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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strong>43</strong>집<br />
그의 죽음은 결국 망각이었다. 망명자의 기억, 이상화된 과거는 망각<br />
속에 묻히고, 죽음으로 노르망은 다시 태어났다.<br />
4. 문화횡단과 다양성의 의미<br />
노르망이 마지막으로 택한 마이애미는 아이티, 몬트리올과 함께, 장 바<br />
질의 표현에 따르면, “망명의 삼각형” 22) 을 구성하는 의미심장한 장소로<br />
묘사되고 있다. “통행지, 유랑의 땅, 상속자가 없는 땅”(PAS, 66)인 마이<br />
애미는 중남미 출신의 망명자와 조국을 잃은 자들이 만나는 중계지이며,<br />
가난의 땅을 벗어난 그들이 정착하여 희망을 꿈꾸는 장소이고, 꿈이 깨진<br />
뒤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갈 결심을 한 자들을 위한 출발지이다. 한 마디로<br />
이곳은 “북아메리카의 라틴 아메리카”(PAS, 66)가 되었다. 노르망의 친구<br />
인 유유(Youyou)는 “농담”처럼 말한다. “적어도 마이애미에서, 우리는 미<br />
국사람이 될 수 없다. 이곳에서 아이티사람들은 그들의 언어로 말하고<br />
그들의 제신을 섬기며 그들의 민요를 부르고 그들의 리듬대로 춤을 춘<br />
다.”(PAS, 178). 마이애미의 문화경관을 단적으로 말한 유유의 지적은 그<br />
러나 단순한 문화공존의 의미로만 읽힐 수 없을 것 같다. 마이애미의 아<br />
이티주민들은 고국의 정치적 압박과 독재의 폐해를 피해 망명 혹은 이주<br />
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난민들이었다. 귀국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br />
그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하여 자국문화를 보존하는 행위는 한편으로는 정<br />
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형태이지만, 다른 한편<br />
으로는 이주의 트라우마와 쫓겨난 사람들의 고통과 한을 완화하려는 삶<br />
의 표현이기에 그들이 아직 거기서 해방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br />
마이애미는 “이 길 잃은 자들에게 약속장소”(PAS, 41)를 제공하고 있지<br />
만, 이곳에서 이들이 몸을 싣는 리듬은 즐거울 수만은 없다. 작가의 말대<br />
22) Jean Basile, 《Dans le triangle de l'exil》, Le Devoir, 11, mai 1991, p. 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