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나나Nana에 나타난 공간과 여성 ❚ 147
외에 나나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공간은 그녀가 배우 겸 가수로 일
하는 바리에테 극장이다. 큰 아파트와 극장, 이 두 공간 중 어느 곳도 나
나의 생활과 휴식의 공간은 아니다. 쟝 프랑수아 토나르의 언급 10) 처럼
나나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은 그녀가 남자들 앞에서 예쁘게 단장한 모습
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아파트의 파우더룸도, 침실도 아니며, 그녀가 조명
을 받으며 여신처럼 군림하는 바리에테 극장의 무대 위 공간도 아니다.
그녀의 휴식공간은 아파트 부엌이나 좁고 냄새나는 극장 분장실 등 협소
한 닫힌 공간이다. 이런 곳만이 그녀가 손님 앞에서의 “보여주기 paraître”
의 공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être”의 공간
이라고 볼 수 있다. 나나는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는 닫힌 공간에서 자유
로움을 느끼며, 그곳에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양, 의상과 화장, 그리
고 꾸며낸 우아한 말투를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어린 시절 천박한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나나가 닫힌 공간을 좋아하는 인물
이라고 엘리즈 노에탱제가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11)
1.2. Sabine의 주거 공간
뮈파 백작 부인 사빈느가 살고 있는 공간은 파리의 부자동네 미롬스닐
Miromsnil 가에 위치해 있다. 그녀의 친정아버지 슈아르 후작은 여자를
좋아하는 유명한 난봉꾼으로 소설 초반에 뮈파를 대동하고 나나의 극장
분장실에 찾아가며 소설 후반에 뮈파의 애첩인 나나와 잠자리를 하다가
사위에게 그 장면을 들킨다. 사빈느의 친정어머니는 당연히 남편의 관심
10)“Ces lieux clos, incarnant les ‘roles’ que Nana joue au théâtre, témoignent de
l'instabilité de sa position sociale.” Jean-François Tonard, Ibid.,p.206
11) Elise Noetinger도 나나는 무엇보다 극장분장실이나 아파트 부엌등 혐소한 공간을
좋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Nana est un personnage évoluant avant tout en huit-clos,
dans sa loge de théâtre, sur la scène, dans la cuisine de son appartement-tout autant
de chambres construisant la dominante «claustrophile» de la composition de
l'ouevre.” Elise Noetinger, op.cit.,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