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36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이미지들이 기억 속에 혼재되어 ‘마그마’의 형태로 남게 된다. 시몽의 소
설은 묘사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들의 조합이 이야기 récit를 암시
한다. 다시 말해 이미지들은 이질적인 요소들로 혼합된 다양한 형상들이
지만, 각각의 형상은 공통된 부분으로 겹쳐지고, 그에 따라 공통부분들이
결합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리고 공통요소들은 한 작품 내
부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편재되어 있다. 독자는 언어적 이미지
들의 공통부분을 몽타주 할 때 비로소 잠재된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시몽은 소설가의 글쓰기를 화가, 음악가, 건축가의 창작행위와 동일하
다고 보았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사건도 미리 구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글을 쓰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 마치 화가가 화폭에서 다양한 색상
으로 이루어진 물감의 조합을 통해 그림을 완성하듯이, 글쓰기는 글 쓰는
순간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것들을 써나가는 작업이 된다 4) . 따라서 시
몽의 소설은 서사보다 묘사가 주를 이루며, 기억의 편린처럼 파편적인 묘
사들이 무질서하게 혼재되어 있다. 표면적 무질서에는 중심점과 연관된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으며, 여러 요소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각 작품
속에서 다양한 구성 composition으로 재편된다.
하지만 호텔은 작가의 다른 작품과 달리 비교적 전체적 구조만큼은
명백한 작품이었다 5) . 작품의 구성 원리는 “벽난로의 굴뚝 dessus de
cheminée”의 구조로서, “중심장 un chapitre central”과 다른 나머지 장들
은 중심장의 양쪽에 대칭으로 배치되는 형식을 취한다. 호텔은 전체 5
장으로 구분되는데, 1장은 「목록 Inventaire」, 2장 「총을 든 사나이의 이
야기 Récit de l'homme-fusil」, 3장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 Les
Funérailles de Patrocole」, 4장 「한밤중 Dans la nuit」, 5장 「분실물 취급
소 Le Bureau des objets perdus」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5장은 대칭구
la syntaxe par laquelle ils vont être ordonnés et au sein de laquelle ils vont en
quelque sorte se cristalliser.”
4) Entretiens avec Jacques Neefs et Gresillon Almuth avec Claude Simon, “Le présent
de l’écriture”, Genesis : Manuscrits, Recherche, Invention, n°13, 1999, p. 115.
5) Ibid., p.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