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근 - 한국브레히트학회

9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강력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21) 레만에 따르면 이런 형식들이 서사적 드라마투르기
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혹은 어떤 리듬 안에서 상투적인 것으로
투입되어 장면을 만드는 이미지 꼴라주의 요소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포스트드라
마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는
데, 수많은 이질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언제나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
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톤, 움직임, 이미지들은 무대 위에서 전자적으로 연결, 결합
또는 혼합되어 상호 관계를 이룬다. 드라마적 연극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일부의 노력
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미디어의 다각적인 활용은 많은 포스트드라마 연
극에서 이미 자명한 일이 되었다.
레만의 저술은 그가 도입한 개념인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기호가 되는 특징들에 대
한 옹호이며, 이들은 다른 공연예술의 영역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한다.
레만의 관찰과 연구 대상은 주로 동시대 연극 작품들의 공연들, 연극적 혼합형식들,
장르의 분류에서 고전적 형식을 벗어나는 공연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레만은 자
신이 정당화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보편적 특징으로 다음의 네가지 특성을 강조
한다.
첫째로, 작품 공연에서는 줄거리의 진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총체적인
구조는 포기된다. 연극은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사건과도 같은 예술형식으로 나타나
며, 미적인 것의 패러다임이 된다. 사실적인 일상적 경험의 혼란을 모방하면서 작품
의 전통적인 공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드라마투르기는 총체적 모델의 부분적인 구조
를 넘어 기능하면서 분열된 인식-감각적 인식-연극적 과정의 조건이 된다. 레만이 말
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과거에 있었던 제도화된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순
간적인 사건의 모든 (멀티미디어/상호미디어의) 해체적 예술의 실천에 대한 지칭이며,
해체적 예술 실천이란 테크놀로지와 의미의 매체적 분해와 분열” 22)을 말한다. 그것
은 인식을 해체 구성하는 예술가적 잠재력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으로 본다.
21) Lehmann, 416 참조.
22) "Es bleibt nicht die institutionalisierte Sparte, die es war, sondern wird der Name für alle multi-
oder intermediale dekonstruktive Kunstpraxis des augenblicklichen Ereignisses. Doch sind es
Technologie und die mediale Auf- und Abspaltung der Sinne, die zuerst den Blick auf die
künstlerischen Potentiale der Dekomposition des Wahrnehmens gelenkt haben." Lehmann, 141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