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194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등의 후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6) 이처럼 질병은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한 사
회나 문명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바로 그런 사실로부터 “질병의 양상과
거기에 대한 대응은 한 사회의 성격과 수준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 7) 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사진기나 비디오카메라 등의 매체가 없었던 과거
에 그러한 질병은 주로 글과 그림을 통해 기록되고 기억되었다. 그렇다
면 서양미술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질병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 질병
의 양상과 그 병에 대응하는 당대 사회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거리스트의 관점을 이용하면, 맥각중독과 관련된 그림이라고
익히 알려져 있는 그뤼네발트의 에 대한 이해와 접근
을 기존의 편협한 차원을 넘어 보다 넓은 문명사적 차원이나 문화적 상
황과 배경 속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에 나타나는 맥각중독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떠한지, 더 나아
가 화가가 그러한 역병을 주제로 선택한 배경에는 그림을 주문한 후원자
들의 어떠한 관심이 반영되었는지, 더 나아가 그러한 관심은 당시의 어떠
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아울러 그뤼네발
트가 맥각중독이란 역병을 종교화의 주제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형상
화하였으며, 그러한 표현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는 당시 프랑스 북동부
지방이 맥각중독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이 병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였는가에 대한 답을 15-16세기의 맥각중독 관련한 다양한 이미지
들(책의 삽화, 벽화, 다른 작가의 그림)과 더불어 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찾아볼 것이다.
6) 헨리 지거리스트, 문명과 질병, 한길사, 2012, pp. 43-44.
7) Ibid., p.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