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98 ❚ 2013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43집
대한 신념이 희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역설 아닌 역설적
삶 속에서 갈등하는 노르망은 “끝없이 자기 자신과 불가능한 타협”(PAS,
113)을 시도하고, 이 불가능성은 그를 이중적 존재로 만든다. 레이다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흥미상실, 환멸, 이탈”(PAS, 205)등 부정의 감정을 불
러일으키고, 앙파로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무사태평”(PAS, 206), 대범함,
“삶을 찬양하는 자그마한 열정”(PAS, 206)을 불어넣는 “그는 웃으면서 고
통을 느낀다.”(PAS, 208). 그는 레이다가 정의하는 두 부류의 인간들을
관통하는 존재다.
이 세상은 크게 두 종류의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인간과 (…) 꽃가루처럼 사는 인간, (…). 이들은 바
람과 함께 광활한 공간을 지나다닙니다. 그들은 우연히 돛배에 올
라타서 미리 결정한 목적도 여정도 없이 운명의 길에 몸을 맡깁니
다. 노르망은 이런 부류의 인간이었지요. 그는 이렇게 무계획하게
이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출발과 귀환이 구분이 안가는 무한
한 공간 위를 경쾌하게 돌아다니는 그러한 이동.(PAS, 87).
이 이중성은 그의 생존방식이었지만, 그 끝은 출구 없음이었다. 노르
망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을 만큼 인간의 자유를 발견하게 해 준
몬트리올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그 어느 곳에도 출구가 없
음”(PAS, 69)을 알려준다. 그의 “노력들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모든 희망
은 공허함”(PAS, 69) 속으로 사라진다. 곡예사의 위험한 삶과 같았던 그
의 유형( 流 刑 )은 망명자의 운명인 표류, 출구의 부재를 가리고 그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짧고 우연적인 만남, 항상 가득 차야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PAS, 72). 결국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이 갇힌 삶에 지친
그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잃게 된다. “무( 無 ), 즉
일상적 권태로움의 미로 속을 헤매며 근원적 고독의 삶”(PAS, 80)에 빠진
자신을 구하고, 이러한 삶에서 얻은 신장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르망은 미
국의 마이애미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