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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근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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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br />

1. 들어가는 말<br />

<strong>유봉근</strong>(순천향대)<br />

사진과 영화의 발명 이래 현대인은 이미지의 지배가 강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br />

다. 시대적으로 모던이 이미지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시기였다면 포스트모던은 이미<br />

지의 지배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비판적 수용의 담론이 자리매김된 시기로 볼 수<br />

있을 것이다. 토마스 만이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킬 수 있는 음악을 우려했다면, 기술<br />

적으로 복제된 이미지가 인간의 이성적 판단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br />

더욱 그 개연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이며 부정적<br />

인 평가는 이미지 자체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가능한 이미지의<br />

대량 복제와 대량 유통 방식에 기인하는 것에서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미지<br />

의 기술적 복제와 유통 기술의 혁명은 계몽주의의 주요 수단이 되었던 이성 능력의<br />

효과와 영향을 능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소비사회의 오랜 전통에<br />

대하여 비판하는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드보르의 ‘스펙터클 사회’와 마르쿠제<br />

그리고 비릴리오의 비판은 이미지의 대량 복제 그리고 유통과의 연관 관계 속에서<br />

의미를 갖고 있음이 드러난다. 또한 이성적 판단 능력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모던과<br />

포스트모던이 둘 사이의 간극보다는 같은 현상에 대한 다른 시각에서의 관점임을 시<br />

사하고 있다. 포스트모던의 멀티미디어 문명에서 이미지는 막강한 수단으로 군림하<br />

며 음악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하며 문자보다 더 빠르게 유통된다. 동시에 전자적 신<br />

* 이 논문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문후속세대사업을 위한 지원(NRF-2011-358-A00097)을 받아 연구<br />

되었음.<br />

1) Hans-Thies Lehmann: Postdramatisches Theater. Frankfurt/M. 1999/2005. 402 참조. (앞으로의 인용<br />

에서는 이 책의 쪽수만을 표기함)


8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호로 전환된 정보들은 이미지 문명사회에서 손쉽게 대중에 전달되고 소통하며 더 막<br />

강한 경제적 성과를 획득한다. 이미지 문명은 오늘날 세계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br />

다고 해야 할 것이다.<br />

영화와 비디오를 통하여 제공되는 이미지들은 많은 청중을 집단적이며 동시적으<br />

로 매료시키며, 특히 전자적 신호로 유통되면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생생한<br />

신체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시각적인 것의 우위는 전자적으로 구축된 정보<br />

화 시대 훨씬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시각장비를 통한 관찰은 육안 관찰을 통하여<br />

얻은 인지보다 더 강한 힘을 갖기 시작했다.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한 대상의 인식<br />

이 기계적 장치를 통한 대상의 인식과 구별되기 시작한 것은 갈릴레오의 망원경을<br />

이용한 천체 관측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에 이루어진<br />

매체 기술의 도약과 함께 신체로부터 해방된 시각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 설득력을<br />

더하게 되었다. 기술매체 사용의 보편화를 통하여 도구에 의한 시각적 사실성과 눈으<br />

로 직접 확인한 것에 대한 사실성 사이의 경쟁 구도에서 우월성의 논쟁은 의미를 잃<br />

게 되었으며, 포스트모던에 이르러서는 가능한 모든 시각기계들에 기대어 기호를 읽<br />

고 해석하는 것에 대한 신뢰와 의존성이 증대하게 된 것이다.<br />

미디어사회는 새로운 집단 경험이 가능한 사회다. 집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br />

보를 주고받는 것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 교류하면서 집단 경험에 이르는 통로를 만<br />

든다. 매체문화는 익숙한 인식의 신호를 소비하고 저장하고 재생하게 하는 행위의 표<br />

준을 호명하거나 지시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집단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완벽한 개인<br />

미디어의 구축이 가능할 것인가를 질문하게 한다.<br />

매체성과 수행성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크래머 (Sybille<br />

Krämer, 1951~ )의 시사점에 기대어 이 논문은 출발한다. 2) 연극학자 레만 (Hans-<br />

Thies Lehmann, 1944~ )은 또한 그의 저술에서 행위예술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들어<br />

서는 지난 세기 중후반의 공연예술에 나타난 특징적 현상을 “포스트드라마 연극”이<br />

라는 용어로 포괄하고자 시도한다. 레만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이라는 현상이 새로운<br />

시각기계의 발명과 기술적 이용을 기반으로 형성된 지난 세기의 시각문화와 깊은 관<br />

2) Sybille Krämer: Sprache-Stimme-Schrift: Sieben Thesen über Performativität als Medialität. in:<br />

Paragrana 7(1998). Akademie Verlag. 33-57 참조.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85<br />

련이 있음을 전제로 삼는다. 시각미디어의 발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 연<br />

극무대는 거의 이미지 기술의 실험장소로 변해가고 있으며, 무대 위의 배우들은 ‘퍼<br />

포먼스적 텍스트’의 포로가 되며 그런 운명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br />

다.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은 총체성을 불러일으키는 미디어 스펙터클 사회의 시민들<br />

이 보통 ‘관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3) 이 글에서는 레만의 포스트드라마<br />

개념이 불러일으킨 부정적인 입장에 대한 논쟁을 유보하고, 포스트드라마 연극이 지<br />

난 세기에 발전한 기술매체와 함께하는 환경에서 허용되는 공연예술의 양상으로 보<br />

려는 관점과 그 개연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하여 레만의 연구 결과물이 기<br />

술시대의 보편화된 문화 연구에 적용 가능한 관점이며, 나아가 기술미디어에 결박된<br />

현대인의 운명을 강조하는 매체철학의 연장선에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br />

2.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br />

레만의 저술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그의 추종자들에게는 연극이론의 새로운 카<br />

논으로 받아들여진다. 1970년대 이후 공연예술에 나타난 변화와 현상들을 체계적으<br />

로 분류하기 어려웠던 연구자들에게 한 가지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br />

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연극과 드라마의 오랜 전통적인 특징들은 조금씩 사라지<br />

고 새로운 요소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일찍이 뉴욕의 연출가이자 연극학자인 쉐크<br />

너(Richard Schechner, 1934~ )는 해프닝의 특성을 강조하며 “포스트드라마적 연극<br />

(postdramatic theatre)” 4)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지난 약 30년간 공연예술의 미<br />

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용어로 “포스트드라마”를 전유하게 된다. 그는 ‘드라마 연극’<br />

에 대결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드라마적 요소들’에 대한 자기성찰, 해체 그리고<br />

분리 과정의 결과물로 담론화한다. 5) 이 과정에서 드라마적 요소가 전적으로 부정되<br />

는 것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특징들이 도입되는 것으로 레만은 설명하고 있다.<br />

3) Lehmann, 467 참조.<br />

4) Richard Schechner: Performance Theory. New York: Routledge. 1988. 21. in: 김형기 외. 포스트드<br />

라마 연극의 미학. 푸른사상. 2011. 23에서 재인용.<br />

5) Lehmann, 77.


