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근 - 한국브레히트학회

9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umbrella term) 속으로 편입되어가고 있다. 인문학의 영역에서는 지난날 문헌학의 정
신을 이어받아 정신과학의 우산 안에서 문예학이 독립하더니, 이후 문예학으로부터
연극학이, 그리고 연극학으로부터 다시금 공연예술학 또는 미디어학이라는 분과학문
이 독립을 실현해 나아가고 있다. 15) 이는 20세기 들어 퍼포먼스 예술의 등장과 맞물
려 생성된 학문적 세분화 현상의 연장 또는 학제적 연구를 요청하는 시대적 흐름의
반영으로 받아들여진다. 희곡 텍스트에 의존하던 연극이라는 예술은 퍼포먼스라는
라이브 형식의 예술을 선호하게 되면서 공연예술 혹은 퍼포먼스라는 개념으로의 변
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백로라는 파슬웨이트 (Thomas Postlewait)와 데이
비스 (Tracy C. Davis)에 기대어 공연예술의 역사를 “사회운동들, 미래주의자의 선언
서, 그리고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자, 세기말 카바레 공연자들의 예술 활동, 음악홀
이나 보드빌 퍼포먼스 등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요약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2
차 대전 이후에 등장한 비트 (Beat) 운동, 재즈 퍼포먼스, 존 케이지의 음악, 반 내러
티브 모던 댄스, 액팅 페인팅, 콜라주와 레디메이드 작품 (readymades), 팝아트, 해프
닝 등과 같은 공연 형식의 실험과 함께 발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6) 20세기에
등장하게 된 새로운 예술 현상을 서술하고 규정하는 것은 해석학적 전통에 의존하여
가능한 일이지만, 퍼포먼스 예술의 발생학적이며 계보학적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기 위해서는 매체사, 매체미학 또는 문화사적인 접근이 좀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예술)학 또는 퍼포먼스 연구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쉐크너는 케임브리지 학파
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연극의 기원을 제의로 보고 연극과 제의의 ‘공통점’과 ‘차
이’를 규명하고자 했다. 제의를 연극화하기 위해서는 실제화(Actualization)의 과정이
15) 특히 독일 인문학의 전통에서는 문헌학(Philologie), 정신과학(Geisteswissenschaft)의 개념에서 문
예학(Literaturwissenschaft, Literature Studies)이 독립하게 되고, 문예학으로부터 다시 연극학
(Theaterwissenschaft)으로, 연극학은 다시금 공연예술학(Performance Studies) 또는 미디어학
(Medienwissenschaft, Media Studies)으로의 세분화를 경험하고 있다. 공연(예술)학은 아직도 형성
중에 있는 분과학문으로, 공연 현상과 문화를 이루는 과정 일반을 연구하고, 공연과 민족지적 관
습을 탐구하며, 공연과 해석학의 상관관계 연구를 포함하고자 한다. 반면에 미디어학은 매스미디
어라는 제한적인 대상을 뛰어넘어 역사적으로 지식과 정보의 보관, 전달, 제작과 관련되는 기관
과 기술 전체를 연구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16) 백로라: 현대 퍼포먼스 담론의 주요 쟁점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연극. ‘라이브니스(Liveniss)’ 이론
과 우스터 그룹(the Wooster Group)의 을 중심으로. in: 퍼포먼스 연구와 연극. 한
국연극학회 편. 연극과 인간. 2011. 246-269. 여기서는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