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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strong>43</strong>집<br />
는 마을의 화재는 맥각중독의 다른 명칭인 ‘신성한 불’ 혹은 ‘지옥의 불’,<br />
‘성 앙투안의 불’과 관련이 있다. 맥각중독 환자들의 공통적인 경험 중의<br />
하나가 병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그들이 야수나 악마에게 공격을 받고 있<br />
다는 환상에 빠진다는 것인데, 그런 특징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 그림에<br />
는 무수한 형태의 짐승과 악마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그림의 한가운데(그<br />
림 5)는 푸른 수도사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는 성 앙투안 16) 이 보이는데,<br />
그의 주위에 두 명의 맥각중독 환자가 보인다. 한 명은 흰 옷을 입고 서있<br />
는데, 절단된 다리를 나무 의족에 지탱하고 있다. 붉은 망토에 실크해트를<br />
쓴 다른 한 명은 앉아서 바닥에 놓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흰 천위에<br />
놓인 물건을 잘 살펴보면, 그것이 뼈가 드러나 보이는 사람의 발임을 알<br />
수 있다. 앉아있는 인물의 옆에 놓인 T자형 지팡이를 포함한 여러 정황으<br />
로 미루어 그 발은 맥각중독으로 인해 썩어 절단된 것으로 여겨진다.<br />
보슈, <br />
(중앙 패널), 1505-6, 패널 위에 유채,<br />
131x119cm, 국립 고대 미술관, 리스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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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패널), 부분<br />
16) 그의 옆에 그를 상징하는 T자형 지팡이가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