8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오래된 미학적 요소들의 재수용과 지속적 영향을 포함한다. 드라마와<br />

텍스트 차원으로부터 결별한 드라마적 이념까지도 받아들인다. 예술은 지난날 형식들과의<br />

연관성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6)<br />

레만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등장을 연극으로부터 시작된 혁명적 개혁의 결과라<br />

기보다는 지속적인 변화의 누진적 결과물로 추정한다. 그는 1970년대 이후 연극의<br />

장면들과 공연 방식을 탐구하고 그들의 특징과 핵심 요소들을 요약하면서, 이들을 고<br />

대 드라마와 20세기 초에 역사적 아방가르드와 관련하여 발전된 새로운 현상들과 연<br />

관짓는다. 당시의 새로운 연극적 현상들은 다른 예술 장르들과 연결되고 그들의 조건<br />

을 규정하는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특히 다다와 미래주의 예술운동 등 조형예술과<br />

무용 영역에서 창조적인 작업들이 나왔으며, 수행성 개념이 도입되면서 진정한 연극<br />

공연에서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수행성 개념의 강조를 통하여 드라마 텍스<br />

트와 같은 작품 개념에서 공연 개념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이루어지고, 관객의 적극<br />

적인 참여와 인터랙션이 강조되는 공연 형식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레<br />

만은 연극의 아방가르드적 요소들과 함께 총체성이라는 드라마적 연극의 규범으로부<br />

터 결별하고 전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전통적인 연극<br />

에서 작품의 텍스트는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1880년 경부터 ‘드라마의<br />

위기’가 온 것으로 설명한다. 연극에서 텍스트의 퇴장을 요구했던 연극사학자이며 연<br />

출자인 크레이그 (Edward Gordon Graig, 1872~1966)의 관점에 의존하며, 1920년대<br />

스타니스라프스키 (Stanislawski)와 1920년대에 아르또 (Artaud)의 그로테스크하고 실<br />

험적인 연극이 등장하고, 1960년대 플럭서스, 해프닝과 부조리극 운동이 격렬해지기<br />

시작하면서 연극 텍스트의 전통 형식들이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레만<br />

은 전통적인 텍스트 지배 형식의 약화 또는 와해 현상에서 새로운 연극의 단서를 발<br />

견한 듯하다.<br />

언어를 넘어 연극의 수단들이 텍스트와 동등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경우에 드라마적이며<br />

서술적인 텍스트 논리의 틀이 깨어지고 텍스트 없이 체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포스트드라마<br />

연극은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7)<br />

6) Lehmann, 31.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87<br />

레만은 역사적 아방가르드나 네오아방가르드의 유희 형식들 자체는 줄거리를 갖<br />

는 텍스트, 내용을 전하는 텍스트 그리고 과정을 서술하는 텍스트와 공연 사이에 긴<br />

밀한 연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런 연결 관계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에 이르러<br />

서 균열되기 시작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런 균열을 통하여 연기자 또는 퍼포머들의<br />

현존이 전면으로 등장하게 되며 엄격한 텍스트의 규범이 느슨해지고 관객의 참여와<br />

인터랙션을 허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지난 세기의 초반 아방가르드 운동이<br />

당시의 연극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강조한다.<br />

다다는 무의미성과 ‘여기 그리고 오늘’에 특권을 부여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작품으로서<br />

의 연극과 의미-컨셉으로서의 연극을 포기하고 공격적인 충동의 연극, 사건으로서의 연극<br />

을 지향하여 관객이 행동하도록 유도했으며(미래주의), 서사적 인과관계를 포기하고 다른<br />

서술의 리듬, 특히 꿈의 세계와도 같은 논리를 옹호했다. 다다, 미래주의 그리고 초현실주<br />

의는 관객들을 성찰하면서 정신적-신경계와 신체적으로 공략하고자 했다. 그러한 연극미학<br />

이 작품으로부터 사건으로의 근본적인 전이를 초래하게 한 것이다. 8)<br />

그 결과 ‘지금’ 벌어지는 사건과도 같은 ‘현재’가 전면으로 들어서게 되며, 배우의<br />

몸, 제스처와 움직임 고유의 기호학이 전경화되며, 음악적 지형으로서의 구성적이며<br />

형식적인 언어 구조들이 전면으로 나오게 된다. 그 외에도 모방을 넘어 시각적인 것<br />

들의 이미지성, 고유한 시간성을 갖는 음악적-리듬감 있는 진행 등이 전면으로 등장<br />

한다. 9) “포스트모던” 개념으로 요약되는 1970-1990년 사이의 연극은 포스트드라마<br />

연극 개념과 긴밀한 관계를 이룬다. 레만은 다음과 같이 포스트모던 연극의 핵심을<br />

요약한다.<br />

해체의 연극, 다중매체적 연극, 복고적이며 전통적으로 관습화된 연극, 제스처와 움직임의<br />

연극, 애매성, 허구로서의 예술, 과정으로서의 연극, 불연속성, 이질성, 비텍스트성, 다원주<br />

의, 다중 코드들, 전복, 편재적 장소성, 주제와 주인공으로서의 배우, 왜곡, 기초가 되는 토<br />

대 수준에 머무는 텍스트, 해체구성, 권위적이며 고색적인 텍스트, 드라마와 연극 사이의<br />

7) Lehmann, 79.<br />

8) Lehmann, 100.<br />

9) Lehmann, 51.


8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제3 지대로서의 퍼포먼스, 반미메시스적이며 해석을 거부하는 연극. 포스트모던 연극은 담<br />

론이 없으며, 사유성, 몸짓의 특성, 리듬, 톤이 지배하는 연극. 10)<br />

여기서 레만이 강조하는 것은 연극의 실천 현장에서 포스트모던의 개념에 부합하<br />

는 특징들이 모던의 특성인 드라마적 형식의 전통들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이<br />

다. 즉, 포스트모던의 중요한 특징들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카논에 잔류하며, 레만<br />

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특성들을 더 넓은 범주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레만은 포<br />

스트모던 연극 그리고 포스트드라마 연극과 관련하여 연극의 관습뿐만 아니라 관객<br />

이 기대하는 태도까지 단절되는 “위험한 연극 (riskantes Theater)”을 언급한다. 이해<br />

와 의미구성은 더 이상 우선시되지 않고, 장르간 경계는 유동적이 된다. 무용과 판토<br />

마임, 음악연극과 언어연극은 혼합되며, 콘서트와 연극은 공연 콘서트로 하나가 된다.<br />

무대는 시작과 출발 지점이자 장소가 되며 더 이상 현실 복제의 장소가 아니다. 11) 전<br />

통의 관객은 드라마 패러다임을 벗어나고 더 이상 텍스트 문학도 아닌 새로운 코드<br />

와 매개물을 읽어내는 새로운 독법을 익혀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레만의 연극론에<br />

