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124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하여 영웅적인 반식민 투쟁을 한 인물이다. 28) 요컨대 세제르는 그의 작
품에서 피식민자의 입장에 서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이다. 세제
르의 이러한 박탈당한 자의 편에 서는 태도는 그가 자신의 고향 마르티
니크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귀향수첩에 잘 나타난다. 1인칭 화
자이며 주인공인 “나”는 낮은 구릉 형태의 산에 위치한 초라하고 작으며
불결한 집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6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동거하고 있
다. 화자의 가정은 마르티니크 흑인 가정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데, 흑인
들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현 상태에 대한 의식이 없이 패배 의식에 빠
져 체념적으로 굴종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또한 화자인 세제르는 과
거로 거슬러 올라가 노예제도 하에서 목에 밧줄을 걸고 있는 노예 소년
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그리고 세제르는 과거의 노예선의 비극의 참상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어 노예제도의 부당함을 고발한다. 따라서 세제르에
게 고향 마르티니크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 아니라 노예제도와 식민주
의의 비극을 기억하는 환멸의 땅이다. 세제르에게 마르티니크로의 귀향
이 사르트르가 말하는 “흑인 오르페우스” 29) 의 “지옥으로의 하강”이라면
생-존 페르스에게 이웃한 섬 과들루프로의 귀향은 낙원으로의 귀향이다.
시집 찬가Éloges의 서문에 해당되는 시 「문 위의 글Écrit sur la
porte」에서 식민지의 플랜테이션 농장 경영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는
“요트의 돛을 부러워하지 않기에 충분한 모든 것” 30) 이 있을 정도로 섬의
삶은 충족된 삶이다. 시 「찬가Éloges」에서 낙원적 삶을 사는 어린 알렉
시 레제에게 “어린시절, 나의 사랑” 31) 은 여유로움과 평화로움 속에서 다
양한 열대지역의 동식물들에 둘러쌓인 시기이다. 「어린시절을 축하하기
28) Armand Nicolas, Histoire de la Martinique: Des Arawaks à 1848, Tome 1, Paris,
L'Harmattan, 1996, pp. 288-289.
29) Jean-Paul Sartre, “Orphée noir”, in Anthologie de la nouvelle poésie nègre et
malgache de langue française par Léopold Sédar Senghor, Paris, PUF., 1948, IX.
30) “toutes choses suffisantes pour n'envier pas les voiles des voiliers”, Saint-John
Perse, O. C., p. 8.
31) “Enfance, mon amour”, Saint-John Perse, O. C., p.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