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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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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3<br />

여기서 신체의 일부를 확장한 손가락장갑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외부대상<br />

과의 접촉 및 소통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상을 느끼고, 만지고, 잡는 행위를<br />

통해 외부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얻게 해준다. 호른의 손가락장갑은 여기서 영<br />

국의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Gregory Bateson이 언급한 맹인의 지팡이를 연상<br />

시킨다. 베이트슨은 그의 저서 마음의 생태학(2000)에서 맹인의 지팡이는 그의 신<br />

체의 일부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15) 지팡이는 맹인에게 있어서 길을<br />

걸을 때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가 눈을 통<br />

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처럼, 맹인은 지팡이를 통해 외부세계에 대한 정<br />

보를 얻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눈이 우리의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맹인에게 있어<br />

서 지팡이는 이런 점에서 그의 신체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호른<br />

의 손가락장갑은 외부대상에 대한 정보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며, 이로써<br />

손가락장갑은 감각 및 신체의 확장으로서 기능한다.<br />

포스트휴머니즘과 연관해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크게 다<br />

음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캐서린 헤일<br />

즈의 포스트휴먼 담론은 인간신체를 다른 도구들과 결합이 가능한 “오리지널 보철”<br />

로 이해하고 있다. 즉 신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다른 도구들과 결합, 대<br />

체,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는<br />

감각 및 신체의 확장으로서 인간신체는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한 ‘유동적 공간’임을<br />

보여 준다. 둘째,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인간신체는 단순히 생물학적 유기체에만 국한<br />

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대상에 대한 정보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기계)도 신체의 일<br />

부에 포함된다. 이로써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신체와 도구의 이분법적 경계는 더 이상<br />

유효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호른의 사이보그 이미지는 그러나 인간신체의 제약을 능<br />

가하려는 ‘인간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호른의 사이보그 이미지는 ‘소머즈’나<br />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자신의 신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몸속에 기계장치를 이식<br />

하는 인간과 기계의 융합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과 도구(기계)가 함께 공진화하는<br />

방식을 보여 준다. 호른의 퍼포먼스는 이런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 시<br />

대 도구(기계)와 더불어 공진화해 가는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해 주고 있다. 셋째,<br />

15)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 박대식 옮김. 책세상 2006. 691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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