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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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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맥각중독 ❚ 211<br />

들을 죽음과 불구의 공포로 몰았던 맥각중독이다. 17세기 말 병의 원인<br />

이 밝혀지기까지 천형으로만 여겨졌던 이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br />

위해 사람들은 종교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10세기 이래로 프랑<br />

스와 독일 지역에 맥각중독이 창궐하자 특정 질병에 특정 수호성인을 연<br />

결하는 기독교적 전통에 따라 이 질병의 수호성인이 성 앙투안으로 결정<br />

되고, 교황청에서는 이 질병에 걸린 사람을 위로하고 구호하는 임무를 띤<br />

전담 수도회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배경으로부터 성 앙투안 수도<br />

회가 세워졌고, 이 질병이 창궐했던 지역 중의 한 곳인 알자스 지방의 이<br />

센하임에 수도원과 병원이 건립되었던 것이다. 이센하임 병원의 맥각중<br />

독 환자에 대한 효율적인 처치로 명성이 쌓여감에 따라 환자뿐 아니라<br />

순례자의 발길이 많아지게 되었다. 대내외적인 명성에 부응하고 동시에<br />

환자의 육체적 치료와 함께 영혼의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방편으로 이센<br />

하임 수도회는 당시 유행했던 제단화를 주문하게 되었고, 그 임무가 독일<br />

바이에른 주의 뷔르츠부르크(Wurzburg) 출신 작가 그뤼네발트에게 맡겨<br />

졌다.<br />

곡식의 이삭에 형성된 곰팡이를 먹어 생기는 이 병은 특수한 기후조건<br />

에서 형성되는 곰팡이가 일차적 원인이었지만, 먹을 것이 넉넉했더라면<br />

굳이 이상한 모양의 이삭까지 다 함께 빻아 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br />

서 흉작이나 가난이 이 병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br />

이 병의 주요 환자는 사회 저층민이었을 것이고, 보슈나 브뤼겔의 그림<br />

에 나타나듯 이 병을 이겨낸 후에도 불구자가 되어 걸인으로 전락함으<br />

로써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병의 구호 차원과<br />

함께 사회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교회와 수도원은<br />

원인도 모르는 병의 실제적인 육체적 치유보다는 심리적 치유에 더 주<br />

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맥각중독 환자들의 심리<br />

적 위안을 통해 육체의 병을 이겨내는데 보탬이 되면서 동시에 종교화<br />

본연의 성스러움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중의 목표가 그뤼네발트에게 주어<br />

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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