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35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자 이후의 시대’로, 미국의 문학이론가 이합 핫산 Ihab Hassan은 휴머니즘에 대한 위
기의식에서 ‘휴머니즘 이후의 시대’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공통적인 것은 포스트
휴머니즘은 오늘날 휴머니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담론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포스트휴머니즘의 논의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및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더 이상 이전의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자 한다.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재현방식은 오늘날 문학, 영화, 예술 등 대중매
체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고는 여기서 특히 독일의 멀티미디어 예술가 레
베카 호른 Rebecca Horn 2)의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 몸의 정
체성 및 인간과 기계의 유기적 관계가 예술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에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레베카 호른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젠더, 공간, 기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3) 본고는 이와
달리 호른의 작품 속에 내재된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논의가 예술적으로 재현되고 있
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본고는 다음 장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의 의미와
더불어 이 시대에 내포된 특징적인 점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2.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란?
‘포스트휴머니즘’이란 용어는 이합 핫산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바 있다. 핫산은
2) 레베카 호른은 194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 사이에 위치한 미헬슈타트 Michelstadt
에서 태어났으며, 1963년 함부르크 미술학교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조각을 공부하였다. 이 시기
호른은 조각뿐만 아니라, 쟝 주네, 프루스트, 카프카, 베케트 등의 문학작품을 탐독하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호른의 독특한 예술적 특징은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에
서 비롯된다. 1967년 그녀는 졸업전시작품을 작업하던 중 유독가스에 노출되어 1년 동안 요양원에
서 생활하게 된다.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 속에서 호른은 외부와의 소통을 절실히 갈구하
였으며, 이러한 그녀의 개인적 경험은 이후 신체를 통한 퍼포먼스 예술로 재현되기 시작하였다. 호
른의 작품세계는 퍼포먼스, 키네틱 아트, 회화, 설치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하며, 카셀 도큐멘타
상(1986), 카네기 상(1988), 바냇 & 애널리 상(2004), 파이펜브록 조각상(2006) 등을 수상하였다.
3) 국내에서 레베카 호른의 개인전은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지난 2007년 5월 18일부터 8월 19일까지
진행되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책자를 참조하기 바란다. 로댕갤러리: Rebecca Horn 레
베카 호른. 로댕갤러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