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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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한 사회적 현실에 대한 어떠한 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에서 중심 인물들은 주로 왕, 여왕, 왕자, 황제, 섭정, 정복자, 영주, 기사 등 지배자 의 위치에 서는 사람들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외교관으로서의 그의 삶은 귀족적 삶이었으며 지인들과 관심 사항들도 그의 귀족적 취향을 잘 보여 준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그가 시 「찬가」에서 “나는 떠났다” 36) 라고 말하 듯이 그는 유소년기에 경험한 과들루프의 식민적 자취가 남아있는 위계 적 사회를 지나가버린 과거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가 유소년기에 경험 한 식민주의적 사회를 그린 것은 슬픔에 잠겨 그러한 과거를 그리워하고 회귀하여 도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레유 사코트Mireille Sacotte가 말하듯이 시적 자양분이 되는 기억을 “현재에 되살려” 37) 어린시절이라는 영원한 근원에서 미래의 삶을 위한 토대를 얻기 위한 것이다. 생-존 페르 스는 식민지배자와 피식민자의 양분적 시대는 끝을 고했다고 보고 새로 운 미래의 땅을 향해 나아갔다. 세제르는 식민적 지배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흑인, 더 나아가 제3세계의 민중들이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 하도록 하는 보편적 휴머니즘을 위해 투쟁했다. 결국 이 둘의 태생적 유 산인 프로스페로와 칼리반의 구분은 극복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3. 차이를 넘어서 생-존 페르스는 프랑스의 레 비뇨Les Vigneaux에서 1975년에 사망하 는데, 세제르는 1976년에 시 「생-존 페르스를 위한 부두교 의식Cérémonie 35) Maryse Condé, “Éloge de Saint-John Perse”, Europe, 73 e année - N° 799-800 Novembre-Décembre 1995, p. 20. 36) Saint-John Perse, O. C., p. 47. 37) Mireille Sacotte. Éloges et La Gloire des Rois, de Saint-John Perse, Paris, Gallimard, 1999, p. 51.
생-존 페르스와 에메 세제르 ❚ 127 vaudou pour Saint-John Perse…」을 발표하여 생-존 페르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선 흥미로운 점은 제목의 “부두교”라는 표현이다. 세제르는 과 들루프의 상층 백인 출신인 생-존 페르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아프 리카 신앙에 기원을 둔 카리브해 흑인들의 종교인 부두교 의식을 시로 표현한다. 비록 카리브해 지역 출신이지만 유럽 문명에 뿌리를 둔 생-존 페르스를 흑인의 전통인 부두교 전통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세제르가 생- 존 페르스의 앤틸리스적 기원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점을 드러내며 동 시에 이 둘 사이에 놓인 인종적 차이를 넘어 두 시인의 시세계를 접근시 키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이와 관련하여 앙드레 클라브리는 이 시를 통 해 세제르가 생-존 페르스의 시를 “점유” 38) 하는 것으로 본다. 세제르는 이 시에서 우선 식민주의자와 피식민자의 차이를 시적 형상화를 통해 대 조적으로 보여준다. celui qui balise l'aire d'atterrissage des colibris celui qui plante en terre une hampe d'asclépias de Curaçao pour fournir le gîte aux plus grands monarques du monde qui sont en noblesse d'exil et papillons de passage celui pour qui les burseras de la sierra suant sang et eau plus de sang que d'eau et pelés n'en finissent pas de se tordre les bras grostesques dans leur parade de damnés 39) 벌새들의 착륙장 표지를 하는 사람 고귀한 망명자들 그리고 지나가는 나비들인 세상에서 최고의 위대한 군주들 40) 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38) André Claverie, “Saint-John Perse face aux lettres antillaises”, in Georges Voisset et Marc Gontard (sous la direction), Écritures caraïbes, Presses Universitaires de Rennes, 2002b, p. 18. 39) Aimé Césaire, La poésie, Paris, Éditions du Seuil, 1994 (1976), p. 484. 40) “grand monarque”는 회유성( 回 遊 性 ) 제왕나비이며 아스클레피아스에 알을 낳고 거기 에서 유충이 생겨나 자라난다. 따라서 “grands monarques”는 일종의 아나그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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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적 현실에 대한 어떠한 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에서 중심<br />
인물들은 주로 왕, 여왕, 왕자, 황제, 섭정, 정복자, 영주, 기사 등 지배자<br />
의 위치에 서는 사람들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외교관으로서의 그의 삶은<br />
귀족적 삶이었으며 지인들과 관심 사항들도 그의 귀족적 취향을 잘 보여<br />
준다.<br />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그가 시 「찬가」에서 “나는 떠났다” 36) 라고 말하<br />
듯이 그는 유소년기에 경험한 과들루프의 식민적 자취가 남아있는 위계<br />
적 사회를 지나가버린 과거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가 유소년기에 경험<br />
한 식민주의적 사회를 그린 것은 슬픔에 잠겨 그러한 과거를 그리워하고<br />
회귀하여 도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레유 사코트Mireille Sacotte가<br />
말하듯이 시적 자양분이 되는 기억을 “현재에 되살려” 37) 어린시절이라는<br />
영원한 근원에서 미래의 삶을 위한 토대를 얻기 위한 것이다. 생-존 페르<br />
스는 식민지배자와 피식민자의 양분적 시대는 끝을 고했다고 보고 새로<br />
운 미래의 땅을 향해 나아갔다. 세제르는 식민적 지배를 종식시키겠다는<br />
목표를 갖고 흑인, 더 나아가 제3세계의 민중들이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br />
하도록 하는 보편적 휴머니즘을 위해 투쟁했다. 결국 이 둘의 태생적 유<br />
산인 프로스페로와 칼리반의 구분은 극복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알<br />
수 있다.<br />
3. 차이를 넘어서<br />
생-존 페르스는 프랑스의 레 비뇨Les Vigneaux에서 1975년에 사망하<br />
는데, 세제르는 1976년에 시 「생-존 페르스를 위한 부두교 의식Cérémonie<br />
35) Maryse Condé, “Éloge de Saint-John Perse”, Europe, 73 e année - N° 799-800<br />
Novembre-Décembre 1995, p. 20.<br />
36) Saint-John Perse, O. C., p. 47.<br />
37) Mireille Sacotte. Éloges et La Gloire des Rois, de Saint-John Perse, Paris, Gallimard,<br />
1999, p.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