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생-존 페르스와 에메 세제르 ❚ 131
족의 이주는 식민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마
지막 “콘키스타도르”이다. 이후 그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새
로운 세계를 향해서 늘 떠나는 사람의 길을 선택하였다. 어린 시절 과들
루프를 뒤로 하고 영원한 유랑의 길을 선택한 생-존 페르스의 죽음에 대
하여 세제르는 앤틸리스적 요소를 이용하여 추모의 예를 갖춘다. 흥미로
운 점은 세제르가 이 시에서 한편에서는 앤틸리스적 요소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생-존 페르스 시의 특징을 차용한다는 점이다.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가 생-존 페르스의 시에서 분석한 동일한 어
휘와 통사구조의 반복에 근거한 “열거” 52) 가 이 시에서 나타난다. 위 시에
서 “celui qui”가 이끄는 아나포라 anaphore가 6회 반복되는데, 생-존 페
르스의 원정Anabase 10장에서 “celui qui” (혹은 “ceux qui”)가 이끄는
아나포라가 19회 반복된다. 세제르의 시가 보여주는 이러한 반복은 부두
교의 의식이 지향하는 일종의 탈아상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앙드레 클
라브리는 이 형식을 “시적 최면상태” 53) 를 유도하는 형식이라고 칭한다.
두 시인에게 공통적으로 이러한 열거는 상호 이질적인 요소들의 열거이
다. 또한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명사구에 의한 상호 이질적인 요소들의
열거가 나타난다. 54) 또한 다양한 지식의 열거가 이 두 시인에게 공통적
으로 나타난다. 55) 이러한 열거 기법은 앤틸리스 지역의 구술적 전통에
속하는 요소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세제르는 생-존 페르스가 정복자의 후
손이고 자신은 피정복자의 후손이라는 차이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앞에
서 본 시에서 세제르는 생-존 페르스의 문체를 모방하며 자신과 백인 시
인 사이의 차이를 축소시킨다. 그의 모방적 태도는 생-존 페르스의 문체
가 근본적으로는 앤틸리스적 구술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암시한
52) Roger Caillois, Poétique de St-John Perse, Paris, Gallimard, 1972, p. 105.
53) André Claverie, op. cit., 2002b, p. 18.
54) 로제 카이와는 생-존 페르스의 시에 나타나는 “명사문”의 분석을 제시한다. Roger
Caillois, op. cit., pp. 34-36.
55) 이 점에서 로제 카이와는 생-존 페르스의 시를 “백과사전적 시”리고 칭한다. Roger
Caillois, op. cit., p.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