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204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다. 당시의 병원은 맥각중독 환자만이 유숙( 留 宿 )하는 것이 아니라 순례
자들이나 재산을 기부한 대가로 죽을 때까지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도 함
께 기거했다. 그러한 재산 기부를 토대로 이센하임 병원은 문을 열게 되
고,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번창하게 되었다. 실례로 성 앙투안에 대한
사랑으로 아델하이트(Adelheid von Burgheim)와 그의 어머니는 이센하
임 병원에 리크비르(Riquewir)의 포도밭과 지대( 地 代 )를 봉헌했다. 22) 이
센하임 병원의 다양한 치료방식과 환자 관리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14세기 말부터 이센하임 성 앙투안 수도원이 순례지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사정으로 순례자들을 위한 새벽 미사를 마련하거나 환자들이 침대
에 누워 미사를 볼 수 있도록 제단이 갖추어진 병원 건립이 계획되기도
하였다.
환자의 육체적 치료와 함께 영혼의 치료까지 담당해야 했던 이센하임
수도회는 미사 외에도 강력한 종교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하게 된다. 그 해결책으로 중세 말과 르네상스시기에 유행했던 제단화 23)
에 주목하고, 수도원장은 적당한 미술가를 찾게 되었다. 남아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제단화의 주문이 이루러진 상황이나 제작 과정에
대하여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동의하는 점은 이센하임 수도
원장이었던 기 게르(Guy Guers, 1490-1516 재임)가 그뤼네발트에게 회
화 작업을 의뢰했다는 사실이다. 24)
1510년에서 1516년 사이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센하임 제단
화는 여러 폭의 그림으로 이루어졌다. 닫힌 상태에서 을
22) Ibid., p. 46.
23) 특히 여러 폭으로 이루어진 제단화는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 충격과 함께 많
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인들에겐 마치 현대의 영화와 같은 역할을
했다.
24) 정확하게 어떤 수도원장이 누구에게 주문을 했으며, 작가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 제
단화 작업을 했는가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논문들을 참조할 것.
Pantxika Béguerie-De Paepe et Philippe Lorentz, “Nouvelles hypothèses sur la
genèse du retable d'Issenheim: Grünewald et Strasbourg?”, Grünewald et le
retable d'Issenheim, Musée d'Unterlinden, Colmar, 2007, pp.12-15.
Elisabeth Clementz, op. cit., pp. 4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