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014 Views

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43 |2013 봄호 - 프랑스문화예술학회

SHOW MORE
SHOW LESS

Create successful ePaper yourself

Turn your PDF publications into a flip-book with our unique Google optimized e-Paper software.

에밀 올리비에(Émile Ollivier)의 통행Passages ❚ 97<br />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희망”(PAS, 107)을 가지고 떠났건만, “바다<br />

위에 떠 있는 나무”(PAS, 117)처럼 노르망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br />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지속하게 된다. 노르망이 발견한 몬트리올은 무엇<br />

보다도 “인간의 땅”(PAS, 70)이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br />

는 “환대의 도시, 융합도시, 놀랄 일을 만드는 도시”(PAS, 70)였다. 또한<br />

지방도시에서 현대적 면모를 갖춘 대도시로 변모해가며 발전해 가는 몬<br />

트리올의 변화는 “노르망이 자신을 의식할 수 있는 기하학적인 장<br />

소”(PAS, 70)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뿌리의 인간 21) 이 이 도시의 변화,<br />

이 변화의 도시를 체험하면 할수록 자신은 더 많이 부정된다. 즉, 돌아갈<br />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다. 이 부정의 깨달음 속에서 그<br />

의 삶은 “과거의 비현실적인 부활 (…)과 자기 뿌리의 망각”이라는 “두<br />

개의 불가능성”(PAS, 112) 안에 갇힌다. 전자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이<br />

다. 과거는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분절되지 않는 정열과 노<br />

력으로 그 시간의 깊이를 잊지 않고 불러들일 때 현재의 삶, 이 유랑의<br />

삶이 과거에 맞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자기 존재의 부정이다. 이<br />

유랑이 끝날 때, 자기 과거의 망각은 현재에 희망을 불러들일 수 없는<br />

삶, 곧 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인간들에게는 두 개의<br />

삶이 있다.<br />

하나는 어린 시절 꿈꿨던, 우리가 현재에도 계속해서 꿈꾸는 삶<br />

으로, 어른의 삶인데, 안개처럼 모호한 것 위에 세워진 헛된 삶이<br />

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인데, 현재 실천하고 있으며,<br />

유용하고, 진실한, 결국 관속으로 들어가는 삶이다.(PAS, 113).<br />

한 마디로 말해서, 끝없는 유랑은 “비현실적”(불가능성)이기 때문에 헛<br />

되고, 유랑의 끝에서 시작하는 일상적 삶 속에서 존재의 “자기 뿌리”에<br />

21) Normand et ses amis “étaient restés empoisonnés par l'obsession du retour au<br />

pays natal.”(PAS, 80).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