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196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안면 창백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데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고, 만성은
경련과 팔다리의 괴저를 일으킨다. 특정 기후 조건 하에 창궐하는 맥각
중독은 중세 사람들에게 페스트만큼이나 무서운 질병이었다. 10)
‘신성한 불’ 혹은 ‘지옥의 불'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맥각중독은
인간에 대한 신의 징계로 여겨졌다. 기독교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벌
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에게 자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인 치유를 약속하고 설교”하는 기독교에
따르면 질병은 “하느님을 대면하는 직접적인 방법” 11) 이다. 그리고 예수를
비롯한 그의 제자들과 여러 성인들은 기적의 시술을 통해 환자들을 치유하
기도 하였다. 성 세바스티앙이 페스트로부터 인류를 수호하고 성 나사로가
나병 환자를 구호하듯이, 맥각중독의 수호성인은 성 앙투안(Saint-Antoine)
이었다. 사막에서 13년 간 금욕생활을 하며 갖은 악마의 유혹을 이겨냈던
앙투안 성자의 성유골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마침내 11
세기 십자군에 의해 도피네(Dauphiné) 지방의 생-앙트완-라베이(Saint-Antoinel'Abbaye)로
옮겨졌는데, 이후 많은 순례자와 환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
다. 특히 1039년 지방 귀족이었던 가스통 드 라 발루아(Gaston de la
Valloire)가 성 앙투안 유물에 기도를 함으로써 맥각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
었는데, 이후 그는 성 앙투안을 기리는 성 앙투안 병원 형제회를 설립했다.
1247년 교황 이노센트 4세는 이 평신도회를 독립적인 수도회로 승격시켰
다. 12) 이 수도회는 맥각중독 환자들의 치료에 좋은 결과를 보임으로써 번
성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리용 근처의 생-앙트완-앙-비에누아(Saint-Antoine-en-Viennois)에 본부
를 둔 성 앙투안 수도회는 중앙 집중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본부의
10) Hugo Ziemssen, Albert Henry Buck, Cyclopedia of the Practice of Medicine,
Volume 17, 1878, pp. 915-916.
11) 헨리 지거리스트, op. cit., p. 138.
12) Elisabeth Clementz, “Les précepteurs d'Issenheim, Bâle et Strasbourg, et leurs
réseaux de relations”, Grünewald et le retable d'Issenheim, Musée d'Unterlinden,
Colmar, 2007, p.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