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162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은 화염”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게 타오르는 듯한 이 공간은 사빈느의 숨
겨진 욕망, “관능”과 “쾌락”이 타오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47)
사빈느는 나나가 상징하던 화류계의 사치스러움과 낭비벽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방은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딸 약혼식 파티에서
흐르는 음악으로 확인된다. 바리에테 극장에서 나나가 불렀던 “금발의 비
너스La Blonde Vénus” 48) 를 사빈느는 딸 약혼식 파티의 배경음악으로 선
곡한 것이다. 이렇게 나나와 같은 생활이 사빈느의 이상임을 고백함으로
써 사빈느의 타락은 절정에 이른다.
결론
사빈느는 시집인 뮈파백작 조상 때부터 거주하는 오래된 저택을 나나
의 집을 모방하여 개조하고 반면 나나는 여러 번의 이사 49) 끝에 빌리에가
저택을 귀족과 상류계층을 모방하여 장식한다. 엄격하고 근엄한 상류계
층의 공간과 저속하고 통속적인 하층계급에서 신분상승을 한 화류계의
공간, 서로 대립적인 두 공간은 이렇게 서로 뒤섞이면서 해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 지위와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던 이 두 공간의 대립성
은 점차 희미해져서 서로 뒤섞이는 모습을 보인다. 본 논문에서는 나나
와 사빈느의 주거공간만을 분석했으나, 이는 사회적 공간인 바리에테 극
장, 롱샹 경마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샹탈 베르트랑 제닝스가 지
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대립성의 완만한 해체와 뒤섞임은 결국 한 공간
47) “Et ce tressaillement des murs, cette nuée rouge, étaient comme la flambée
dernière, où craquait l'antique honneur brûlant aux quatre coins du logis.” Ibid.,
p.409
48) “L'orchestre venait de reprendre la valse de La Blonde Vénus” Ibid.,p.407.
49) 나나의 여러 번의 공간 이동은 샹탈 제닝스의 지적대로 그녀의 경제적 불안정과 사
회적 위치의 불확실성을 나타낸다. “Le nombre de ces appartements ainsi que leur
grande dissemblance témoignent de l'instabilité de Nana et de la précarité de sa
position sociale.” Chantal Bertrand-Jennings,op.cit.,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