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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의지, 욕망, 쾌락 : - 철학사상연구소 -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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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앎의</strong> <strong>의지</strong>, <strong>욕망</strong>, <strong>쾌락</strong> 13<br />

우선 이 개념의 사용이 매우 성서적인 구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br />

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창세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악마는 지식을<br />

주는 자로 등장하며, 여인이 타락을 주도한다. 5) 지식 전수자의 이름인<br />

“팡글로스”, 즉, ‘pan+gloss’가 모든 언어를 구사하는 자, 실체적 지<br />

식은 갖추지 못한 채 오직 말장난에 불과한 언어를 구사하는 자로 해<br />

석될 수 있지만, 이미지의 측면에서 ‘gloss’의 혀가 뱀의 혀를 상기시<br />

킨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팡글로스는 몸 ‘전체 pan’가 하나의<br />

‘혀 gloss’에 불과한 뱀과 같은 존재다. 퀴네공드라는 인물의 묘사 역<br />

시 성서적 상징체계에 속한다. “때깔 좋고, 싱싱하고, 통통하며, 먹음<br />

직스럽다 haute en couleur, fraîche, grasse, appétissante” 6)라는 묘사는<br />

음식물, 특히 성서의 금지된 열매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퀴네공<br />

드는 자신이 유혹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금지된 과실이기도 하다.<br />

우리는 퀴네공드의 명분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이미 언급<br />

했다. “<strong>앎의</strong> <strong>욕망</strong>”을 내세우는 그녀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보다<br />

시피 “육체적 <strong>욕망</strong>”의 만족이다. 그러나 이 불일치 역시 기독교적 시<br />

각,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중적 기독교적 시각을 반영한다. 사실<br />

인류의 원죄와 타락에 관한 기독교 민중의 상상 속에서는 “<strong>앎의</strong> 욕<br />

망 libido sciendi”은 곧 “육체의 <strong>욕망</strong> libido sentiendi”이자 궁극적으<br />

로는 “성교의 <strong>욕망</strong> libido copulandi”이기 때문이다. 7) 또한 금기의 위<br />

반에 따른 결과, 또는 징벌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도 기독교적 맥락에<br />

서 이해될 수 있다. 퀴네공드의 육체와 정신이 타락의 모든 결과(강<br />

간, 칼에 찔림, 매춘 등)를 겪고 그 흔적을 간직 8)하는데 반해, 캉디<br />

5) Nicole Jacques-Chaquin, ≪La passion des sciences interdites≫<br />

in Curiosité et Libido sciendi de la Renaissance aux Lumières, ENS<br />

Edition, 1998, t. I, p, 76.<br />

6) Candide, p. 8.<br />

7) Jean Emelina, ≪La Bible et le sexe: aspects et problèmes. Quelques<br />

exemples au XVIIe siècle≫, in Jacques Domenech et al. Censure,<br />

autocensure et art d'écrire, Editions complexe, 2004, p. 91.<br />

8) 캉디드는 퀴네공드를 다시 만날 때, “끔직함에 사로잡혀 세 걸음 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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