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와 맥각중독 ❚ 207
제작이라는 쉽지 않은 임무를 부여받은 그뤼네발트는 제단화의 방식을
당시 종교화의 경향을 따르기로 한다. 15세기 말부터 북유럽의 종교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대세였다. 첫째 유형은 그리스도의 고통에 대한 성
찰을 유도하는 방식이고, 둘째 유형은 악마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드러내
는 방식을 취했다. 그뤼네발트는 에서 첫 번째 유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심신이 지쳐버린 환자가 수도사의 안내로 성당에 들어서
면서 처음 본 것은 고통에 몸을 뒤틀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다. 어둡고 황
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나무를 마구 잘라 만든 거친 십자가에 못 박힌 그
리스도는 가시관을 쓰고 고통에 못 이겨 뒤틀린 자세로 매달려 있다. 몸
은 이미 무겁게 늘어져 십자가의 양쪽이 휘어져 있으며, 입은 열려 있고,
못이 박힌 손가락은 갈라져 위로 향해 뻗치고 있다. 자신의 피부처럼 온
몸에 상처와 멍이 든 예수는 환자들에
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 초록색으로 변색하기 시작한 그
리스도의 피부나 마치 피고름이 흐르
는 듯한 예수의 발(그림 12)은 맥각중
독 환자들의 환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는 점 26) 에서 환자들은 그리스도와 자
신을 동일시했을 것이다. 그러한 충격
과 동일시를 통해 환자들은 자신들보
다 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리스
도의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느끼며, 동
시에 영적 위안과 함께 치유의 희망을 의 부분
품게 된다. 27)
26) Eugene Monick, Evil, Sexuality and Disease in Grünewald's Body of Christ,
Spring Publications, Dallas, 1993, pp. 26-28.
27) Albert Châtelet (dir.), Grünewald et son oeuvre, acte de la table ronde organisée
par le 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Strasbourg et Colmar, 1974,
pp.7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