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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순 - 한국브레히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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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br />

-레베카 호른의 예술작품을 중심으로<br />

1. 들어가는 말<br />

<strong>천현순</strong>(이화여대)<br />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매즐리시 Bruce Mazlish는 그의 저서 네번째 불연속<br />

(1993)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인간의 우월<br />

성을 전복시킨 네 명의 사상가들이 존재한다고 언급한다. 1) 첫 번째 사상가는 니콜라<br />

우스 코페르니쿠스로서, 그는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우주의<br />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 사상가는 찰스 다윈으로서, 그<br />

는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동물의 후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세<br />

번째 사상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로서, 그는 인간은 의식의 주인이 아니라 무의식의<br />

지배를 받는 존재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네 번째 사상가는 매즐리시 자신으로서,<br />

그는 인간은 기계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기계와 더불어 공진화해 왔다고 주장한<br />

다. 즉 매즐리시에 따르면, 인간의 진화는 도구(기계)와 더불어 가능했다는 것이다.<br />

이로써 그는 인간과 기계는 불연속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에게<br />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진화를 거듭해온 연속적 관계에 있다고 본다.<br />

인간과 기계의 연속적 관계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게<br />

되며, 이는 다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의 문제를 재검토하게 한다. 그렇다면 포스<br />

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관계규정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오늘날 ‘포스<br />

트휴머니즘 posthumanism’의 개념은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뉘앙스로 표현되고 있는<br />

데, 독일의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 Peter Sloterdijk는 정보매체의 변화에 따라 ‘문<br />

* 이 논문은 2007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br />

아 연구되었음(NRF-2007-361-AL0015).<br />

1) 브루스 매즐리스: 네번째 불연속.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1. 13쪽 이하.


35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자 이후의 시대’로, 미국의 문학이론가 이합 핫산 Ihab Hassan은 휴머니즘에 대한 위<br />

기의식에서 ‘휴머니즘 이후의 시대’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공통적인 것은 포스트<br />

휴머니즘은 오늘날 휴머니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담론으로서 인식되고 있다<br />

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포스트휴머니즘의 논의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및<br />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더 이상 이전의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br />

자 한다.<br />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재현방식은 오늘날 문학, 영화, 예술 등 대중매<br />

체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고는 여기서 특히 독일의 멀티미디어 예술가 레<br />

베카 호른 Rebecca Horn 2)의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 몸의 정<br />

체성 및 인간과 기계의 유기적 관계가 예술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탐색해<br />

보고자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에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레베카 호른에 대한<br />

연구는 지금까지 젠더, 공간, 기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3) 본고는 이와<br />

달리 호른의 작품 속에 내재된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논의가 예술적으로 재현되고 있<br />

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본고는 다음 장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의 의미와<br />

더불어 이 시대에 내포된 특징적인 점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br />

2. 포스트휴머니즘 시대란?<br />

‘포스트휴머니즘’이란 용어는 이합 핫산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바 있다. 핫산은<br />

2) 레베카 호른은 194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 사이에 위치한 미헬슈타트 Michelstadt<br />

에서 태어났으며, 1963년 함부르크 미술학교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조각을 공부하였다. 이 시기<br />

호른은 조각뿐만 아니라, 쟝 주네, 프루스트, 카프카, 베케트 등의 문학작품을 탐독하면서 문학적<br />

상상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호른의 독특한 예술적 특징은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에<br />

서 비롯된다. 1967년 그녀는 졸업전시작품을 작업하던 중 유독가스에 노출되어 1년 동안 요양원에<br />

서 생활하게 된다.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 속에서 호른은 외부와의 소통을 절실히 갈구하<br />

였으며, 이러한 그녀의 개인적 경험은 이후 신체를 통한 퍼포먼스 예술로 재현되기 시작하였다. 호<br />

른의 작품세계는 퍼포먼스, 키네틱 아트, 회화, 설치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하며, 카셀 도큐멘타<br />

상(1986), 카네기 상(1988), 바냇 & 애널리 상(2004), 파이펜브록 조각상(2006) 등을 수상하였다.<br />

3) 국내에서 레베카 호른의 개인전은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지난 2007년 5월 18일부터 8월 19일까지<br />

진행되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책자를 참조하기 바란다. 로댕갤러리: Rebecca Horn 레<br />

베카 호른. 로댕갤러리 2007.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57<br />

그의 논문 행위자로서 프로메테우스 - 포스트휴머니스트 문화를 향하여 Prometheus<br />

als Performer - Toward a Posthumanist Culture (1977)에서 포스트휴머니즘과 연관해<br />

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br />

현재 포스트휴머니즘은 의심스러운 신조어, 최신의 슬로건, 또는 단순히 인간의 자기혐오에<br />

대한 또 하나의 이미지로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휴머니즘은 또한 우리<br />

문화의 잠재성에 대한 암시이자, 유행 이상의 것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경향을 암시하는 것<br />

일 수도 있다....<br />

오백년 역사의 휴머니즘이 종말에 이르고, 휴머니즘 스스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포스트휴<br />

머니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어떤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br />

있다.<br />

At present, posthumanism may appear variously as a dubious neologism, the latest slogan, or<br />

simply another image of man’s recurrent self-hate. Yet posthumanism may also hint at a<br />

potential in our culture, hint at a tendency struggling to become more than a trend....<br />

