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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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미래에만 바쳐지는 절대적 변혁의 가능성인 것이다. 혁명이 묵시록의 참 혹한 전쟁을 거쳐 실현하고자 하는 것도 변화의 가능성이다. 소설 전체 에 걸쳐 등장인물 간의 긴 대화와 토론은 이러한 혁명에 관한 성찰을 담 고 있다. 결국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묵시록의 갈망이 지극히 위험스 러운 것은 역설적으로 평화의 환상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참혹한 묵시 록의 혁명이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과 사랑으로 무장될 때 진정한 희 망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전쟁은 삶의 일부분이며 예상할 수 없는 운명 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속에서 모든 죽음과 운명은 개인적인 경험에 앞서 인간 전체의 가능성에 바쳐진다. 이러한 운명 앞 에 비로소 인간은 평화를 갖게 됨을 희망의 마지막 문장에서 시사하 고 있다. Un jour il y aurait la paix. Et Manuel deviendrait un autre homme, inconnu de lui-même, comme le combattant d'aujourd'hui avait été inconnu de celui qui avait acheté une petite bagnole pour faire du ski dans la Sierra. (…) Manuel entendait pour la première fois la voix de ce qui est plus grave que le sang des hommes, plus inquiétant que leur présence sur la terre, - la possibilité infinie de leur destin 20) 언젠가는 평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마누엘은 자기 자신도 모르 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치 현재 전투원인 자신이 시 에라 지방에 스키를 타러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샀던 자신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누엘은 처음으로 인간들의 피보다 더 엄숙하고 땅위의 인간의 현존보다 더 불안한 것의 소리를 듣고 있 었다. 그것은 인간 운명의 끝없는 가능성이었다. 인간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그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말로 는 “인간 운명의 끝없는 가능성”을 통해 해답을 찾는 것이다. 말로의 희 20) Malraux, André, L'Espoir, Gallimard, 1992, p. 589.
클로드 시몽의 호텔 Le Palace과 ‘글쓰기의 현재’ ❚ 51 망은 바로 ‘가능성’인 것이다. 그러나 호텔에서는 혁명의 실패가 명백하다. 여왕의 유산이 비유하 는 실패한 혁명은 ‘죽은 태아 - 썩은 고기 - 대두( 大 頭 )의 괴물’로 판명나 고, 여왕의 피도 “헛된 출혈 vaine hémorragie” 21) 이 된 것이다. 실패한 스페인 내란을 바라보는 시몽의 관점은 혁명의 의의보다는 혁명의 실패 로 인한 헛된 희생, 죽음, 폭력을 생산하는 과정이 다시 2차 세계대전으 로 재생산되는 순환논리를 호텔의 제사를 통해 암시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과욕으로 실패한 혁명은 두 작품에서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 다. 희망은 묵시록의 상황이 존재하고 이를 극복하는 가능성을 전제한 다는 면에서 가능성의 환상에 집작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 된다. 하지만 호텔의 혁명은 늘 반복되는 현재적 상황, 즉 해결의 가능성이 아니라 생성되고 사라지는 순환자체의 과정에 불과하다. 혁명에 어떤 인 간적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혁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혁명은 성공이나 실패의 인간적 과업이 아니라 생성과 파괴의 현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혁명을 이해하는 데는 헛된 희망보다 객관적 관찰과 수긍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혁명은 “회전”, 즉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처럼 생성되고 사라지 고 또 생성되는 인간의 위험이자 현실이며 끝없는 순환인 것이다. 5. 맺음말 클로드 시몽의 호텔은 줄거리의 부재, 익명의 등장인물, 과거와 현 재 간 자유로운 시간이동, 알 수 없는 공간들의 단편적인 묘사로 구성되 어 있다. 이 소설의 ‘글쓰기의 현재’는 스페인 내란을 재조명할 때 비로소 글쓰기의 의미를 드러낸다. 신화적 상징을 떠올리는 지나간 혁명의 기억 21) Ibid., p.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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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만 바쳐지는 절대적 변혁의 가능성인 것이다. 혁명이 묵시록의 참<br />
혹한 전쟁을 거쳐 실현하고자 하는 것도 변화의 가능성이다. 소설 전체<br />
에 걸쳐 등장인물 간의 긴 대화와 토론은 이러한 혁명에 관한 성찰을 담<br />
고 있다. 결국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묵시록의 갈망이 지극히 위험스<br />
러운 것은 역설적으로 평화의 환상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참혹한 묵시<br />
록의 혁명이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과 사랑으로 무장될 때 진정한 희<br />
망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전쟁은 삶의 일부분이며 예상할 수 없는 운명<br />
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속에서 모든 죽음과 운명은<br />
개인적인 경험에 앞서 인간 전체의 가능성에 바쳐진다. 이러한 운명 앞<br />
에 비로소 인간은 평화를 갖게 됨을 희망의 마지막 문장에서 시사하<br />
고 있다.<br />
Un jour il y aurait la paix. Et Manuel deviendrait un autre<br />
homme, inconnu de lui-même, comme le combattant d'aujourd'hui<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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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ur faire du ski dans la Sierra. (…) Manuel entendait pour la<br />
première fois la voix de ce qui est plus grave que le sang des<br />
hommes, plus inquiétant que leur présence sur la terre, - la<br />
possibilité infinie de leur destin 20)<br />
언젠가는 평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마누엘은 자기 자신도 모르<br />
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치 현재 전투원인 자신이 시<br />
에라 지방에 스키를 타러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샀던 자신을 알지<br />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누엘은 처음으로 인간들의 피보다 더<br />
엄숙하고 땅위의 인간의 현존보다 더 불안한 것의 소리를 듣고 있<br />
었다. 그것은 인간 운명의 끝없는 가능성이었다.<br />
인간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그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말로<br />
는 “인간 운명의 끝없는 가능성”을 통해 해답을 찾는 것이다. 말로의 희<br />
20) Malraux, André, L'Espoir, Gallimard, 1992, p. 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