서 브레히트 (Bertold Brecht, 1898~1956)의 서사극 (epic theatre) 이론은 포스트모던<br />

드라마와 포스트드라마 연극 개념의 형성에 역설적으로 기여한다. 여기서 레만은 포<br />

스트드라마 연극을 “포스트브레히트 연극 (post-brecht-sches Theater)”이라 이름하는<br />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12) 레만은 정신을 대상화하는 헤겔의 이론을 개인 각각이 소<br />

유한 예술적 소재의 감각 안에서 시적인 언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설명한다.<br />

“이념이 감각적으로 현시하는 아름다운 이상”에 관한 헤겔의 공식을 통하여 포스트<br />

드라마 연극은 “드라마에서 분열, 파괴, 해체의 가능성이 생겨나고 꽃피우는 것으로”<br />

서술하고 있다. 레만은 그 외에도 퍼포먼스 개념을 헤겔의 이론과 연관짓는다. 관객<br />

앞에 등장하는 주인공 배우는 그의 가면 속의 인간으로, 연기자로, 즉 개인으로 그리<br />

고 실제 자신으로 분열된다. 포스트모던과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이런 변화된 역할과<br />

인물을 연기하면서 이를 드러내어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br />

10) Lehmann, 27.<br />

11) Lehmann, 46.<br />

12) “Das postdramatische Theater ist ein post-brecht-sches Theater. Es situiert sich in einem Raum, den<br />

die Brechtschen Fragen nach Präsenz und Bewußtheit des Vorgangs der Darstellung im<br />

Dargestellten und seine Frage nach einer neuen "Zuschaukunst" eröffnet haben.” Lehmann, 48.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89<br />

레만은 영화의 발전도 새로운 연극 형식의 형성을 기여하고 조장한 것으로 본다.<br />

영화의 발전으로부터 소위 연출가 연극 (Regie-theater) 13)이 형성되었으며, 이것을 포<br />

스트드라마 연극의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확인한다. 연출가 연극은 포스트모던 연극<br />

뿐만 아니라 드라마 연극의 형식과 공연과도 관련된다. 이런 새로운 실험적 관점과<br />

연극의 혁신을 가능케 했던 연출방식을 도입하는 연출자들이 소수에 불과했기에 연<br />

출가 연극은 아직도 많은 연극학자와 비평가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br />

레만은 또한 새로운 연극 형식에 중요한 영향을 준 장르들로 카바레, 바리에떼 그<br />

리고 레뷰와 같은 대중적 오락극물들을 지목한다. 이런 형식들에는 산업화, 도시화와<br />

같은 당대의 사회적 변화가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사건<br />

이나 과정을 급격하게 축약하거나 시간적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게 하며, 연극을 단<br />

편화하고, 빠른 박자와 연극적 시간의 파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한다는 것<br />

이다. 특히 대중적이며 오락적인 음악을 연극 무대에 도입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배<br />

우에게 새타이어와 유머를 즐기는 예술가 또는 카바레티스트와 같은 새로운 역할을<br />

부여하는 등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설명한다.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과<br />

상황극 그리고 역동적인 장면화 형상들은 무엇보다도 사건과 상황으로서의 연극 공<br />

연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이론적 틀 안에서 연극의 공연은 무엇보다도 퍼포먼스적<br />

텍스트가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은 20세기에<br />

등장한 기술매체의 도입과 활용뿐만 아니라 “매체로부터의 영감” 14)을 바탕으로 새로<br />

운 컨셉으로 기획하는 공연예술의 새로운 현상들을 포괄하고자 한다.<br />

3. 퍼포먼스의 전경화<br />

오늘날 ‘연극’이라는 용어는 ‘공연예술 (Performance art)’이라는 포괄적 우산개념<br />

13) 1970년대부터 연극비평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레지 테아터’는 영화에서 ‘작가주의 영화’에 조응<br />

하는 용어로 볼 수 있으며, 연출가의 예술가적 자아에 치중한 것으로 여겨지는 연극의 한 양식을<br />

말한다. 원작에 충실한 상연과는 반대로 연출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강조되어 나타나는 공연이라<br />

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br />

14) Lehmann, 419.


9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umbrella term) 속으로 편입되어가고 있다. 인문학의 영역에서는 지난날 문헌학의 정<br />

신을 이어받아 정신과학의 우산 안에서 문예학이 독립하더니, 이후 문예학으로부터<br />

연극학이, 그리고 연극학으로부터 다시금 공연예술학 또는 미디어학이라는 분과학문<br />

이 독립을 실현해 나아가고 있다. 15) 이는 20세기 들어 퍼포먼스 예술의 등장과 맞물<br />

려 생성된 학문적 세분화 현상의 연장 또는 학제적 연구를 요청하는 시대적 흐름의<br />

반영으로 받아들여진다. 희곡 텍스트에 의존하던 연극이라는 예술은 퍼포먼스라는<br />

라이브 형식의 예술을 선호하게 되면서 공연예술 혹은 퍼포먼스라는 개념으로의 변<br />

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백로라는 파슬웨이트 (Thomas Postlewait)와 데이<br />

비스 (Tracy C. Davis)에 기대어 공연예술의 역사를 “사회운동들, 미래주의자의 선언<br />

서, 그리고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자, 세기말 카바레 공연자들의 예술 활동, 음악홀<br />

이나 보드빌 퍼포먼스 등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요약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2<br />

차 대전 이후에 등장한 비트 (Beat) 운동, 재즈 퍼포먼스, 존 케이지의 음악, 반 내러<br />

티브 모던 댄스, 액팅 페인팅, 콜라주와 레디메이드 작품 (readymades), 팝아트, 해프<br />

닝 등과 같은 공연 형식의 실험과 함께 발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6) 20세기에<br />

등장하게 된 새로운 예술 현상을 서술하고 규정하는 것은 해석학적 전통에 의존하여<br />

가능한 일이지만, 퍼포먼스 예술의 발생학적이며 계보학적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br />

기 위해서는 매체사, 매체미학 또는 문화사적인 접근이 좀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br />

공연(예술)학 또는 퍼포먼스 연구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쉐크너는 케임브리지 학파<br />

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연극의 기원을 제의로 보고 연극과 제의의 ‘공통점’과 ‘차<br />

이’를 규명하고자 했다. 제의를 연극화하기 위해서는 실제화(Actualization)의 과정이<br />

15) 특히 독일 인문학의 전통에서는 문헌학(Philologie), 정신과학(Geisteswissenschaft)의 개념에서 문<br />

예학(Literaturwissenschaft, Literature Studies)이 독립하게 되고, 문예학으로부터 다시 연극학<br />

(Theaterwissenschaft)으로, 연극학은 다시금 공연예술학(Performance Studies) 또는 미디어학<br />

(Medienwissenschaft, Media Studies)으로의 세분화를 경험하고 있다. 공연(예술)학은 아직도 형성<br />

중에 있는 분과학문으로, 공연 현상과 문화를 이루는 과정 일반을 연구하고, 공연과 민족지적 관<br />

습을 탐구하며, 공연과 해석학의 상관관계 연구를 포함하고자 한다. 반면에 미디어학은 매스미디<br />

어라는 제한적인 대상을 뛰어넘어 역사적으로 지식과 정보의 보관, 전달, 제작과 관련되는 기관<br />

과 기술 전체를 연구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br />

16) 백로라: 현대 퍼포먼스 담론의 주요 쟁점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연극. ‘라이브니스(Liveniss)’ 이론<br />