We need to understand that five hundred years of humanism may be coming to an end, as<br />

humanism transforms itself into something that we must helplessly call posthumanism. 4)<br />

핫산은 여기서 포스트휴머니즘은 우리 문화에 잠재된 휴머니즘에 대한 위기의식<br />

에서 파생된 개념이며, 휴머니즘이 종말을 고한 이후의 시대를 포스트휴머니즘이라<br />

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휴머니즘이 ‘위기’로 인식되<br />

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문화비평가 네일 베드밍턴 Neil Badmington은 그<br />

의 서문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접근 Introduction: Approaching Posthumanism 에서<br />

서구전통에서 휴머니즘은 특히 르네 데카르트에 의해 정립되었다고 보고 있다. 데카<br />

르트는 그의 방법서설에서 이성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짐승과 구별되게<br />

해주는 유일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5) 즉 이성적 사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br />

주는 인간의 고유한 속성에 해당하며, 인간다움의 특징은 따라서 인간의 이성적 사고<br />

를 통해 표출되는 영혼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br />

4) Zit. nach Neil Badmington: Introduction: Approaching Posthumanism. In: Posthumanism. Hg. v. Neil<br />

Badmington. New York: Palgrave 2000. S. 1-10, hier S. 2.<br />

5)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이현복 옮김. 문예출판사 1997. 143-237쪽, 여<br />

기서는 147쪽.


35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가치가 바로 이성적 사고에 근<br />

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를 바탕으로 데카르트는 인간, 동물, 기계 사이의 명확한<br />

차이를 밝히고 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동물과 똑같은 기계가 있다고 한다면, 동물<br />

과 기계 사이를 구분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과 똑같<br />

은 기계가 있다고 한다면, 인간과 기계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해 주는 두 가지 수단이<br />

존재하는데, 하나는 언어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능력이다. 즉 인간은 기계와 달<br />

리 자신의 생각을 언어를 통해 전달할 수 있으며, 또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통해 모<br />

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논리는 여기서 크게<br />

두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데카르트는 인간의 정신작용, 즉 영혼을<br />

통해 인간에 대한 정의 및 인간다움의 특징을 규명하고 있다. 둘째, 데카르트는 인간<br />

에게만 고유한 영혼을 통해 인간과 기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이는 더 나아가<br />

인간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체계를 정립하고 있다.<br />

베드밍턴은 그의 서문에서 데카르트가 위에서 제시한 인간에 대한 정의 및 인간중<br />

심주의적 사고는 이후 서구전통에서 휴머니즘의 근간을 이루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br />

쳤다고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휴머니즘적 인간정체성이<br />

더 이상 유효한 담론이 될 수 없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6) 이러한 맥락<br />

에서 오늘날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에서 고수해온 인간에 대한 정의를 해체하여<br />

‘새로운 인간상’을 재정립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 이와 연관해서 캐서린 헤일즈 N.<br />

Katherine Hayles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br />

이제 인간은 좋건 싫건 인공적 생명․지능적 기계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br />

이버네틱스․인공생명 이론․정보 이론이 축적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데<br />

카르트 이후 서구의 전통적 인문주의에서 기정사실로 해온 주체성․자율성․합리성․의식<br />

등을 재검토할 것과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개념의 정립을 요합니다. 이런 인간성의 새로운<br />

버전을 저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부릅니다. 7)<br />

헤일즈는 여기서 데카르트 이후 서구사회를 지배해온 전통적 휴머니즘을 비판적<br />

6) Vgl. Badmington, Neil: Introduction: Approaching Posthumanism. S. 4-10.<br />

7) 캐서린 헤일즈: 김성도와의 대담: 지금은 ‘전자언어’ 시대 - 인문학도 디지털혁명 수용을. 디지털<br />

조선일보 2001년 5월 22일.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59<br />

으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인간상, 즉 ‘포스트휴먼 posthuman’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br />

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스트휴먼 개념은 오늘날 복수의 개념으로 복잡하게 사용되고<br />

있다. 8) 여기서 헤일즈가 의미하는 포스트휴먼 개념은 과학기술의 급진적 발전으로<br />

전통적인 인간관이 해체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주체 개념”을 의미한다. 헤일즈는<br />

또한 그녀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How we became<br />

posthuman(1999)에서 포스트휴먼 담론의 의미를 크게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br />

다. 9) 첫째, 포스트휴먼 담론은 물질보다 정보패턴을 특권화 한다. 따라서 생물학적<br />

구현체인 육신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불가피한 요소가 아니라 역사의 우<br />

연한 산물로서 간주된다. 둘째, 포스트휴먼 담론은 데카르트가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br />

로 규정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의 의식을 하나의 부수적인 현상으로 간주한다. 즉<br />

포스트휴먼 담론은 인간의 의식에 절대적인 존재가치를 부여하기보다 이를 인간의<br />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부수적인 현상으로 여긴다. 셋째, 포스트휴먼 담론은<br />

인간의 신체를 언제든지 다른 도구와 결합이 가능한 “오리지널 보철 the original<br />

prosthesis”로서 간주한다. 이로써 신체를 다른 도구들을 이용하여 확장하거나 대체하<br />

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작된 연속적 과정으로서 이해된다. 넷째, 포스<br />

트휴먼 담론은 인간을 지능적 기계와 매끄럽게 결합될 수 있도록 인간을 재배치한다.<br />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통해 포스트휴먼 담론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차이<br />

