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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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9<br />
마찬가지로 (1989)라는 기계장치는 양쪽에 코<br />
뿔소의 뿔이 달린 두 개의 둥근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에 설치된 모터가 작<br />
동하면 두 개의 둥근 원은 서로 맞붙으면서 불꽃을 낸다.<br />
(1989)<br />
여기서 호른은 두 개의 금속이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섬광과 같은 불꽃을 격렬한 ‘키<br />
스’로 의인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인간처럼 뜨거운 열정을 지닌 기계조각을 통해 호<br />
른은 기계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호른의 예술세<br />
계에서 인간과 기계는 끊임없이 서로 교감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에 놓여<br />
있다. 인간과 기계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호른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br />
고 있다.<br />
인간은 기계와 같이 움직이며 기계는 인간과 같다. 인간과 기계의 정신세계는 서로 교감될<br />
수 있으며 충동은 똑같으며 성적인 에너지와 요구되어지는 모터도 같다. 그 기계들은 인간<br />
적인 자극(흥분)을 보여준다. 그들은 입을 맞추고 돌아가며 같이 살며 사랑에 빠지면서 인<br />
사불성이 된다. 기계-인간-자연은 모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20)<br />
이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똑같이 충동, 흥분, 열정, 사랑을 느끼는 인간다운<br />
특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들로 제시되고 있으며, 인간과 기계는 모두 각자 정해진<br />
20) 김향숙: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와 설치에 투영된 양성(androgyne)의 다의적 알레고리에 관한 연<br />
구. 실린 곳: 조형교육 Vol. 33(2009). 99-118쪽, 여기서는 114쪽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