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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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2013 Views

36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 로 외부대상을 관찰하게 한다. 이러한 ‘동물되기’ 퍼포먼스를 통해 호른은 인간의 눈 으로 외부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새의 눈으로 외부대상을 응시하고, 새처럼 외부대상과 접촉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포 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을 추구함으로써 휴머니즘적 인간정체성을 해 체시키고 있다. 호른의 퍼포먼스는 더 나아가 인간의 ‘동물되기’ 방식을 연출해 보임 으로써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 3.2. 키네틱 아트: 기계의 ‘인간화’ 레베카 호른이 1970년대에 주로 신체와 도구의 결합을 통해 인간신체의 다양한 변화가능성을 퍼포먼스로 연출해 보였다면, 1980년대부터는 신체를 통한 퍼포먼스보 다 움직이는 기계조각인 키네틱 아트에 주목하게 된다. 호른이 움직이는 기계조각에 서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은 기계 속에 깃든 영혼이다. “나한테[호른] 있어서 이 기계들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데, 그들은 작동하고, 진동하고, 전율하며, 갑자기 다 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깨어난다. 이들은 결코 완벽한 기계들이 아니다. Für mich sind diese Maschinen beseelt, sie agieren, sie beben, sie zittern, sie werden ohnmächtig und erwachen plötzlich wieder zu neuem Leben. Perfekte Maschinen sind es keinesfalls.” 17) 이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똑같이 영혼과 생명력을 소유한 존 재로서 제시되고 있으며, 이로써 영혼이 인간에게만 고유한 특성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전복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실례로서 (1988)이라는 기계조각은 새의 모습을 모방하여 설치된 작품이다. 17) Horn, Rebecca: Die Batille-Interviews I Paris 1993. Rebecca Horn im Gespräch mit Germano Celant. In: Rebecca Horn. Ostfildern bei Stuttgart: Cantz Verlag 1994. S. 23-31, hier S. 26.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7 (1988) 깃털에 연결된 모터가 작동하게 되면, 깃털기계는 마치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하 는 것처럼 날개를 움직인다. 이에 대해 호른은 다음과 같은 시로 표현하고 있다. 검은 미망인, 깨어난 듯 몸을 뻗치면서 오팔색으로 빛을 발하는 달빛 강을 응시하면서 그녀의 까만 날개를 펼친다. 크게 하품하면서 The Black Widow stretching awake staring at the opalescent moonriver spreads out her black wings yawningly. 18) 여기서 호른은 깃털기계를 ‘미망인’으로 의인화하고 있으며, 살아서 움직이는 새 처럼 달빛 강을 응시하면서 깨어난 듯 날개를 펼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기계조각에 대해 호른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내 기계들은 자동세탁기가 아니다. 그들은 인간다운 특성을 소유하고 있으며, 또 변하기도 한다. 그들은 신경질적이고 때때로 멈추기도 한다. 만약 기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장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쳤을 뿐이다. 기계들의 비극적이거나 우울한 측면은 내 게 중요하다. 나는 기계들이 영원히 작동하기를 원치 않는다. 18) Haenlein, Carl (Hg.): Rebecca Horn: The glance of infinity. S. 144f.

36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로 외부대상을 관찰하게 한다. 이러한 ‘동물되기’ 퍼포먼스를 통해 호른은 인간의 눈<br />

으로 외부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새의 눈으로 외부대상을 응시하고, 새처럼<br />

외부대상과 접촉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포<br />

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인간이 아닌<br />

동물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을 추구함으로써 휴머니즘적 인간정체성을 해<br />

체시키고 있다. 호른의 퍼포먼스는 더 나아가 인간의 ‘동물되기’ 방식을 연출해 보임<br />

으로써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br />

3.2. 키네틱 아트: 기계의 ‘인간화’<br />

레베카 호른이 1970년대에 주로 신체와 도구의 결합을 통해 인간신체의 다양한<br />

변화가능성을 퍼포먼스로 연출해 보였다면, 1980년대부터는 신체를 통한 퍼포먼스보<br />

다 움직이는 기계조각인 키네틱 아트에 주목하게 된다. 호른이 움직이는 기계조각에<br />

서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은 기계 속에 깃든 영혼이다. “나한테[호른] 있어서 이<br />

기계들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데, 그들은 작동하고, 진동하고, 전율하며, 갑자기 다<br />

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깨어난다. 이들은 결코 완벽한 기계들이 아니다. Für mich<br />

sind diese Maschinen beseelt, sie agieren, sie beben, sie zittern, sie werden<br />

ohnmächtig und erwachen plötzlich wieder zu neuem Leben. Perfekte Maschinen sind<br />

es keinesfalls.” 17) 이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똑같이 영혼과 생명력을 소유한 존<br />

재로서 제시되고 있으며, 이로써 영혼이 인간에게만 고유한 특성이라는 데카르트의<br />

주장을 전복시키고 있다.<br />

이에 대한 실례로서 (1988)이라는 기계조각은 새의<br />

모습을 모방하여 설치된 작품이다.<br />

17) Horn, Rebecca: Die Batille-Interviews I Paris 1993. Rebecca Horn im Gespräch mit Germano Celant.<br />

In: Rebecca Horn. Ostfildern bei Stuttgart: Cantz Verlag 1994. S. 23-31, hier S.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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