과 우스터 그룹(the Wooster Group)의 을 중심으로. in: 퍼포먼스 연구와 연극. 한<br />

국연극학회 편. 연극과 인간. 2011. 246-269. 여기서는 247.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91<br />

필요하고, 실제화를 통하여 시간과 장소를 재구성하고 지난 사건을 현재화해야 한<br />

다. 17)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연극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우리 주<br />

변의 곳곳에 ‘공연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쉐크너는 강조하고 있다.<br />

공연성 (performativity)은 명사인 동시에 형용사이기도 하다. 명사로서의 공연성은 어떤 것<br />

을 행하는 단어나 문장을 가리킨다. 반면 형용사로서의 공연성은, ‘수행적인 글쓰기<br />

(performative writing)’의 경우처럼, 하나의 대상에 공연의 특질을 부여하는 것과 관계된<br />

다. 18)<br />

‘수행적 글쓰기’를 포함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에 공연의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br />

쉐크너 의 주장과 함께 퍼포먼스 연구의 지평은 전방위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br />

인간 행위의 근원적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접근과 지적 탐색이 요청되고<br />

있음은 물론이다. 즉, 아직도 분과학문으로 형성중에 있는 공연학 (performance<br />

studies)은 배우와 관객의 새로운 관계를 설명하고, 공연의 신체적 행위성, 공연의 장<br />

소성 그리고 시간성에 관련하는 문제, 그 외에도 퍼포먼스의 형식과 전통을 규정하는<br />

물질적 조건에 관련되는 문화학적이며 매체사적인 질문들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야<br />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br />

레만이 제안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에 대한 관점은 전통적인 드라마 연구에서 미<br />

제의 과제로 남겨진 행위의 본질적인 조건에 대한 물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만은<br />

리얼리티 서술에 대한 미제의 과제를 예술적 행위에서 몸, 시간 그리고 공간의 차원<br />

을 통하여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레만이 말하는 리얼리티는 이미지로 또는 대상<br />

적으로 옮겨져 서술된다. 퍼포먼스 개념을 통하여 예술 속에서 행위의 지속성, 순간<br />

성, 동시성, 반복불가능성을 시간적으로 체험하게 하고자 한다. 연극은 언어 텍스트<br />

를 통하여 창조적 결과물을 제시해야 하는 의무로부터 해방되어, 과정으로서의 연극,<br />

즉 이미지 형성의 시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연극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br />

게 실제로 경험하려는 노력을 수행하면서 연극이라는 사건을 통하여 체험에 이를 수<br />

17) 이미원: 연극과 인류학. 연극과인간. 2005. 58f. 참조.<br />

18) Richard Schechner: Performance Studies: An Introduction.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2.<br />

110. in: 백로라. 현대 퍼포먼스 담론의 주요 쟁점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연극. 247f.에서 재인용.


9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있다. 여기에서 관객과 배우는 동등하게 생산자의 지위에 이르게 된다. 퍼포먼스는<br />

재현이 아니라 시간, 공간 그리고 신체로서 사실적인 것의 의도된 경험을 직접 체험<br />

하게 하는 도구 또는 수단이 된다. 예술가와 관객이 직접적이며 동시적으로 함께 경<br />

험한다는 점에서 퍼포먼스 예술의 우월적 효능을 찾을 수 있다. 연기자는 지난날과는<br />

다른 위치를 점하게 되는데, 요컨대 배우로서의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머물지<br />

않고 퍼포머로 등장하여 그의 현존을 의식적으로 관객에게 공연하게 되는 것이다.<br />

레만은 여기서 커비 (Michael Kirby, 1931~1997)의 “액팅 (acting)”과 “낫-액팅<br />

(Not-acting)”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한다. 19) “낫-액팅”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br />

아니라, 기호의 새로운 조건 하에서, 예컨대 행위 속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동작의<br />

의미로 사용된다. 공연이 이루어지면서 사건성이 전면으로 등장하며 시간이 지나면<br />

서 사라지는 일회적 허무감이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낫-액팅”은 소통의 행<br />

위와 소통의 순간이 되며, 일회적 사건으로서의 일과성을 연극 상황에 끌어들이는 교<br />

역의 지점이 된다. 그리하여 연극에서의 퍼포머는 스스로 변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하<br />

나의 상황이며 동시에 관객이 되는 셈이다. 레만에 따르면 퍼포먼스 예술의 이상은<br />

사실적이고, 감성적으로 강요하면서, ‘여기 그리고 지금’ 생겨나는 과정 그 자체라는<br />

것이다. 폭력의 경험과 고통의 경험은 몇몇 퍼포먼스 예술가의 포커스 속으로 옮겨간<br />

다. 또 다른 중요한 핵심적 요소는 퍼포먼스 속에서의 ‘현전’이다. 이것은 관객과 배<br />

우가 교차적으로 도전하는 가운데 공동의 현존으로 나타나며, 연극 과정에서 적극적<br />

참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배우의 현전은 객관화할 수 있는 대상, 앞에 마주한 대상,<br />

현재가 아니라, 피할 수 없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함께 현존하는 것이다. 레만<br />

의 관점에서 퍼포먼스 예술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근본이자 출발점이 되며, 무엇보<br />

다도 현상학적으로 지각 가능한 연극의 과정을 드러내는 요소로 기능한다. 즉 상연의<br />

행위, 사건적 성격과 공연의 과정, 그리고 관객의 새로운 수용 태도 등이 포스트드라마<br />

적 연극 형식들을 규정하고 지원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br />

19) “Der Schauspieler des postdramtischen Theaters ist häufig kein Darsteller einer Rolle mehr (Actor),<br />

sondern Performer, der seine Präsenz auf der Bühne der Kontemplation darbietet. Mickael Kirby hat<br />

dafür die Begriffe "acting" and "not-acting" samt einer interessanten Ausdifferenziering der<br />

Übergänge von einem "full matrixted acting" bis zum "non-matrixed acting" geprägt.” Lehmann,<br />

242.


