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클로드 시몽의 호텔 Le Palace과 ‘글쓰기의 현재’ ❚ 35
학상 수상의 스톡홀름 연설문 Discours de Stockhölm에서 자신의 글
쓰기의 원칙이 ‘글쓰기의 현재’라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글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이 글 쓰는 현재와 동일한 시간적 가치를 지
니면서 등장하는 것이 ‘글쓰기의 현재’라고 할 수 있다. 시몽의 글쓰기는
서술시점의 눈앞에 제시된 사물들을 묘사하면서 시작되지만 곧 다른 장
면이나 사물, 사건들의 묘사와 중첩 또는 혼합된다. 등장인물의 경우 사
전 설명 없이 바로 인칭대명사나 보통명사로 지칭되며, 사물의 경우 아무
언급 없이 정관사로 한정된다. 호텔은 실제 장면과 회상장면, 혼재된
상상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몽타주처럼 재구성할 때 비로소 의
미가 연결된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이질적인 장면들은 시몽이 집필하
는 그 순간과 작용하면서 생겨난다. 이 때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미지들이 결합하면서 자유롭게 교감하여 더욱 확장되고 풍부한 세계를
구축한다. 따라서 시몽의 ‘글쓰기의 현재’는 미리 구상된 글보다 훨씬 다
양하고 낯선, 풍부한 이야기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시몽의
글쓰기의 현재를 규명한 뒤, 호텔에서 스페인 내란이 어떻게 드러나
는지 살펴보고, 시몽에게 혁명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고찰해보
고자 한다.
2. ‘글쓰기의 현재 Le présent de l'écriture’
클로드 시몽은 글쓰기를 백지와의 대면으로 규정하면서 “감정, 기억,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의 불분명한 마그마와 언어, 즉 그것들
을 말하기 위한 단어들과 그 단어들에게 질서를 부여하며 어떤 의미로
구체화시키는 구문이다” 3) 라고 보았다. 과거에 느꼈던 경험 속의 감정과
3) Ibid. : “lorsque je me trouve devant ma page blanche, je suis confronté à deux
choses : d'une part le trouble magma d'émotions, de souvenirs, d'image qui se
trouve en moi, d'autre part la langue, les mots que je vais chercher pour le d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