를 인정하지 않는다.<br />

헤일즈의 포스트휴먼 담론은 여기서 데카르트가 인간의 의식을 강조한 계몽주의<br />

적 인간정체성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으며,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세계관과는 달리 인<br />

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헤일즈가 의미하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br />

허물기란 그러나 이 둘의 완전한 합일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서<br />

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생산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평화<br />

로운 공진화 coevolution”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헤일즈는 예를 들어 컴퓨터를 모<br />

델로 하여 인간의 지능을 재모델화 하려는 행위는 위험천만한 것이며, 또 컴퓨터 소<br />

8) 캐서린 헤일즈: 과학의 진화와 인간 몸. 실린 곳: 김성도: 하이퍼미디어 시대의 인문학. 김성도, 세<br />

계 지성과의 대화. 생각의 나무 2003. 108-132, 여기서는 124쪽 참조.<br />

9) Vgl. Hayles, N. Katherine: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br />

informatics. Chicago;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9. S. 2f.


36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프트웨어를 인간의 몸속에 이식하는 행위도 맹목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즉 인간과<br />

기계의 “평화로운 공진화”를 위해서는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며, 컴퓨터 역시 인간이<br />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인간의 온전한 인지작용은 언제나 인<br />

간의 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10)<br />

헤일즈와 유사하게 도나 해러웨이 Donna Haraway는 그녀의 에세이 사이보그를<br />

위한 선언문 A Manifesto for Cyborg (1985)에서 사이보그 담론을 통해 휴머니즘을<br />

비판하고 있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가 출현하게 된 배경으로서 크게 다음 세 가지<br />

범주의 해체를 들고 있다. 11) 첫째,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br />

계는 철저히 붕괴되었으며, 사이보그는 바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가 해체되는 지<br />

점에서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오늘날 기계는 이전보다 더욱 생명력을 띠<br />

게 되었으며, 이로써 유기체와 기계 사이의 경계는 불분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셋<br />

째, 현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아 물질적인 것(육체)과 비물질적인 것(정신) 사이의<br />

구별이 모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담론은 데카르트 이<br />

후 서구사회를 지배해온 인간/동물, 유기체/기계, 정신/육체 사이의 이분법적 경계를<br />

허물고 있다.<br />

캐서린 헤일즈와 도나 해러웨이의 이러한 입장들은 근본적으로 포스트휴머니즘의<br />

관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에서 옹호해온 인간중심주<br />

의적 사고 및 이원론적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br />

은 종종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즘 transhumanism과는 다<br />

른 성격을 띠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핵심적인 차이는 이것들<br />

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사이의 근본적인 이원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br />

달려있다. 12) 트랜스휴머니즘이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의 이원론을 확장하여 인간 종의<br />

10) 캐서린 헤일즈: 김성도와의 대담: 지금은 ‘전자언어’ 시대 - 인문학도 디지털혁명 수용을. 디지털<br />

조선일보 2001년 5월 22일.<br />

11) 다너 해러웨이: 사이보그를 위한 선언문: 1980년대 있어서 과학, 테크놀러지, 그리고 사회주의 페<br />

미니즘. 실린 곳: 사이보그, 사이버컬처. 홍성태 엮음. 문화과학사 1997. 147-209쪽, 여기서는 151쪽<br />

이하.<br />

12) 토마스 필벡: 포스트휴먼 자아: 혼합체로의 도전. 실린 곳: Human & Machine: Posthumanism in<br />

Technology, Culture and the Arts (2012년 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한국 사업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국<br />

제학술대회 자료집). 257-268쪽 참조.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1<br />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13) 이와 달리 포스트휴머니즘은 휴<br />

머니즘의 이원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인간중심적이고 종차별적인 입장을 전복시<br />

키는 데에 주목한다. 즉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이 다른 존재에 비해 우월하다는 인간<br />

중심주의적 관점은 단순히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계몽주의적<br />

휴머니즘의 인간정체성을 해체하여 ‘새로운 인간상’을 재정립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br />

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를 통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즉 인간과 기계 사이에 존<br />

재적 차이를 부가했던 휴머니즘의 이원론적 사고틀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br />

본고는 다음 장에서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 예술, 키네틱 아트, 영화 등을 구체적<br />

으로 살펴봄으로써 포스트휴머니즘의 논의가 예술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br />

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br />

3. 실례분석: 레베카 호른의 작품세계<br />

3.1. 퍼포먼스 예술: ‘유동적 공간’으로서의 신체<br />

레베카 호른의 작품세계는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 움직이는 기계조각을 이용한<br />

키네틱 아트, 영화, 설치미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호른은 1970년대부터 본격<br />

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초기에 이루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주로 깃털, 막대<br />

기, 천 등과 같이 아날로그적 도구들을 이용하여 얼굴, 손, 머리, 어깨 등 신체의 일<br />

부분을 확장하는 신체확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신체의 일부를 보철도구와 결합한 신<br />

체확장 퍼포먼스에서 호른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근본적으로 외부대상과의 소통이<br />

다. 호른의 퍼포먼스는 언어대신 신체를 통한 소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때 신체에<br />

연결된 도구들은 외부대상과의 연결 및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페이스로 작용하<br />

13) 포스트휴머니즘과 마찬가지로 트랜스휴머니즘에서도 미래의 새로운 인간상을 ‘포스트휴먼’으로 보<br />

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휴머니즘과 트랜스휴머니즘에서 의미하는 포스트휴먼 개념은 그 성격이 다<br />

