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34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하는 상징과 암시가 적잖이 편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호텔은 1936
년 당시 작가 자신이 경험한 스페인 내란과 맞닿아 있다. 제목인 호텔
도 당시 바르셀로나 Barcelone에서 시몽이 묵었던 콜롱 호텔 hôtel Colon
을 가리킨다.
시몽의 소설은 다각적인 서술방식으로 기술되어, 기억의 복합적인 연
상, 현실과 추억 그리고 상상의 결합, 감각과 지각의 현상학적 관찰, 내
적 고백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 전쟁이 발발한 직
후인 9월 중순에 공화파를 지지했던 시몽은 공산주의자인 친구와 함께
신분증을 위조하여 당시 출입조차 어려웠던 스페인에 잠입하여 바르셀로
나의 콜롱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에는 시몽이 직접 목격하고 느끼고
들었던 상황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소설 속에서는 도
시명도 언급되지 않고, 사건의 정황도 시간적 추이로 전개되어 있지 않
다. 호텔은 회상을 통한 기억의 편린들이 재구성되는 방식으로 이루어
져있지만, 전쟁 전의 기억과 전쟁 후의 기억들이 어지럽게 결합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삼중의 연상 작용으로 인해 매우 혼란스
럽게 보인다.
시몽은 자신의 글쓰기를 “글쓰기의 현재 le présent de l'écriture 1) ”의
방식이라고 지칭하였다. 글쓰기의 현재는 사전의 구상 없이 글을 시작하
는 순간에 내용이 시작된다. 스톡홀름 연설문 Discours de Stockhölm
에서 시몽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의 매우 모호한 계획
과 언어와의 공생관계로부터 나오는 결과들로 최초의 의도보다 훨씬 풍
부한 것이다” 2) 라고 규정하였다. 누보로망 작가로 분류되면서도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소개나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았던 시몽이 1981년 노벨 문
1) Claude Simon, Discours de Stockhölm, Les Editions de Minuit, 1986, p. 25.
2) Ibid. : “c'est que l'on n'écrit (ou ne décrit) jamais quelque chose qui s'est passé
avant le travail d'écrire, mais bien ce qui se produit (et cela dans tous les sens du
terme) au cours de ce travail, au présent du celui-ci, et résulte, non pas du conflit
entre le très vague projet initial et la langue, mais au contraire d'une symbiose
entre les deux qui fait, du moins chez moi, que le résultat est infiniment plus
riche que l'inte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