4. 기술매체와 포스트드라마 연극<br />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93<br />

매체의 도입과 활용은 연극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장르에서 자명한 일이 되었<br />

다. 특히 피스카토르 (Erwin Friedrich Max Piscator, 1893~1966)와 라인하르트 (Max<br />

Reinhardt, 1873~1943) 이후 이미 영화와 사진은 연극 무대에 자주 도입되어 다양한<br />

연극 장치들과 결합되어 사용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드라마에서 텍스트가 차지했던<br />

지위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기제를 제공하게 된다.<br />

연극에서 배역의 역할, 오페라에서 악보의 역할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연극<br />

과 오페라는 글의 독점에 기생적으로 의존해서 작동하는 예술 형식에 속했다. 그런데 새로<br />

도입된 기술미디어는 경쟁보다 더 극단적인 수준으로 작용해서 글의 독점 자체를 거의 붕<br />

괴시켰다. 20)<br />

정보 미디어로서 글의 독점이 약화되는 매체사적 사건에 대한 키틀러 (Friedrich<br />

Kittler, 1943~2011)의 관점은 연극과 오페라의 무대에 나타나는 기술미디어의 역할<br />

에서 극단적인 결과를 단정적으로 확인한다. 빛, 음향 및 시각 미디어가 지배하는 오<br />

늘날 무대는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어 이들의 상호 접근을 허용하게 한다. 비디<br />

오는 부재하는 연기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무대 위에서 연기자와 인터랙<br />

션하면서 다큐먼터리 장면들을 보여주거나, 녹화된 장면으로 낯선 효과를 내거나 환<br />

영(幻影)을 만들어낸다. 미디어와 연결하여 연기자의 현존과 부재를 보여주거나, 관<br />

객과 배우가 가까움 또는 멀리 있음을 주제로 하거나, 시간을 주제로 하여 공연한다.<br />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비디오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행위를 이어<br />

간다. 그 외에도 비디오 이미지와 연기하는 배우가 함께 현존하는 비디오 기술을 통<br />

하여 비디오 현존과 라이브 현존이 대등하게 제시될 수 있게 된다. 미디어를 이용하<br />

는 연극이 관객들에게 미디어 장치들을 함께 보여줄 수 있게 되면서, 연극의 보조수<br />

단으로서의 미디어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연극 형식에 개입하는 미디어 연극이 창조<br />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레만의 입장은 의문의 여지없이 확고한 편이다. 새로운 연극<br />

형식들은 공연 미학을 통하여 인식 가능한 영감을 주는 것으로 미디어의 영향은 더<br />

20) 프리드리히 키틀러(윤원화 옮김): 광학적 미디어. 현실문화 2011. 42.


9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강력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21) 레만에 따르면 이런 형식들이 서사적 드라마투르기<br />

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혹은 어떤 리듬 안에서 상투적인 것으로<br />

투입되어 장면을 만드는 이미지 꼴라주의 요소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포스트드라<br />

마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는<br />

데, 수많은 이질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언제나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br />

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톤, 움직임, 이미지들은 무대 위에서 전자적으로 연결, 결합<br />

또는 혼합되어 상호 관계를 이룬다. 드라마적 연극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일부의 노력<br />

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미디어의 다각적인 활용은 많은 포스트드라마 연<br />

극에서 이미 자명한 일이 되었다.<br />

레만의 저술은 그가 도입한 개념인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기호가 되는 특징들에 대<br />

한 옹호이며, 이들은 다른 공연예술의 영역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한다.<br />

레만의 관찰과 연구 대상은 주로 동시대 연극 작품들의 공연들, 연극적 혼합형식들,<br />

장르의 분류에서 고전적 형식을 벗어나는 공연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레만은 자<br />

신이 정당화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보편적 특징으로 다음의 네가지 특성을 강조<br />

한다.<br />

첫째로, 작품 공연에서는 줄거리의 진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총체적인<br />

구조는 포기된다. 연극은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사건과도 같은 예술형식으로 나타나<br />

며, 미적인 것의 패러다임이 된다. 사실적인 일상적 경험의 혼란을 모방하면서 작품<br />

의 전통적인 공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드라마투르기는 총체적 모델의 부분적인 구조<br />

를 넘어 기능하면서 분열된 인식-감각적 인식-연극적 과정의 조건이 된다. 레만이 말<br />

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과거에 있었던 제도화된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순<br />

간적인 사건의 모든 (멀티미디어/상호미디어의) 해체적 예술의 실천에 대한 지칭이며,<br />

해체적 예술 실천이란 테크놀로지와 의미의 매체적 분해와 분열” 22)을 말한다. 그것<br />

은 인식을 해체 구성하는 예술가적 잠재력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으로 본다.<br />

21) Lehmann, 416 참조.<br />

22) "Es bleibt nicht die institutionalisierte Sparte, die es war, sondern wird der Name für alle multi-<br />

oder intermediale dekonstruktive Kunstpraxis des augenblicklichen Ereignisses. Doch sind es<br />

Technologie und die mediale Auf- und Abspaltung der Sinne, die zuerst den Blick auf die<br />

künstlerischen Potentiale der Dekomposition des Wahrnehmens gelenkt haben." Lehmann, 141f.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95<br />

둘째로, 이미지, 움직임, 단어들의 서열이 파괴되면서 몽상적인 구조가 들어선다.<br />

꿈속 세계의 구조는 다시금 의미가 제거된 상태를 나타낸다. 조직적으로 구조화된 과<br />

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양식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꼴라주, 몽타주와 파<br />

편화가 도입되고, 의미가 제거된 수단들이 부유한다. “꿈이 기호에 대한 변화된 이해<br />

를 요청하듯, 새로운 연극은 고양된 기호학과 제거된 의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br />

다. 23) 이러한 필요성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이미지 기술은 포스트드라마 연<br />

극의 무대를 채운다.<br />

셋째로, 작품의 새로운 합성으로 넓은 영역에서 연상 작용이 복잡하게 교류한다.<br />

조직적인 결속에 대한 반감, 극단적인 것에 대한 부정, 다른 장르의 양식과 주제에<br />

대한 작품의 개방성을 통하여 연속성 대신에 구분된 이질성이 생성된다. 개그, 카오<br />

스, 시간과 줄거리의 왜곡 등으로 수용 태도를 불안하게 하고 파라독스로 만든다. 관<br />

객의 감각 기관은 불연속을 인내하지 못하고 상상력을 작동시켜 유사한 것, 관계되는<br />

것, 상응하는 것을 추구한다. 24) 이에 여러 감각을 결합시켜 표현한 공감각<br />

(Synästhesie)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핵심적인 요소를 이룬다.<br />

마지막으로, 텍스트와 작품 초안으로서의 줄거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포스트드라<br />

마 연극에서 공연의 총체적 상황을 포괄하는 ‘퍼포먼스 텍스트’는 ‘언어 텍스트’와<br />

‘연출 텍스트’의 조건을 규정하게 된다. 그 결과 연극의 공연은 반복 가능한 상연이<br />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사건이 되는 것이다. 퍼포먼스 텍스트는 공연과 관객이 관계를<br />

맺는 방식, 시간과 공간적 상황, 사회적 차원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공연의<br />

진행 과정으로 구성된다. 25)<br />

5. 퍼포먼스 텍스트의 양식적 특징들<br />

레만이 말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 퍼포먼스적 요소들은 어떤 질서를 갖고 전<br />

23) "Wie der Traum eine veränderte Auffassung vom Zeichen nötig machte, so benötigt das neue<br />

Theater eine 'aufgehobene' Semiotik und eine 'ausgelassene' Deutung." Lehmann, 143.<br />

24) Lehmann, 143f. 참조.<br />

25) Lehmann, 145f. 참조.