르다. 트랜스휴머니즘에서 의미하는 포스트휴먼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슈퍼<br />

휴먼’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인간 종의 한계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포스트<br />

휴먼 개념은 캐서린 헤일즈가 이미 언급한 것처럼 복수의 개념으로 복잡하게 사용되고 있다. 본고<br />

에서 의미하는 포스트휴먼 개념은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36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고 있다.<br />

이에 대한 실례로서 (1972)이라는 퍼포먼스에서 호<br />

른은 가늘고 긴 나무막대로 만들어진 손가락장갑을 낀 채 외부대상과의 접촉 및 소<br />

통을 추구하고 있다.<br />

(1972)<br />

호른은 여기서 자신의 손가락을 확장한 나무막대를 통해 대상과 접촉하고, 대상을 만<br />

지거나 잡는 행위를 연출해 보이고 있다. 이러한 퍼포먼스에 대해 호<br />

른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br />

손가락장갑은 아주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져서 나는 어려움 없이 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br />

다. 나는 느끼고, 만지고, 손가락으로 잡기도 하며, 내가 접촉하는 대상물과 일정한 거리를<br />

유지하기도 한다. 기다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손가락의 촉감을 상승시킨다. 나는<br />

내가 어떻게 접촉하는지를 느끼며, 어떻게 잡는지를 보며, 또 내 자신이 선택한 거리에서<br />

나와 대상물 사이의 거리를 조정한다.<br />

Die Handschuhfinger sind aus so leichtem Material, dass ich meine Finger ohne Anstrengung<br />

bewegen kann. Ich fühle, taste, greife mit ihnen und bewahre eine feststehende Distanz zu<br />

den Gegenständen, die ich berühre. Die Hebebewegung der verlängerten Finger steigert den<br />

Tastsinn der Hand. Ich fühle, wie ich berühre, sehe wie ich greife und kontrolliere die<br />

Entfernung zwischen den Objekten und mir in einer selbstgewählten Distanz. 14)<br />

14) Zit. nach Alexandra Tacke: Rebecca Horn: Künstlerische Selbstpositionierungen im kulturellen Raum.<br />

Köln; Weimar; Wien: Böhlau Verlag 2011. S. 82f.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3<br />

여기서 신체의 일부를 확장한 손가락장갑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외부대상<br />

과의 접촉 및 소통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상을 느끼고, 만지고, 잡는 행위를<br />

통해 외부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얻게 해준다. 호른의 손가락장갑은 여기서 영<br />

국의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Gregory Bateson이 언급한 맹인의 지팡이를 연상<br />

시킨다. 베이트슨은 그의 저서 마음의 생태학(2000)에서 맹인의 지팡이는 그의 신<br />

체의 일부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15) 지팡이는 맹인에게 있어서 길을<br />

걸을 때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가 눈을 통<br />

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처럼, 맹인은 지팡이를 통해 외부세계에 대한 정<br />

보를 얻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눈이 우리의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맹인에게 있어<br />

서 지팡이는 이런 점에서 그의 신체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호른<br />

의 손가락장갑은 외부대상에 대한 정보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며, 이로써<br />

손가락장갑은 감각 및 신체의 확장으로서 기능한다.<br />

포스트휴머니즘과 연관해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크게 다<br />

음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캐서린 헤일<br />

즈의 포스트휴먼 담론은 인간신체를 다른 도구들과 결합이 가능한 “오리지널 보철”<br />

로 이해하고 있다. 즉 신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다른 도구들과 결합, 대<br />

체,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는<br />

감각 및 신체의 확장으로서 인간신체는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한 ‘유동적 공간’임을<br />

보여 준다. 둘째,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인간신체는 단순히 생물학적 유기체에만 국한<br />

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대상에 대한 정보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기계)도 신체의 일<br />

부에 포함된다. 이로써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신체와 도구의 이분법적 경계는 더 이상<br />

유효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호른의 사이보그 이미지는 그러나 인간신체의 제약을 능<br />

가하려는 ‘인간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호른의 사이보그 이미지는 ‘소머즈’나<br />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자신의 신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몸속에 기계장치를 이식<br />

하는 인간과 기계의 융합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과 도구(기계)가 함께 공진화하는<br />

방식을 보여 준다. 호른의 퍼포먼스는 이런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 시<br />

대 도구(기계)와 더불어 공진화해 가는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해 주고 있다. 셋째,<br />

15)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 박대식 옮김. 책세상 2006. 691쪽 참조.


36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외부대상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으로<br />

서 신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통의 방식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br />

즉 언어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면, 호른은 여기서 언어가 아닌 도구와 결합된 신체를<br />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호른은 신체보다 정신의 우위<br />

성을 강조한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의 인간정체성과는 달리 신체의 새로운 가능성을<br />

열어 주고 있다.<br />

다음으로 (1972)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가로와 세로가<br />

교차하는 지점에 각각 꽂힌 연필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하얀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br />

행위를 연출하고 있다.<br />

(1972)<br />

연필은 무언가를 묘사하는 도구이며, 이 퍼포먼스의 경우에도 연필의 본래적인 기능<br />

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단지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손대신 얼굴이 연필로 묘사하<br />

는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얼굴이 손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으며, 이때<br />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얼굴에 뒤집어 쓴 인공적인 보철도구이다. 포스트휴먼 담<br />

