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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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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올리비에(Émile Ollivier)의 통행Passages ❚ 99<br />

노르망은 왜 마이애미를 택하였을까?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마이애미<br />

의 풍토가 지병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PAS, 155-156)과 몬트리올의<br />

겨울이 주는 황량한 풍경과 감정을 이기고 일상의 권태로움과 지루함에<br />

서 벗어나기 위해(PAS, 81) 이 도시를 택한 것은 명목상의 이유일 뿐이<br />

다. 마이애미는 “카라이브해와 라틴 아메리카로 향하는 관문”(PAS, 82)이<br />

다. 고국을 등져야만 했던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이 관문에 서고 싶었을<br />

것이다. 또한 그는 아이티의 독재자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상황을 예견<br />

했었나 보다. 기자로서 그가 만든 잡지의 마지막 호에 실었던 기사는 아<br />

이티 독재자의 실각의 전조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것이었다(PAS, 82).<br />

28년간의 독재가 곧 끝날 무렵이었다. 그는 죽기 전에 아이티로 귀환할<br />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마이애미로 떠나기 전까지 몬트리올에서 노르망<br />

과 함께 부부로 살았던 레이다는 그의 선택이유를 이렇게 정리한다. “자<br />

신의 현재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자기의 기억에게 물어서, 도망가고<br />

있는 것을 잡으려고 거기에 갔을 것이다. 틀림없이 전적으로 개인적인<br />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과 자신 사이의…”(PAS, 85).<br />

노르망이 캐나다인의 땅도 아이티인의 땅도 아닌 마이애미라는 중간항<br />

으로, 최초에 순결했으나 망각이 주는 힘겨운 삶에 의해 사라져가는 자기<br />

본질을 찾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자신과 해결해야 할 “전적으로 개<br />

인적인 일”은 문화적 동일성의 위상에서 “중단된 삶”(PAS, 68)을 재개하<br />

는 것이었다. 노르망의 ‘자아’를 거머쥐고 있는 기억과 이 기억의 현재를<br />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조건들이 새로운 노르망의 창조를 위한 조건으로<br />

거듭난다.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유형의 고통을 내려놓은 노르망의<br />

죽음에 대해 부인이었던 레이다는 그 의미를 이렇게 부여한다.<br />

레이다는 노르망에게 그의 진짜 죽음을 부여하였다 : 망각. 번<br />

민과 곤혹감과 외침 없는 고통의 연극 속에서 한 작품이 끝나가고<br />

있었다. 분명치 않은 말, 스핑크스가 고집스럽게 내는 풀 수 없는<br />

수수께끼를 남기고. (PAS, 24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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