9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경화되며,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무대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 나타나는가를<br />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퍼포먼스 텍스트의 형식적 특징들을 미시적 시각<br />

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학적 텍스트 중심의 연극에서 벗어나 “언어에 종속되<br />

지 않고 현실을 포착할 수 있는 표현 가능성”에 대한 탐색은 20세기 초 연극의 실천<br />

가들에 의해 실험적으로 시도되었으며, 기술미디어의 효과가 드러나면서 퍼포먼스<br />

텍스트와 같은 연극의 새로운 양식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크래머는 기호의 “두<br />

세계 존재론 (Zwei-Welten-Ontologie)”에 관한 테제에서 기호가 표출하는 ‘의미의 세<br />

계’와 기호가 현재화하는 ‘수행성 세계’를 이원론적으로 설명한다. 26) 의미의 세계는<br />

기호로부터 현현하여 나타나지만, 수행성의 세계는 기호의 실행을 통하여 현재화되<br />

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후 1960년대의 네오아방가르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기<br />

술적 장치들의 영감으로부터 추동력을 얻게 된다. 전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그리<br />

고 컴퓨터와 같은 기술매체는 개인적 삶에 “알레고리”와 같은 방식으로 개입하고 간<br />

섭한다. 두 번에 걸친 세계적 규모의 전쟁에 대한 체험은 질서가 아닌 무질서를 체화<br />

하고,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일상화한다. 매체에 대한 이니스 (Harold<br />

Innis)와 맥루언 (Marshall MacLuhan)의 역사적 사유는 1980년대를 지나며 철학적이<br />

며 미학적인 차원으로 정교화되며, 연극 무대 위에서 활용되는 차원을 넘어서 기술적<br />

아프리오리(Apriori)로 일상적 사유를 지배하게 되는 매체철학적 입장이 설득력을 얻<br />

게 된다. 레만이 설명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형식적 특징들은 연극학적인 요소들<br />

에 대한 문화적인 분석, 특히 매체문화로부터 도출되는 미학적 범주들과 긴밀하게 관<br />

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양식적 특징들 (Stil oder<br />

vielmehr die Palette der Stilzüge des postdramatischen Theaters)” 27) 가운데 레만은 우<br />

선 연극적 요소들 사이에서 위계질서가 교란되는 현상을 강조한다. 이는 전통적인 드<br />

라마에서 관객의 혼란을 막고 조화와 이해를 강조하기 위해 질서 정연한 방식으로<br />

연극적 요소들의 결합시켰던 관습을 거스르는 양식을 말한다. 레만은 이를 병렬구조<br />

(Parataxis)적 결합으로 설명한다.<br />

26) Sybille Krämer: Sprache-Stimme-Schrift: Sieben Thesen über Performativität als Medialität.a.a.O.,<br />

33-57. 여기서는 33.<br />

27) Lehmann, 146.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97<br />

포스트드라마의 병렬구조에서 요소들은 분명한 방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 비슷한 방<br />

식으로 기호가 위계질서에 반하여 사용되는 것을 언제나 확인할 수 있다. 기호의 사용은<br />

공감각적인 인식을 목표로 하며, 확립된 위계질서와 반대되는 입장에 있다. 이들이 유희적<br />

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종속적인 위치로 나타나는 것처럼, 그 정점에 언어, 말하기 방식과<br />

제스처 그리고 건축구조상 공간 경험과 같은 시각적 특성이 자리한다. 28)<br />

전통적인 연극적 요소들은 불분명하거나 우연성을 바탕으로 상호 결합되어 사용<br />

되며, 이런 활용은 생성되는 이미지를 탈드라마화 한다. 각각의 개별적인 요소들은<br />

동등한 비중을 갖게 되며, 부차적인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br />

이에 상응하여 여러 다른 장르가 서로 연결될 수 있으며 각각의 수단들은 같은 수준<br />

으로 결합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관객 인지의 개방성과 적극적 감각과 수용을 규정<br />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하여 공연을 위한 작품을 변형시키고, 연극 요소들의 위계질서<br />

를 파괴하며, 작품 구조와 상연 구조가 공개되며, 의미가 탈취되고, 관객의 수용 태도<br />

와 인지 방식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연극적 기호와 사건은 동시에 발생하며, 병렬적<br />

가치와 기호의 질서는 동시적인 경험으로 이끈다. 동시적인 것은 조직적인 의도를 가<br />

지고 도입한 인지 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것은 인지의 파편화 성격을 드러내<br />

고, 상세한 것, 보이지 않는 것, 전대미문의 것, 조각난 것에 대한 지각을 규정한다.<br />

레만은 기술미디어 시대의 관객이 이 모든 것들을 동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는 사<br />

실을 시대적 현상으로 받아들인다.<br />

퍼포먼스 텍스트의 두 번째 특징으로 레만은 무대 위에서는 기호의 과도한 사용이<br />

나 과소한 사용이 똑같이 허용되며, 연기자, 기호, 소품, 예상할 수 없는 기호의 조밀<br />

도와 그의 완급이 조정되는 양식을 든다. 기호의 최소화는 시각적 과잉과 반대되는<br />

방향에서 침묵, 빠름과 느림, 반복과 지속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이것으로 관객의 적<br />

극적 행위를 부추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br />

28) "Bei der Parataxis im postdramatischen Theater werden die Elemente nicht in eindeutiger Weise<br />

verknüpft. (...) In ähnlicher Weise läßt sich immer wieder ein nicht-hierarchischer Zeichengebrauch<br />

konstatieren, der auf eine synästhetische Wahrnehmung zielt und im Gegensatz zur etablierten<br />

Hierarchie steht, an dehren Spitze Sprache, Sprechweise und Gestik stehen und in der die visuellen<br />

Qualitäten wie architektonische Raumerfahrung, wenn sie ins Spiel kommen, als untergeordnete<br />

Aspekte figuierten." Lehmann, 147.


