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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바이스와 언어의 가능성․이순예 53 된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바이스의 독창성은 ‘실존적 강렬함’과 ‘질서’를 유기 적으로 결합한다는 데 있다. 바이스의 연설문은 이 두 ‘이질적인’ 필수요소들이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로 상대화됨으로써 꼭 필요하지만 성질상 서로 다 른 두 요인이 결합되는 것이다 형상은 말들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그가 형상의 개별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 그것들은 이미 효력을 잃게 된다. 그는 무조건 어떤 형상의 가치를 믿어야만 한다. 그가 형상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그는 형상의 동기들에 대하여 개의치 않게 되며, 그 런 만큼 전달된 효과는 더욱 더 믿을 만한 것이 된다. 말들은 언제나 질문들을 담고 있다. 말들은 형상들을 의심한다. 말들은 형상들의 구성요소들을 싸고돌며 그것들을 분해한다. 형상들은 고통에 만족한다. 말들은 고통의 시원을 알고자 한다. 33) ‘고통’에 머무는 일과 그 ‘고통’의 시원을 알고자 하는 일은 모두 이를 극복하 기 위함이다.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위해 무엇보다도 고통을 작품에 담아야 하 고, 또 그 내용이 우리 체험의 시원성에 가 닿는 것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우 리는 남덕현이 바이스에게 주문한 바 있는 “형상에 대한 시기심” 34)을 토대로 한 구성의 필요성을 바이스 스스로 언어의 한계를 확인하는 가운데 이미 받아들이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형상은 말들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까닭에 체험의 강 렬함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면 이는 전복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하지만 바로 뒤 이어 형상의 한계도 명백히 한다. 형상은 그 “깊은 곳”에 머무는 한에서만 “전달 된 효과는 더 믿을 만한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형상이 인식의 대상으로 되는 경우, 형상은 힘을 잃는다. 말들이 그것을 분해하여 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 어와 형상은 나름의 한계 속에서 서로 상대방을 상대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면 이런 한계들을 명백히 인식한 바이스는 자신의 창작의도를 실현하기 위 해 어떤 입장을 견지했는가? 바이스는 ‘상호보완’이 아닌, ‘한계의 확인과 수용’ 으로 자신의 문학적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해 나갔다. 바로 여기에 바이스 문학 의 독창성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바이스에게는 형상의 한계가 우선 먼저 인식되 33) Peter Weiss, ebd., S. 182. 34) 남덕현, 앞의 책, 280~281쪽. 54 뷔히너와 현대문학 26 었다고 여겨진다. 바이스는 젊은 시절 한때 회화작품은 물론 영화에도 몰두하였 지만, 이들 매체의 선택이 잘못 Irrwege이었음을 명백히 밝히면서 60년대 중반 이후로는 문학창작에 전념하게 된다. 나에게 명백한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진리의 가능성(추정: 바이스)은 회의와 모 순들에서 나온다. 내가 이러한 가설적 진리관에 도달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나는 바로 이런 (가설적: 필자) 진리를 고정하기 위 해 쓰는 것이라고. 이 말을 하는 나는 착오와 실패의 무수한 경험을 해왔다. 35) 연설문 ｢ 라오콘｣ 은 바이스가 이러한 심경의 변화를 굳히는 시기에 나온 텍스 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처럼 형상의 한계를 인식하고 언어로 돌아서면 서도 바이스는 언어의 한계를 명백히 설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곳에서 (한계지점: 필자) 발생한 문학은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요구를 제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계들 앞에도 가보지 못하고 한참 못 미 쳐 멈출 뿐이다. 문학은 모호한 말들을 가지고 만족하면서 요술이나 피우고 있다. 문학은 너무 지쳐있는 까닭에 절대적 한계지점까지 뻗어있는 사안을 파악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다. 36) 문학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작가의 언어관치고는 지나치게 상대적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 상대성을 바이스는 창작기법의 원칙으로 들어올린다. 언어의 상대성을 조형예술적인 요소를 언어화하는 가운데 거듭 재확인하는 것 이다. 이처럼 언어를 상대화함으로써 바이스는 형상의 강렬함이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도록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학작품은 근본적으로 언어예술인 까닭 에 그 강렬한 효과를 ‘정리’하는 작업이 항상 뒤따른다. 소설
페터 바이스와 언어의 가능성․이순예 55 능력을 모두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여기에서 독창적인 구성의 원칙이 수립 되었다. 이렇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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