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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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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strong>43</strong>집<br />

화가는 당대의 종교화의 관례를 따르되 새로운 자신만의 방식을 추가<br />

하였다. 당시 북유럽 종교화의 경향이었던 ‘예수의 고행’과 ‘악마’라는 화<br />

두를 선택하였다. 또한 그는 맥각중독과 관련한 당대의 이미지에 공통적<br />

으로 등장하는 인물이자 제단화를 주문한 수도회의 수호성인인 ‘성 앙투<br />

안’을 잘 결합시켰다. 이 주제들은 여러 폭으로 이루어진 이센하임 제단<br />

화의 곳곳에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마치 맥각중독 치유를 위해 잘 짜인<br />

프로그램이자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그뤼네<br />

발트의 그림은 당대 화가들의 맥각중독의 치유에 대한 표현에서 큰 차이<br />

를 보이는데, 당대 화가들의 그림은 주로 '절단'이라는 물리적 치유와 공<br />

포심을 부각시켰던 반면에 그뤼네발트는 심리적 치유를 강조했다.<br />

이센하임 병원은 내원한 맥각중독 환자들이 첫 치료를 받기 전 이 그<br />

림이 있는 방으로 데려가 쾌유를 빌게 했다. 을 보고 환자<br />

들은 극한의 고통을 보여주는 그리스도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정신적으로<br />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어서 첫 화면인 을 열면,<br />

그 안쪽에는 방금 전에 보았던 음울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밝고 화<br />

려한 예수 탄생과 부활의 장면이 나타난다. 환자들에게 희망과 미래를<br />

약속하는 의도로 그려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을 다시 열어 마침내<br />

세 번째 화면을 보면, 성 바울을 만나는 성 앙투안과 악마의 거센 유혹을<br />

이겨내는 성인의 모습은 ‘악마의 불’로부터 환자들을 직접적으로 막아주<br />

면서 약용식물까지 제공해준다는 믿음과 함께 환자들에게 불안과 공포를<br />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결국 이센하임 제단화는 환자들에게 심리<br />

적 위안을 통해 육체의 병을 이겨내는데 희망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종<br />

교화 본연의 성스러움을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당대인들의 사랑을 받았<br />

고, 수백 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넘어 오늘날의 감상자들에게도 깊은 감동<br />

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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