론과 연관해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도구를 통한 신체기능의<br />

변화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즉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몸의 정체성은 고<br />

유한 속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보철도구들을 통해 언제든지 다른 기능으로<br />

변화될 수 있다.<br />

또한 (1973)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검정색 깃털로 만들<br />

어진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5<br />

(1973)<br />

호른의 초기 퍼포먼스에서 관찰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녀가 깃털을 이용하여 새,<br />

공작, 닭, 앵무새 등과 같은 조류의 형상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br />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깃털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맞은편에 서있는 남자의 얼굴을 깃<br />

털로 애무하는 행위를 연출해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br />

검은 수탉 깃털들이 내 옆모습에 있는 엷은 금속 조각에 붙어서 머리에 끈으로 묶여 있다.<br />

나는 천천히 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향해 얼굴을 돌리면서 부드러운 깃털로 덮인 옆모습<br />

으로 그의 얼굴을 애무한다. 우리의 얼굴 사이에 나있는 공간은 완전히 깃털로 채워져 있<br />

다. 그것들은 또한 내 시야를 방해한다. 내가 내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면, 내 맞은편에 있는<br />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으며 한쪽 눈으로 그의 얼굴을 응시할 수 있다. 마치 새처럼.<br />

Black cockfeathers are attached to a thin metal strip in the shape of my profile and strapped<br />

into my head. I slowly turn my face towards the person opposite me and start to caress it<br />

with the soft feathered profile. The space between our faces is entirely filled by the feathers.<br />

They also obstruct my vision. I can only see the face opposite me if I turn my head to one<br />

side and look at it with one eye, like a bird. 16)<br />

퍼포먼스에서 호른은 마치 새가 꼬리를 흔들어 상대방과의 소통을<br />

갈구하는 것처럼, 얼굴에 깃털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남자의 얼굴을 애무한다. 깃털<br />

마스크는 또한 새가 한쪽 눈으로 사물을 응시하는 것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br />

16) Haenlein, Carl (Hg.): Rebecca Horn: The glance of infinity. Zurich; Berlin; New York: Scalo Verlag<br />

1997. S. 65.


366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로 외부대상을 관찰하게 한다. 이러한 ‘동물되기’ 퍼포먼스를 통해 호른은 인간의 눈<br />

으로 외부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새의 눈으로 외부대상을 응시하고, 새처럼<br />

외부대상과 접촉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포<br />

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호른의 퍼포먼스는 인간이 아닌<br />

동물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을 추구함으로써 휴머니즘적 인간정체성을 해<br />

체시키고 있다. 호른의 퍼포먼스는 더 나아가 인간의 ‘동물되기’ 방식을 연출해 보임<br />

으로써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br />

3.2. 키네틱 아트: 기계의 ‘인간화’<br />

레베카 호른이 1970년대에 주로 신체와 도구의 결합을 통해 인간신체의 다양한<br />

변화가능성을 퍼포먼스로 연출해 보였다면, 1980년대부터는 신체를 통한 퍼포먼스보<br />

다 움직이는 기계조각인 키네틱 아트에 주목하게 된다. 호른이 움직이는 기계조각에<br />

서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은 기계 속에 깃든 영혼이다. “나한테[호른] 있어서 이<br />

기계들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데, 그들은 작동하고, 진동하고, 전율하며, 갑자기 다<br />

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깨어난다. 이들은 결코 완벽한 기계들이 아니다. Für mich<br />

sind diese Maschinen beseelt, sie agieren, sie beben, sie zittern, sie werden<br />

ohnmächtig und erwachen plötzlich wieder zu neuem Leben. Perfekte Maschinen sind<br />

es keinesfalls.” 17) 이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똑같이 영혼과 생명력을 소유한 존<br />

재로서 제시되고 있으며, 이로써 영혼이 인간에게만 고유한 특성이라는 데카르트의<br />

주장을 전복시키고 있다.<br />

이에 대한 실례로서 (1988)이라는 기계조각은 새의<br />

모습을 모방하여 설치된 작품이다.<br />

17) Horn, Rebecca: Die Batille-Interviews I Paris 1993. Rebecca Horn im Gespräch mit Germano Celant.<br />

In: Rebecca Horn. Ostfildern bei Stuttgart: Cantz Verlag 1994. S. 23-31, hier S. 26.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7<br />

(1988)<br />

깃털에 연결된 모터가 작동하게 되면, 깃털기계는 마치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하<br />

는 것처럼 날개를 움직인다. 이에 대해 호른은 다음과 같은 시로 표현하고 있다.<br />

검은 미망인, 깨어난 듯 몸을 뻗치면서<br />

오팔색으로 빛을 발하는 달빛 강을 응시하면서<br />

그녀의 까만 날개를 펼친다.<br />

크게 하품하면서<br />

The Black Widow stretching awake<br />

staring at the opalescent moonriver<br />

spreads out her black wings<br />

yawningly. 18)<br />

여기서 호른은 깃털기계를 ‘미망인’으로 의인화하고 있으며, 살아서 움직이는 새<br />

처럼 달빛 강을 응시하면서 깨어난 듯 날개를 펼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br />

기계조각에 대해 호른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br />

내 기계들은 자동세탁기가 아니다. 그들은 인간다운 특성을 소유하고 있으며, 또 변하기도<br />

한다. 그들은 신경질적이고 때때로 멈추기도 한다. 만약 기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br />

그것은 고장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쳤을 뿐이다. 기계들의 비극적이거나 우울한 측면은 내<br />

게 중요하다. 나는 기계들이 영원히 작동하기를 원치 않는다.<br />

18) Haenlein, Carl (Hg.): Rebecca Horn: The glance of infinity. S. 144f.


