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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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외부대상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으로<br />
서 신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통의 방식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br />
즉 언어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면, 호른은 여기서 언어가 아닌 도구와 결합된 신체를<br />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호른은 신체보다 정신의 우위<br />
성을 강조한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의 인간정체성과는 달리 신체의 새로운 가능성을<br />
열어 주고 있다.<br />
다음으로 (1972)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가로와 세로가<br />
교차하는 지점에 각각 꽂힌 연필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하얀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br />
행위를 연출하고 있다.<br />
(1972)<br />
연필은 무언가를 묘사하는 도구이며, 이 퍼포먼스의 경우에도 연필의 본래적인 기능<br />
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단지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손대신 얼굴이 연필로 묘사하<br />
는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얼굴이 손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으며, 이때<br />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얼굴에 뒤집어 쓴 인공적인 보철도구이다. 포스트휴먼 담<br />
론과 연관해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도구를 통한 신체기능의<br />
변화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즉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몸의 정체성은 고<br />
유한 속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보철도구들을 통해 언제든지 다른 기능으로<br />
변화될 수 있다.<br />
또한 (1973)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검정색 깃털로 만들<br />
어진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