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brecht.german.or.kr
from brecht.german.or.kr More from this publisher
02.07.2013 Views

37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삶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로서 부각되고 있다. 이로써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다움의 경계를 인간에게만 제한했던 휴머니즘적 인간정체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일 뿐만 아니 라, 인간과 마찬가지로 느낌, 감정, 분노, 슬픔, 열정을 가진 ‘인간적인 기계’로서 제 시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호른의 기계들은 기계 속에 깃 든 영혼, 자율성, 생명력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중심주의 적 사고체계를 전복시키고 있다.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데카르트는 그의 방법서 설에서 인간은 기계와 달리 영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로써 인간은 기계와는 다른 존재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혼 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로서 제시되고 있다. 3.3. 영화 :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초기 퍼포먼스 및 키네틱 아트와 비교해 볼 때, 호른이 제작한 영화에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共生)관계가 두드러지게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78년에 제작된 영화 의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가능성이 묘사되고 있다. 영화 는 뉴욕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인데, 마지막 장면에 서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나와 눈먼 장님이 함께 탱고를 춘 후 떠나가자, 방 한가운데 서있던 ‘테이블 기계’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처럼 이들의 탱고음악에 맞춰 춤 을 추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1978)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71 호른의 영화대본에는 탱고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테이블 기계’에 대해 다음과 같 이 묘사되어 있다. 검정 테이블은 오래도록 기다리면서 이 공간에 서 있다가, 갑자기 너무 놀랍게도 매시간 여 러 번씩 탱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는 기계의 정확함을 지닌 채 고집스런 자신의 삶을 제 시해 보이고 있다. 그의 재빠른 동작은 비범한 신사, 즉 솔로댄서의 개성을 더해 주고 있다. Der schwarze Tisch stand lange wartend in diesem Raum und beginnt plötzlich, zum Erstaunen aller, mehrmals stündlich einen Tango zu tanzen. Er präsentiert sein kapriziöses Eigenleben mit der Genaurigkeit einer Maschine. Seine flinken Bewegungen verleihen ihm die Persönlichkeit eines außergewöhlichen Herrn, eines Eintänzers. 21)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네 다리로 춤을 추는 ‘테이블 기계’는 두 남녀가 한 몸으 로 결합된 형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이로써 두 남녀 간의 성적(性的) 차 이는 ‘테이블 기계’를 통해 극복된 것처럼 보인다. 호른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춤추는 ‘테이블 기계’를 ‘솔로댄서’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춤추는 두 남녀와 춤추는 ‘테이블 기계’를 똑같이 인간다운 감정과 개성을 소유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 다. 영화에서 호른은 기계의 완벽함보다는 인간다운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기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기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운명적 동반자’로서 기 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로써 호른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공진화해 가는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영화적 기법으 로 재현하고 있다. 4. 맺는 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레베카 호른은 초기 퍼포먼스에서 신체와 도구의 결합을 21) Zit. nach Claudia Bahmer: ≫Melancholische Darsteller≪ in völliger Einsamkeit. Rebecca Horns künstlichen Menschen. In: Menschenkonstruktionen. Künstliche Menschen im Literatur, Film, Theater und Kunst des 19. und 20. Jahrhunderts. Hg. v. Gisela Febel, Cerstin Bauer-Funke. Göttingen: Wallsstein Verlag 2004. S. 148-168, hier S. 161f.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71<br />

호른의 영화대본에는 탱고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테이블 기계’에 대해 다음과 같<br />

이 묘사되어 있다.<br />

검정 테이블은 오래도록 기다리면서 이 공간에 서 있다가, 갑자기 너무 놀랍게도 매시간 여<br />

러 번씩 탱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는 기계의 정확함을 지닌 채 고집스런 자신의 삶을 제<br />

시해 보이고 있다. 그의 재빠른 동작은 비범한 신사, 즉 솔로댄서의 개성을 더해 주고 있다.<br />

Der schwarze Tisch stand lange wartend in diesem Raum und beginnt plötzlich, zum<br />

Erstaunen aller, mehrmals stündlich einen Tango zu tanzen. Er präsentiert sein kapriziöses<br />

Eigenleben mit der Genaurigkeit einer Maschine. Seine flinken Bewegungen verleihen ihm<br />

die Persönlichkeit eines außergewöhlichen Herrn, eines Eintänzers. 21)<br />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네 다리로 춤을 추는 ‘테이블 기계’는 두 남녀가 한 몸으<br />

로 결합된 형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이로써 두 남녀 간의 성적(性的) 차<br />

이는 ‘테이블 기계’를 통해 극복된 것처럼 보인다. 호른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br />

춤추는 ‘테이블 기계’를 ‘솔로댄서’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춤추는 두 남녀와<br />

춤추는 ‘테이블 기계’를 똑같이 인간다운 감정과 개성을 소유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br />

다. 영화에서 호른은 기계의 완벽함보다는 인간다운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기계’에<br />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br />

기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운명적 동반자’로서 기<br />

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로써 호른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가<br />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공진화해 가는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영화적 기법으<br />

로 재현하고 있다.<br />

4. 맺는 말<br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레베카 호른은 초기 퍼포먼스에서 신체와 도구의 결합을<br />

21) Zit. nach Claudia Bahmer: ≫Melancholische Darsteller≪ in völliger Einsamkeit. Rebecca Horns<br />

künstlichen Menschen. In: Menschenkonstruktionen. Künstliche Menschen im Literatur, Film, Theater<br />

und Kunst des 19. und 20. Jahrhunderts. Hg. v. Gisela Febel, Cerstin Bauer-Funke. Göttingen:<br />

Wallsstein Verlag 2004. S. 148-168, hier S. 161f.

Hooray! Your file is uploaded and ready to be published.

Saved successfully!

Ooh no, something went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