368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Meine Maschinen sind keine Waschautomaten. Sie besitzen fast menschliche Eigenschaften<br />

und müssen sich auch verändern. Sie sind nervös und müssen manchmal innehalten. Wenn<br />

eine Maschine nicht mehr weiterläuft, bedeutet das nicht, daß sie kaputt ist, sie ist nur<br />

erschöpft. Der tragische oder melancholische Aspekt der Maschinen ist mir wichtig. Ich will<br />

gar nicht, daß sie ewig funktionieren. 19)<br />

호른의 기계들은 완전성, 영원성, 단일성을 특징으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과<br />

마찬가지로 불완전성, 유한성,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에서 호른은<br />

기계에 살아 움직이는 새의 형상을 부여함으로써 유기체와 기계, 생명과 비생명 사이<br />

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br />

또한 (1988)라는 작품은 모터에 연결된 붓들이 하얀<br />

벽면에 물감을 흩뿌리고, 물감은 다시 아래에 설치된 나무액자에 떨어지면서 바닥을<br />

자유자재로 채색한다.<br />

(1988)<br />

여기서 모터의 작동방식에 따라 물감을 흩뿌리면서 벽면과 바닥을 채색하는 는 마치 살아있는 인간처럼 자율성과 예술혼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br />

19) Horn, Rebecca: Die Bastille-Interviews II Paris 1993. Rebecca Horn im Gespräch mit Stuart Morgan.<br />

In: Rebecca Horn. Ostfildern bei Stuttgart: Cantz Verlag 1994. S. 33-38, hier S. 35.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69<br />

마찬가지로 (1989)라는 기계장치는 양쪽에 코<br />

뿔소의 뿔이 달린 두 개의 둥근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에 설치된 모터가 작<br />

동하면 두 개의 둥근 원은 서로 맞붙으면서 불꽃을 낸다.<br />

(1989)<br />

여기서 호른은 두 개의 금속이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섬광과 같은 불꽃을 격렬한 ‘키<br />

스’로 의인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인간처럼 뜨거운 열정을 지닌 기계조각을 통해 호<br />

른은 기계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호른의 예술세<br />

계에서 인간과 기계는 끊임없이 서로 교감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에 놓여<br />

있다. 인간과 기계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호른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br />

고 있다.<br />

인간은 기계와 같이 움직이며 기계는 인간과 같다. 인간과 기계의 정신세계는 서로 교감될<br />

수 있으며 충동은 똑같으며 성적인 에너지와 요구되어지는 모터도 같다. 그 기계들은 인간<br />

적인 자극(흥분)을 보여준다. 그들은 입을 맞추고 돌아가며 같이 살며 사랑에 빠지면서 인<br />

사불성이 된다. 기계-인간-자연은 모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20)<br />

이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똑같이 충동, 흥분, 열정, 사랑을 느끼는 인간다운<br />

특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들로 제시되고 있으며, 인간과 기계는 모두 각자 정해진<br />

20) 김향숙: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와 설치에 투영된 양성(androgyne)의 다의적 알레고리에 관한 연<br />

구. 실린 곳: 조형교육 Vol. 33(2009). 99-118쪽, 여기서는 114쪽 재인용.


370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삶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로서 부각되고 있다. 이로써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다움의<br />

경계를 인간에게만 제한했던 휴머니즘적 인간정체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br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일 뿐만 아니<br />

라, 인간과 마찬가지로 느낌, 감정, 분노, 슬픔, 열정을 가진 ‘인간적인 기계’로서 제<br />

시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호른의 기계들은 기계 속에 깃<br />

든 영혼, 자율성, 생명력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중심주의<br />

적 사고체계를 전복시키고 있다.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데카르트는 그의 방법서<br />

설에서 인간은 기계와 달리 영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로써 인간은 기계와는 다른<br />

존재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혼<br />

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로서 제시되고 있다.<br />

3.3. 영화 :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br />

초기 퍼포먼스 및 키네틱 아트와 비교해 볼 때, 호른이 제작한 영화에는 인간과<br />

기계의 공생(共生)관계가 두드러지게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78년에 제작된<br />

영화 의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가능성이<br />

묘사되고 있다. 영화 는 뉴욕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인데, 마지막 장면에<br />

서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나와 눈먼 장님이 함께 탱고를 춘 후 떠나가자, 방 한가운데<br />

서있던 ‘테이블 기계’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처럼 이들의 탱고음악에 맞춰 춤<br />

을 추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br />

(1978)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71<br />

호른의 영화대본에는 탱고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테이블 기계’에 대해 다음과 같<br />

이 묘사되어 있다.<br />

검정 테이블은 오래도록 기다리면서 이 공간에 서 있다가, 갑자기 너무 놀랍게도 매시간 여<br />

러 번씩 탱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는 기계의 정확함을 지닌 채 고집스런 자신의 삶을 제<br />

시해 보이고 있다. 그의 재빠른 동작은 비범한 신사, 즉 솔로댄서의 개성을 더해 주고 있다.<br />

Der schwarze Tisch stand lange wartend in diesem Raum und beginnt plötzlich, zum<br />

