 집을 고국과 연결시켜 변증법적인 의미를 생산하고 있<br />

다 14) . 집은 주체의 “자기 역사가 시작하는 최초의 장소”다. 자기 뿌리가<br />

뻗어가는 이 장소는 주체의 자기 문화를 싹틔우고 자기 정체성의 이념과<br />

13) Nicole Aas-Rouxparis, 《Passages d'Émile Ollivier: Dérive et Diversité》, Québec<br />

Studies, N°15, 1992/1993, p. 31.<br />

14) Simon Harel, Les passages obligés de l'écriture migrante, Montréal, XYZ, 2005,<br />

p. 2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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