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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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2014 Views

46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적인 성찰, 집단적인 투쟁과 인간의 유한한 행동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 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서로 대립되는 등장인물간의 끊임없는 대화는 말로가 지향하는 혁명의 진정한 의미를 구하는 과정으 로서 기록된다. 소설은 작가가 부여하고 구하고자 하는 의미와 불가분 의 관계를 갖는다. 말로의 스페인 내전 이야기는 혁명과 희망의 가능성 을 통해 혁명에 대한 내적 갈등과 회의를 극복하는 데 바쳐진다. 따라서 희망은 시간과 공간이 명백한 1937년까지의 사건들을 기록하듯이 서 술하여 등장인물과 사건의 변화과정을 시시각각 보여주면서 작가의 분명 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시몽의 호텔은 이 모든 요소들을 거부한다. 시몽의 작품은 3 인칭의 한정된 시점으로 관찰자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세밀한 묘사로 전달하고 있지만, 글 쓰는 현재시점의 자유로운 연상 작용을 통해 생성되 는 이미지들이 시간적 순서와 무관하게 묘사되면서 현재와 과거라는 시 간 자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주축이 되지 않는 것은 두 소설이 공통되지만, 희망의 인물들은 이름과 인적사항이 드러 나는 반면, 호텔의 인물들은 익명으로 명명되지 않은 채 인칭대명사 또는 객체화된 보통명사로 표현된다. 시몽의 작품은 혁명에 관한 장면들 을 작가의 개입 없이 재현함으로써 독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느낌을 전하 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말로의 희망은 참여문학의 면모와 성찰의 과정을 보여주지만, 시몽 의 호텔은 객체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 인식론적 회의를 표명하는 절 대적 주관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역사적 현실도 절대적 주관 속에서 철저하게 변형되며, 혁명의 실패로 인한 꿈의 상실, 두려움, 의심 등을 의식 자체의 변화 속에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시몽의 소설은 역사적 상 황에 대해 개인적이고 초시간적인 의미들을 부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 다. 스페인 전쟁에 관한 호텔과 희망의 비교에 대해 시몽이 한 대담 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클로드 시몽의 호텔 Le Palace과 ‘글쓰기의 현재’ ❚ 47 L'espoir? Pour moi c'est un peu Tintin faisant la révolution. C'est une sorte de roman-feuilleton, où les bons sentiments coulent à flots, de roman d'aventures écrit par quelqu'un qui est lui-même un aventurier, dans le cadre de la révolution. En plus, il raconte des choses dont il n'a pas été lui-même témoin, c'est le romancier-Dieu, il est partout : au sol, dans les avions, chez les uns, chez les autres. D'ailleurs, Malraux parle de la guerre d'Espagne, c'est un guerrier qui décrit des actes de guerre. Mon livre est sorti de souvenir confus de ce qui se passait à Barcelone lorsque je m'y trouvais. C'est-à-dire la révolution proprement dite, non la guerre. 16) 희망? 내겐 혁명을 하는 탱탱의 모습 같아요. 훌륭한 감정이 샘 솟는 신문연재만화이기도 하고, 혁명이라는 배경에서 본인 스스로 모험가인 사람이 쓴 모험소설이기도 하죠. 더구나 그 사람은 스스 로 목격하지 않은 일도 이야기 하는데, 이는 신( 神 )인 소설가이죠.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땅 위, 비행기 안, 이 사람들, 저 사람들 사 이에 말이죠. 게다가 말로는 스페인 전쟁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전쟁 사건 들을 서술만 하는 군인에 불과하죠. 내 책은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일어났던 일에 대한 혼란스러운 기억에서 나온 것이죠. 다시 말해 서 전쟁이 아닌 혁명 그 자체이죠. 시몽은 두 소설의 대비에 관해 혁명 자체와 전쟁에 대한 허구의 기술 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희망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모험 소설이자 전지적 작가시점의 허구이지만, 호텔은 역사적 사건과 현장 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절대적 현장’의 혼란스러운 변화 자체를 증언하 고 있다. 따라서 혼란스러운 기억이 글을 통해 내뱉는 것은 실제 혁명이 행해지는 모든 이질적인 현장의 변화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시몽의 소설 16) Madeleine Chapsal, “Entretien. Claude Simon parle”.

클로드 시몽의 호텔 Le Palace과 ‘글쓰기의 현재’ ❚ 47<br />

L'espoir? Pour moi c'est un peu Tintin faisant la révolution.<br />

C'est une sorte de roman-feuilleton, où les bons sentiments<br />

coulent à flots, de roman d'aventures écrit par quelqu'un qui<br />

est lui-même un aventurier, dans le cadre de la révolution. En<br />

plus, il raconte des choses dont il n'a pas été lui-même témoin,<br />

c'est le romancier-Dieu, il est partout : au sol, dans les avions,<br />

chez les uns, chez les autres.<br />

D'ailleurs, Malraux parle de la guerre d'Espagne, c'est un<br />

guerrier qui décrit des actes de guerre. Mon livre est sorti de<br />

souvenir confus de ce qui se passait à Barcelone lorsque je m'y<br />

trouvais. C'est-à-dire la révolution proprement dite, non la<br />

guerre. 16)<br />

희망? 내겐 혁명을 하는 탱탱의 모습 같아요. 훌륭한 감정이 샘<br />

솟는 신문연재만화이기도 하고, 혁명이라는 배경에서 본인 스스로<br />

모험가인 사람이 쓴 모험소설이기도 하죠. 더구나 그 사람은 스스<br />

로 목격하지 않은 일도 이야기 하는데, 이는 신( 神 )인 소설가이죠.<br />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땅 위, 비행기 안, 이 사람들, 저 사람들 사<br />

이에 말이죠.<br />

게다가 말로는 스페인 전쟁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전쟁 사건<br />

들을 서술만 하는 군인에 불과하죠. 내 책은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br />

일어났던 일에 대한 혼란스러운 기억에서 나온 것이죠. 다시 말해<br />

서 전쟁이 아닌 혁명 그 자체이죠.<br />

시몽은 두 소설의 대비에 관해 혁명 자체와 전쟁에 대한 허구의 기술<br />

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희망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모험<br />

소설이자 전지적 작가시점의 허구이지만, 호텔은 역사적 사건과 현장<br />

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절대적 현장’의 혼란스러운 변화 자체를 증언하<br />

고 있다. 따라서 혼란스러운 기억이 글을 통해 내뱉는 것은 실제 혁명이<br />

행해지는 모든 이질적인 현장의 변화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시몽의 소설<br />

16) Madeleine Chapsal, “Entretien. Claude Simon par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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