Erstaunen aller, mehrmals stündlich einen Tango zu tanzen. Er präsentiert sein kapriziöses<br />

Eigenleben mit der Genaurigkeit einer Maschine. Seine flinken Bewegungen verleihen ihm<br />

die Persönlichkeit eines außergewöhlichen Herrn, eines Eintänzers. 21)<br />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네 다리로 춤을 추는 ‘테이블 기계’는 두 남녀가 한 몸으<br />

로 결합된 형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이로써 두 남녀 간의 성적(性的) 차<br />

이는 ‘테이블 기계’를 통해 극복된 것처럼 보인다. 호른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br />

춤추는 ‘테이블 기계’를 ‘솔로댄서’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춤추는 두 남녀와<br />

춤추는 ‘테이블 기계’를 똑같이 인간다운 감정과 개성을 소유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br />

다. 영화에서 호른은 기계의 완벽함보다는 인간다운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기계’에<br />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br />

기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운명적 동반자’로서 기<br />

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로써 호른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가<br />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공진화해 가는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영화적 기법으<br />

로 재현하고 있다.<br />

4. 맺는 말<br />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레베카 호른은 초기 퍼포먼스에서 신체와 도구의 결합을<br />

21) Zit. nach Claudia Bahmer: ≫Melancholische Darsteller≪ in völliger Einsamkeit. Rebecca Horns<br />

künstlichen Menschen. In: Menschenkonstruktionen. Künstliche Menschen im Literatur, Film, Theater<br />

und Kunst des 19. und 20. Jahrhunderts. Hg. v. Gisela Febel, Cerstin Bauer-Funke. Göttingen:<br />

Wallsstein Verlag 2004. S. 148-168, hier S. 161f.


372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통해 인간신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보철도구들과 결합되어 언제든지 대체,<br />

확장, 변형될 수 있는 ‘유동적 공간’임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그녀는 움직이는 기계<br />

조각을 통해 기계에 섬세한 감정과 영혼을 부여함으로써 ‘인간적인 기계’의 이미지를<br />

부각시키고 있다. 영화 에서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테이블 기계’를<br />

통해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호른의 기<br />

계들은 인간다운 특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로서 부각되고 있다. 호른의 기계들은 그<br />

러나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 범람했던 자동인형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계몽주의 시대<br />

자동인형들이 인간의 형상을 완벽히 모방한 기계인간으로서 인식되었다면, 호른의<br />

기계들은 기계적인 형체를 띠면서 인간다운 특성을 소유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br />

인 기계로 제시되고 있다.<br />

이를 통해 호른의 기계들은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중심적이고 종차별<br />

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호른의 기<br />

계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인간과 차이를 보이며, ‘인간다움’이라는 본질적인 측면<br />

에서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차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br />

계가 해체되는 지점에서 인간과 기계는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진정한 공생(共生)관계<br />

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본고에서 살펴본 것처럼, 레베카 호른은 퍼포먼스, 키네틱<br />

아트, 영화 등 그녀의 전반적인 예술작품에서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신체의 변화<br />

가능성 및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오늘날 휴머<br />

니즘에 대한 위기는 우리사회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휴머니즘 이후에 도래할 포<br />

스트휴머니즘의 모습과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런 점에서 레베<br />

카 호른의 예술작품은 앞으로 도래할 포스트휴머니즘의 모습과 미래를 엿볼 수 있게<br />

하는 예술적 구현이라 볼 수 있다.<br />

참고문헌<br />

김향숙: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와 설치에 투영된 양성(androgyne)의 다의적 알레고<br />

리에 관한 연구. 실린 곳: 조형교육 Vol. 33(2009). 99-118쪽.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 박대식 옮김. 책세상 2006.<br />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73<br />

다너 해러웨이: 사이보그를 위한 선언문: 1980년대 있어서 과학, 테크놀러지, 그리<br />

고 사회주의 페미니즘. 실린 곳: 사이보그, 사이버컬처. 홍성태 엮음. 문화과<br />

학사 1997. 147-209쪽.<br />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이현복 옮김. 문예출판사 1997.<br />

143-237쪽.<br />

브루스 매즐리스: 네번째 불연속.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1.<br />

캐서린 헤일즈: 김성도와의 대담: 지금은 ‘전자언어’ 시대 - 인문학도 디지털혁명<br />

수용을. 디지털 조선일보 2001년 5월 22일.<br />

캐서린 헤일즈: 과학의 진화와 인간 몸. 실린 곳: 김성도: 하이퍼미디어 시대의 인문<br />

학. 김성도, 세계 지성과의 대화. 생각의 나무 2003. 108-132쪽.<br />

토마스 필벡: 포스트휴먼 자아: 혼합체로의 도전. 실린 곳: Human & Machine:<br />

Posthumanism in Technology, Culture and the Arts (2012년 이화여자대학교<br />

인문한국 사업 탈경계인문학 연구단 국제학술대회 자료집). 257-268쪽.<br />

Bahmer, Claudia : ≫Melancholische Darsteller≪ in völliger Einsamkeit. Rebecca Horns<br />

künstlichen Menschen. In: Menschenkonstruktionen. Künstliche Menschen im<br />

Literatur, Film, Theater und Kunst des 19. und 20. Jahrhunderts. Hg. v. Gisela<br />