9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세 번째로,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는 드라마 규범의 침범이 전면에 들어서는 현상<br />

이 지목된다. 무대 위에서의 시간은 해체되고, 관습화된 형상의 인지는 포기되며, 규<br />

범화된 이미지 형상을 거부하는 것을 통하여 극단적인 것이나 기호의 급진적 증가가<br />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규범을 공략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중요한 형식으<br />

로 ‘소품 또는 소도구의 연극(Theater der Requisiten)’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는<br />

카오스적 구조를 선호하며, 연극 무대를 유희장소로 기능하게 하는 형식을 흔히 사용<br />

하며, 문자나 기호를 대상으로 잘못 인식하는 개그와 과잉 효과들이 넘쳐난다는 것이<br />

다.<br />

네 번째로,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 음악은 연극적으로 혹은 도구적으로 각각의 분<br />

명한 역할을 떠맡게 되는데, 보통의 언어도 과도하게 음악적으로 강조하거나 리듬을<br />

섞어 말하게 하여 청각적 기호학이 만들어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울림, 단어와<br />

소리를 구별하여 기억하게 하기 위한 음악화가 이용된다. 음악적 특징에 초점을 맞춘<br />

낯선 말과 발음이 도입되고, 미지의 음향 조합에 대한 체험을 지각하게 한다. 풍부한<br />

배경음이 깔리고 이질적인 장르의 음악과 여러 가지 타입의 음악이 사용된다.<br />

다섯 번째로, 레만은 시노그라피(Szenographie) 29)와 시각적 드라마투르기의 특성을<br />

강조한다. 텍스트 드라마투르기 자리에 시각적인 것이 들어서며, 이 시각적인 것은<br />

더 이상 텍스트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미지의 연극이 하나의 형식이 된다. 시퀀스와<br />

조응, 지각의 매듭과 밀도의 지점은 시각적인 것에 의해 규정된다. 이미지로서의 신<br />

체가 등장하고, 인간 신체의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가시화된다.<br />

작가 자신이나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자기 지시성, 비수식성, 추상성, 구<br />

체성, 기표의 자의성, 연속성, 우연성 등의 개념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경향들이 포스트<br />

드라마 연극에서 자주 드러난다. 레만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주 언급하<br />

는 윌슨(Robert Wilson, 1941~ ) 또는 스보보다(Josef Svoboda, 1920~2002)의 연극<br />

에서 시노그라피가 효과적으로 사용된다.<br />

29) 시노그라피는 연극적이고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여 무대 세트, 의상, 텍스트를 포함해 연극을 만드<br />

는 것이다. 시노그라퍼는 구조화되고, 변형되고, 채워진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그 역할이 드라마<br />

투르그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복합 이미지극이라고 이름하는 시노그라피는 텍스트나 장면의 시<br />

같은 심오한 성찰의 시각을 보여주고, 인간의 신체는 은유이고, 춤이 아닌 글쓰기의 복합적이고<br />

은유적인 감각의 글에 나타나는 움직임의 흐름이라고 한다. 김제민: 요셉 스보보다의 시노그라피<br />

에서 확장된 현대공연예술의 영상표현 연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2011. 20 이하.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99<br />

여섯 번째로, 포스트드라마에서의 퍼포먼스 텍스트는 온기(Wärme)와 냉기(Kälte),<br />

가까움과 멀리 떨어짐의 관계와 같은 양식들과 함께 배우와 관객이 대등하고 동등하<br />

게 상호 접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연극에서 언어기호의 권위가 박탈되고 텍스트는<br />

고도의 심리화 과정을 벗어나게 된다. 온기는 요동치는 인간 운명의 강화된 고착과<br />

서술을 통하여 무대에 오르게 되며, 냉기는 운명, 인물, 텍스트와 그것에 결합된 감각<br />

에 대한 격차를 통하여, 그리고 무자비하고 경멸하는 영화적 시퀀스나 서술을 통하여<br />

드러난다.<br />

일곱 번째로,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쟁점이 되는 현존하는 신체의 아우라가 빈번하<br />

게 강조된다. 신체와 신체의 동작이 중심의 지위에 오르기 때문에 신체를 전시하는<br />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점점 더 많은 동작들이 안무가에 의해 요청되고 지시된다.<br />

신체 동작이 극단적인 지점에까지 이르게 하며, 신체의 절대화가 이루어지며, 의미로<br />

부터 자유로운 동작을 지향하게 된다. 연극이 진행과정에서 신체는 늘 긴장하고 위험<br />

스러운 액션까지 감행된다.<br />

그 외에도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는 지금 생겨난 구체적인 사건으로서의 연기<br />

(Konkretes Theater)가 강조된다. 구체 연극은 ‘이야기 없는 연극’ 혹은 ‘연극적 연극’<br />

으로 나타난다.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구획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이지만, 종<br />

합예술작품으로 활용되는 모든 수단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신체를 끌어들인다. 지치<br />

게 만드는 반복, 아무것도 없음 그리고 무지향성을 통하여 형식화를 강요하거나 침묵<br />

하게 하고, 신체, 물질 그리고 형식이 밀착된 현존으로 이끌어간다. 기호는 기호의 현<br />

존을 통하여 함께 나누고 공유한다. 지각은 구조의 인식으로 회귀하며, 시선은 감출<br />

수 없는 것을 통하여 강조되어 자세하고 구체적인 것을 향하게 한다.<br />

또한 실제의 침입 (Einbruch des Realen)은 실재하는 것을 무대 위로 올리는 것이<br />

아니라, 무대 위의 실재하는 것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되며, 이와 함께 불<br />

분명한 것의 미학이 생겨난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의 미학, 형식과 내용의 전복이 아<br />

니라 사실적 연속성과 연출된 구축물의 전복이 주제가 된다. 관객과의 미학적 거리는<br />

불안정하게 되며, 동시에 사건들은 관객은 물질성이 강조된 기호적 특성을 의식하도<br />

록 만든다. 요컨대 실재하는 것을 전면으로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자기반<br />

성적으로 이용하는 연극이 되는 것이다.<br />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과정으로서의 연극, 강조 행위와 줄거리 그리고 관객의 참여


10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와 인터랙션 가운데 사건성과 행위가 중심이 된다. 이것과 함께 사회적 상황의 연극<br />

이 생성되며, 사실적인 것을 드러내는 행위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텍스트는 의<br />

미를 상실하게 되며, 재현보다는 현존이 강조되거나 사건에 대한 행위가 중심을 이루<br />

게 된다.<br />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드라마 연극의 환영주의를 포기한다. 예술과 현실, 연극과<br />

다른 예술, 라이브 행위와 기술적 복제, “액팅”과 “낫-액팅” 간의 경계를 없애고 상호<br />

침투하는 것이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생명수 (Lebenselixier)가 된다. 보여주기가 의식<br />

적으로 실행되고, 보여진 것과 병치되어 이들은 동일한 권리를 갖게 된다. 그러나 레<br />

만이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자신이 옹호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에서 퍼포먼스 텍스<br />

트의 양식적 특성들은 수사적으로 “알레고리적”인 표현의 범주 안에 있음을 감안해<br />

야 할 것이다. 30)<br />

6. 나오는 말<br />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은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과 대립된다는 점에서 포<br />

스트브레히트 연극론으로 이해되지만, 최근의 공연예술 무대 위에 나타난 특징들에<br />

대하여 포스트모던 철학을 적용하여 이론화한 결과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브레히트<br />

의 서사극 이론이 관객을 학습시키기 위해 교육적이거나 이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br />

려는 목적극을 지향했다면, 레만의 연극론은 미디어시대의 새로운 영감이 반영되어<br />

변화된 공연예술 현상의 특징들을 설명하려는 이론적 형상화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br />

이자 연출가였던 브레히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사유를<br />

지향했다면, 연극학자이자 이론가인 레만은 기술미디어가 개입된 공연예술 현장에<br />

나타나는 현상들을 해석학적으로 종합하려는 노력을 보인다.<br />

연극의 역사는 드라마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은 물론 무대 공간의 변천, 공연 형식<br />

