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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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려를 통해 이센하임 제단화를 당대의 시각문 화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고찰을 통해 우리는 그뤼네 발트의 제단화가 어떤 점에서 당시의 관행을 따르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보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의 사람들은 빈곤과 질병을 미화했는데, 이는 그것이 구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난한 자를 돌보는 행위가 찬미됨에 따라 중세의 미술작품에는 불구자와 거지 등을 묘사한 장면들 이 많이 보인다. 15) 특히 많은 성자들이 그러한 사람들을 구호하는 수호 자로서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그 질병과 관련된 특정한 성격을 보여주 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성 로쉬는 페스트나 전염성 림프선종으로부터 인 간을 구호하는 수호성인으로, 성 나사로나 성 엘리자베스는 한센병 환자 를 구호하는 모습으로 미술작품 속에 등장했다. 맥각중독의 수호자인 성 앙투안 역시 많은 시각적 이미지로 등장했다. 루아르에셰르(Loir-et-Cher) 소재 라 바르댕(Lavardin) 교회에 그려진 15세기 의 프레스코(그림 2)를 보면,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고 왼손에 책을 들고 있는 성 앙투안과 그의 도상학적 부속물인 돼지가 그려져 있다. 특히 이 벽화에서 가장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성인의 머리 뒤에 걸려있는 손과 발의 형상이 다. 무슨 연유로 손과 발의 형상이 성인 의 그림에 등장한 것일까? 누구의 손과 발이고, 이것은 성 앙투안과 무슨 관계 , 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5세기, 프레스코, 라바르댕 교회, 루아르에셰르 라바르댕 교회의 프레스코와 비슷한 시 15) 헨리 지거리스트, op. cit., p. 321.
와 맥각중독 ❚ 199 기에 그려진 목판화(그림 3)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머리 뒤의 후광과 T자 형 지팡이, 의연금 모집을 알리는 종, 율법서, 화염, 돼지 등으로 미루어 의자에 앉아있는 인물은 성 앙투안임을 알 수 있다. 그가 앉아있는 의자 주위의 네 인물은 각기 손에 무엇인가를 내밀고 있는데, 이는 성 앙투안에 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성인의 발밑에는 세 명의 인물이 보이는데, 화면 오른쪽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의 경우 잘 살펴보면 그의 왼 쪽 다리의 무릎 아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왼손에는 목발이 보인다. 화면 왼쪽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은 기도를 드리는 듯한데, 그의 오른손은 부어서 굉장히 크고 손가락 부분은 마 치 화염에 휩싸인 듯 붉게 물들어 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전경의 두 사람은 맥각중독에 걸렸거 나 회복 중인 사람으로 성 앙투안에게 관심과 치료를 구하고, 후경의 네 사람 은 성인의 도움으로 맥각중독으로부터 벗어나서 경배를 드리는 것으로 해석 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의 머리 위에 걸린 손 , 과 발은 결국 맥각중독을 이겨냈거나 목판화, 1450년경, 이겨내기를 바라는 환자들이 성인에게 판화전시실, 뮌헨 바치는 봉헌물인 것이다. 환자들이 목숨대신 기꺼이 자신의 손과 발을 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사람들에 게 이 병이 얼마나 심각하고 무섭게 받아들여졌는가를 엿볼 수 있다.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중세의 삶을 환상적인 이미지에 담아낸 화가인 보슈의 작품에도 성 앙투안과 맥각중독 환자가 등장한다. 을 그린 세 폭 그림 중에서 가운데 그림(그림 4)에는 맥각중독과 관련한 상징들이 많이 나타난다. 먼저 화면의 어두운 후경을 밝히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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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strong>43</strong>집<br />
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려를 통해 이센하임 제단화를 당대의 시각문<br />
화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고찰을 통해 우리는 그뤼네<br />
발트의 제단화가 어떤 점에서 당시의 관행을 따르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br />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보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br />
중세의 사람들은 빈곤과 질병을 미화했는데, 이는 그것이 구원을 받기<br />
위한 조건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난한 자를 돌보는 행위가<br />
찬미됨에 따라 중세의 미술작품에는 불구자와 거지 등을 묘사한 장면들<br />
이 많이 보인다. 15) 특히 많은 성자들이 그러한 사람들을 구호하는 수호<br />
자로서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그 질병과 관련된 특정한 성격을 보여주<br />
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성 로쉬는 페스트나 전염성 림프선종으로부터 인<br />
간을 구호하는 수호성인으로, 성 나사로나 성 엘리자베스는 한센병 환자<br />
를 구호하는 모습으로 미술작품 속에 등장했다. 맥각중독의 수호자인 성<br />
앙투안 역시 많은 시각적 이미지로 등장했다.<br />
루아르에셰르(Loir-et-Cher) 소재 라<br />
바르댕(Lavardin) 교회에 그려진 15세기<br />
의 프레스코(그림 2)를 보면, 오른손에<br />
지팡이를 들고 왼손에 책을 들고 있는<br />
성 앙투안과 그의 도상학적 부속물인<br />
돼지가 그려져 있다. 특히 이 벽화에서<br />
가장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성인의<br />
머리 뒤에 걸려있는 손과 발의 형상이<br />
다. 무슨 연유로 손과 발의 형상이 성인<br />
의 그림에 등장한 것일까? 누구의 손과<br />
발이고, 이것은 성 앙투안과 무슨 관계<br />
, 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br />
15세기, 프레스코, 라바르댕<br />
교회, 루아르에셰르 라바르댕 교회의 프레스코와 비슷한 시<br />
15) 헨리 지거리스트, op. cit., p.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