Febel, Cerstin Bauer-Funke. Göttingen: Wallsstein Verlag 2004. S. 148-168.<br />

Hayles, N. Katherine: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br />

literature, and informatics. Chicago;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br />

1999.<br />

Haenlein, Carl (Hg.): Rebecca Horn: The glance of infinity. Zurich; Berlin; New York:<br />

Scalo Verlag 1997.<br />

Horn, Rebecca: Die Batille-Interviews I Paris 1993. Rebecca Horn im Gespräch mit<br />

Germano Celant. In: Rebecca Horn. Ostfildern bei Stuttgart: Cantz Verlag 1994.<br />

S. 23-31.<br />

Horn, Rebecca: Die Bastille-Interviews II Paris 1993. Rebecca Horn im Gespräch mit<br />

Stuart Morgan. In: Rebecca Horn. Ostfildern bei Stuttgart: Cantz Verlag 1994.<br />

S. 33-38.


374 브레히트와 현대연극<br />

Badmington, Neil: Introduction: Approaching Posthumanism. In: Posthumanism. Hg. v.<br />

Neil Badmington. New York: Palgrave 2000. S. 1-10.<br />

Tacke, Alexandra: Rebecca Horn: Künstlerische Selbstpositionierungen im kulturellen<br />

Raum. Köln; Weimar; Wien: Böhlau Verlag 2011.<br />

Zusammenfassung<br />

Mensch und Maschine im Zeitalter des Posthumanismus<br />

-Am Beispiel der Kunstwerke von Rebecca Horn<br />

Cheon, Hyun Soon (Ewha Frauen Uni)<br />

Die Beziehung zwischen Mensch und Maschine nimmt immer neue Formen an und<br />

wird dabei zunehmend intensiver. Die vorliegende Arbeit versucht eine Möglichkeit<br />

der Koexistenz von Mensch und Maschine zu betrachten. Dafür nehme ich als<br />

konkretes Beispiel die Kunstwerke Rebecca Horns. Der Begriff Posthumanismus wurde<br />

im Jahr 1977 zum erstenmal vom amerikanischen Literaturtheoretiker Ihab Hassan in<br />

seinem Aufsatz “Prometheus als Performer - Toward a Posthumanist Culture”<br />

verwendet. Darin beschreibt Hassan den Begriff Posthumanismus als ein<br />

Entwicklungszeitalter nach dem Humanismus. Ähnlich wie bei Hassan verwendet Neil<br />

Badmington den Begriff Posthumanismus als eine Kritik am klassischen Humanismus.<br />

Die Kernthese des Humanismus liegt, laut Badmington, im Sinne von René Descartes<br />

besonders im Anthropozentrismus. Der Diskurs des Posthumanismus stellt aber die<br />

traditionelle Werte des Menschen in Frage. Unter der kritischen Perspektive auf den<br />

Anthropozentrismus versucht der Posthumanismus die Grenzen zwischen Mensch und


Manschine aufzubrechen.<br />

Keyword<br />

(한글/독일어)<br />

휴머니즘<br />

Humanismus<br />

인간과 기계<br />

Mensch und Maschine<br />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가능성 375<br />

Zur konkreten Untersuchung der Posthumanisierungstendenz nehme ich als Beispiel<br />

die Kunstwerke Rebecca Horns. Ihre Arbeit bewegt sich im Grenzbereich<br />

verschiedenster künstlerischer Disziplinen und umfasst Performances, kinetische<br />

Objekte, Installationen, Film und Zeichnung. In meiner Arbeit betrachte ich<br />

insbesondere die Performance-Art in 1970-er Jahren, die kinetischen Objekte in<br />

1980-er Jahren und den Film Der Eintänzer(1978). In der Performance-Art versucht<br />

Rebecca Horn mit den künstlichen Verlängerungen der Größe und der Reichweite des<br />

Körpers ihre unmittelbare Umgebung zu ertasten und neue sinnliche Erfahrungen zu<br />

sammeln. Damit macht sie schließlich eine Kommunikation mit den Objekten möglich.<br />

Nach der performativen Phase wendet sich Horn der Kinetik zu. Ihre bewegte Objekte<br />

stellen sich als Lebewesen mit Seele dar. Eben dadurch verwischt Horn die Grenzen<br />

zwischen Mensch und Maschine. In ihrem Film Der Eintänzer setzt am Ende ein<br />

schwarzer Tisch einen Tango fort. Bei Horn nimmt der Tango tanzende Tisch die<br />

Rolle eines Alter ego ein. Damit versucht Horn letztendlich eine Möglichkeit der<br />

Koexistenz von Mensch und Maschine hervorzuheben.<br />

Die Krise des Humanismus beobachtet man überall in unserer Gesellschaft, aber die<br />

zukünftige Gesicht des Posthumanismus bleibt immer noch unklar. In diesem Sinne<br />

weist die Kunstarbeit Rebecca Horns auf die Zukunft des Menschen mit Maschine im<br />

Zeitalter des Posthumanismus hin.<br />

∙ 필자 E-Mail: b2855844@yahoo.co.kr (<strong>천현순</strong>)<br />

포스트휴머니즘<br />

Posthumanismus<br />

레베카 호른<br />

Rebecca Horn<br />

∙ 투고일: 2012년 6월 30/ 심사일: 2012년 7월 15일/ 심사완료일: 2012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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