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014 Views

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SHOW MORE
SHOW LESS

Create successful ePaper yourself

Turn your PDF publications into a flip-book with our unique Google optimized e-Paper software.

클로드 시몽의 호텔 Le Palace과 ‘글쓰기의 현재’ ❚ 41<br />

다. 그리스군의 노장 네스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전투에 복귀하라고 설<br />

득하였지만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다. 하지만 파트로클로<br />

스는 아킬레우스로 변장하여 전쟁에 참전하였다가 헥토르의 칼에 죽게<br />

된다. 그러자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전투에 복귀<br />

하여 헥토르를 죽여 복수한 뒤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br />

준다.<br />

이 신화는 스페인 내란의 상황과 중첩된다. 스페인 내란은 1936년에서<br />

1939년까지 3년간 지속되는데, 마누엘 아샤냐가 이끄는 좌파 인민전선정<br />

부군과 프란치스코 프랑코가 중심이 된 우파 반란군 사이에 일어났던 전<br />

쟁이다. 반파시즘인 인민전선을 소비에트 연방이 지원하고 프랑코파를<br />

파시스트 진영인 나치독일, 이탈리아가 지원해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br />

양상을 띠었다. 전쟁은 1936년 7월 17일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프랑코 장<br />

군이 이끈 쿠데타로 시작하여 1939년 4월 1일 공화파 정부가 마드리드에<br />

서 항복함으로써 프랑코파의 승리로 끝난다. 스페인 전쟁은 좌파적 사회<br />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참여했고, 전 세계 지식인<br />

들 사이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던 전쟁이었다. 여기에는 공산주의자, 무정<br />

부주의자, 사회주의자, 시민, 노동자들이 연합이 된 인민전선과 지주, 자<br />

본가, 로마 카톨릭 교회파와 군부가 연합이 된 우파의 반란군들의 대립이<br />

충돌하였던 것이다.<br />

1936년 바르셀로나에는 무정부주의자인 시민군이 반란군과 싸우는데,<br />

마침 클로드 시몽은 콜롱 호텔 창문에서 시민군이 사살한 반란군의 경<br />

찰 장례식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 후 동일한 방식으로 반란<br />

군이 살해한 무정부주의자의 수장인 두루티 Durruti의 장례식을 보았던<br />

것이다. 작가는 두 번째 장례식을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에 비유하였<br />

다. 호텔은 과거 사건의 직접적 경험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서술되는<br />

데, 사건은 여러 조각으로 분산되어 구성된다. 작가는 지각의 불안정으로<br />

인해 기억이 한 번에 모두 정확하게 순서대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원리 11)<br />

를 소설 속에 그대로 반영하였다. 스페인 내란도 시몽이 체험했던 중요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