과 공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수단이 변해온 역사를 포함한다. 공연의 목적<br />

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언제나 당대 최고 수준의 기술과 보조수단이 동원되었으며, 무<br />

30) “Der Status der Beispiele ist allegorisch: (...)”, Lehmann, 146.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101<br />

대 장치와 디자인, 음악과 조명은 당대 과학 기술의 수준을 반영한다. 극장의 건축이<br />

나 무대 장치까지도 공연예술의 생성과 극작술의 발전, 극예술의 수용 관습에까지 중<br />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은 기술미디어시대에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다가온<br />

다. 바그너는 모든 기술을 집결시킨 종합예술작품 (Gesamtkunstwerk)을 지향하는 통<br />

합적 예술론을 주창하면서 “건축이 인간의 삶을 그려내는 동료 작가들에게 틀을 제<br />

공해주고 그들의 예술이 보여지는 데 필수적인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상<br />

의 과업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31) 바그너에 있어서의 건축은 레만에 있어서의 매체<br />

개념에 상응하는 지위를 점하는 있음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공연 무대는<br />

미디어 장치들로 채워지고, 연극의 관객은 시간성과 공간성이 결합된 미디어 퍼포먼<br />

스와 마주하는 상황에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다.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에 익<br />

숙한 현대의 호모 비디오쿠스는 오랜 전통의 드라마 관객보다는 이른바 포스트드라<br />

마 연극을 더욱 편안하게 수용하는 관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각<br />

미디어의 투입과 무대 환경은 보조 수단을 넘어서 퍼포밍 아트 (Performing art) 생산<br />

의 전제가 되는 조건으로 작용하며, 수용자의 태도와 인지방식을 선험적으로 규정한<br />

다. 레만이 그의 저술에서 옹호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은 지난 세기의 공연예술의<br />

특징적 현상들을 매체문화사의 흐름에 위치시켜 이론화하고, 물질성을 드러내는 공<br />

연예술의 시대적 흐름을 규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br />

31) 바그너: “드라마야말로 예술 통합의 결정체이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각각의 예술 분과들이 완<br />

전할 때에만 드라마도 최상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진정한 드라마는 모든 예술의 공통적인 목<br />

표, 즉 직접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호소하고자 하는 목표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br />

드라마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예술들은 다른 예술과의 상호 협력을 통해 최고의 비밀을 일반<br />

대중에게 보여주게 된다. 개별 영역으로 존재하는 모든 예술은 드라마 속에서 다른 예술들과의<br />

상호 보완적인 타협과 협력을 통해 하나의 총체적인 메시지로 되살아나 각자가 지향하는 목적과<br />

이상을 구현하게 되기 때문이다.” in: 랜들 패커 편: 멀티미디어. 아트센터 나비. 2004. 53에서 재<br />

인용.


10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참고문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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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2011.<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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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론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의 문제 103<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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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n. Bielefeld 2008.<br />

Drewes, Mirian: Theater als Ort der Utopie. Bielefeld 2010.<br />

Zusammenfassung<br />

Die Problematik von Performativität und Medialität im Lehmanns<br />

"Postdramtischen Theater"<br />

Yoo, Bong Keun (Soonchunhyang Uni)<br />

Für viele Theaterwissenschaftler ist das Buch von Hans-Thies Lehmann<br />

Postdramtisches Theater(1999) mittlerweile zum Standardwerk avanciert. Der Begriff<br />

"postdramatisch" stammt vom Richard Schechner, der im abweichender Akzentuierung<br />

das Wort "postdramatisch" auf das Happening angewandt hat. Lehmann untersucht in<br />

seinem Buch die Inszenierungstendenzen und -weisen des Theaters seit dem 70er<br />

Jahren und fasst die Merkmale und Ansätze zusammen. Er setzt die Neuerungen in<br />

Beziehung zu den Merkmalen des antiken Dramas und der historischer Avantgarde, die<br />

sich seit Anfang des 20. Jahrhunderts entwickelt haben. Viele Neuerungen kommen<br />

nicht nur aus den Theaterbühnen, sondern auch aus den bildenden Künsten. Eine<br />

entscheidende Reform des Theaters bedingte der Einzug der Performativität, die neue<br />

Stellung der Inszenierung und die Verschiebung vom Werk zur Aufführung, sowie der


10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aktiven Partizipation und Interaktion des Publikums. Dadurch tritt die Präsenz des<br />

Akteurs bzw. Performers vollends in den Vordergrund und verschiebt die tradierte<br />

Fokussierung des Textes und ermöglicht Formen der Partizipation und Interaktion des<br />

Publikums. Die Performance Kunst ist für das postdramatische Theater grundlegende<br />

Bedingung geworden und fokussiert vor allem die phänomenologisch wahrnehmbaren<br />

Theatervorgänge. Der Akt der Darstellung die Ereignishaftigkeit und der Prozess der<br />

Aufführung, sowie die neue Rezeptionshaltung des Publikums bedingen und<br />

unterstützen damit die Auflösung dramatischer Theaterformen.<br />

Der vielfältige Einsatz von Medien ist in vielen postdramatischen Theaterformen<br />

selbstverständlich geworden. Lehmanns Beobachtungen und herausgearbeiteten Verfahren<br />

stammen hauptsächlich aus Inszenierungen zeitgenössischer Theaterstüke, theatraler<br />

Mischformen und Aufführungen, die außerhalb der klassischen Einordnung in Genres oder<br />

Gattungen, stehen. Die vier Elemente wie Entzug der Synthese, Traumbilder, Synästhesie<br />

und Performance Text stehen für Lehmann an oberster Stelle. Sie kennzeichnen die<br />

Arbeitsweisen, die über die tradierten Formen des Theaters hinausgehen. Die wichtigsten<br />

Punkte sind die Verschiebung des Werkes zur Aufführungsstruktur, der Sinn-Entzug und<br />

die neue Rezeptions- und Wahrnehmungshaltung der Zuschauer.<br />

Die Theaterbühne wandelt sich heute in ein Ausstellungsort von Videoinstallationen,<br />

die meistens electronischen Medien dekoriert und kontrolliert sind, wo die Zuschauer<br />

des postdramatischen Theaters in der Tendenz visuelle Kunstwerken begegnen werden.<br />

Keyword<br />

(한글/독일어)<br />

한스-티스 레만<br />

Hans-Thies Lehmann<br />

드라마적 연극<br />

Dramatisches Theater<br />

수행성<br />

Performativität<br />

⋅필자 E-Mail: berlinyoo@daum.net (<strong>유봉근</strong>)<br />

리차드 쉐크너<br />

Richard Schechner<br />

포스트드라마 연극<br />

Postdramatisches Theater<br />

매체성<br />

Medialität<br />

⋅투고일: 2011년 12월 31일/ 심사일: 2012년 1월 15일/ 심사완료일: 2012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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