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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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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strong>43</strong>집<br />

고국 아이티(Haïti)의 군사 쿠데타로 인해 퀘벡으로 망명한 에밀은 이<br />

미지의 땅에서 이타성을 경험한다 1) . 이 이타성은 유랑과 정착 사이에서<br />

갈등하던 에밀을 정착 쪽으로 인도하여 그에게 하나의 삶의 원칙과도 같<br />

이 작용하게 된다. 비록 퀘벡의 문화정책이 ‘동화’를 근본으로 하고 있지<br />

만, 그가 퀘벡사회에서 주목한 다 민족적 특징이 망명자로서 이주민들의<br />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 전망으로 고려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br />

서 그의 물음은 “누가 퀘벡인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퀘벡사람이<br />

되는가” 2) 였다. 이제부터 그에게 단일민족적 정체성은 무의미하며, 정체<br />

성은 부동의 본질이 아니라 언제나 복수적이다.<br />

이 이주 작가에게 문화는 변화가 동반된 복수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br />

주민의 문화가 거론되는 순간 출신국 문화와 이민국 문화라는 이분법적<br />

구분은 빈개념이 된다. 그래서 이민은 국경을 넘나드는 행위이며, 한 문<br />

화가 다른 문화로 이동하는 통로의 작용이다. 여기서 만남이 생산되고,<br />

이 상호작용 속에서 문화횡단(transculturation)이 일어난다. 이 문화횡단<br />

은 에밀 올리비에에게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문화적 혼돈과<br />

문화정착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문제 해결을 그는 이 개념<br />

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에밀 올리비에는 라문도 디넬로가 정의한 문<br />

1) 프랑수아 뒤발리에(François Duvalier)의 유혈 쿠데타와 폭압정치로 인하여 망명길에<br />

오를 수밖에 없었던 그는 서인도제도의 여러 나라들을 거쳐 프랑스로 유학의 길을 떠<br />

나 소르본에서 수학한 후 1966년 퀘벡에 정착한다. “조용한 혁명기”를 겪고 있었던<br />

당시의 퀘벡은 사회학자이자 소설가인 에밀에게 한 개인의 문화적·국민적 정체성을<br />

숙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동시에 퀘벡의 사회변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던<br />

이민자들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실제로 그는 퀘벡<br />

이민부와 교육부가 주관한 사이버대학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불어청 고문으로 위<br />

촉되어 퀘벡의 아이티와 다른 이민자 사회를 위한 교육자로서 사회문화 활동가로서<br />

열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때의 내외적 경험은 그에게 1977년부터 몬트리올 대학교<br />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필가와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해 준 원동력이었<br />

을 것이다. 성인교육, 이민자 통합문제, 문화정체성을 주제로 한 많은 글을 남긴 이<br />

망명 작가에게 퀘벡은 따라서 그의 조국과 망명생활에 대한 기억을 가꾸어 나갈 수<br />

있는 기회의 땅이 되었으리라.<br />

2) Bernadette Blanc, 《D'aprés vous, qui est québécois》, dans RENAUD, Dominique(Dir.)<br />

et al., L'interculturel : une question d'identité, une question d'intégration, Québec,<br />

Musée de la civilisation, 1992,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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