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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 한국뷔히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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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바이스와 언어의 가능성․이순예 51<br />

세기의 바이스는 기존의 질서를 고정시키는 언어를 뚫고 나올 형상의 힘에 의지<br />

하여 현존하는 질서의 전복을 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형상의 힘을 이처럼 신뢰<br />

하기까지, 언어의 무능력에 대한 자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앞에서 지적한<br />

대로이다. 29) 하지만 남덕현도 지적하였듯이, 바이스가 언어의 해방적 기능에 대<br />

한 믿음을 레싱과 공유하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30) 바이스가 언어의 무능력 앞에<br />

서 절망하였다면, 이는 현재 투입할 수 있는 언어가 해방적 기능을 크게 손상당<br />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바이스는 사회주의적 전망을 문학작품으로 펼쳐 보이기<br />

위해 ‘형상’의 ‘파괴력’에 주목하였다.<br />

이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일시는 ‘분석하지 않는’ 바이스의 연설문을 정<br />

치적 텍스트로 읽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정치성을 담보한다<br />

고 여겨지는 기법인 ‘서술’이 아니라 ‘묘사’를 통해 상태를 나열하기 때문에, 바<br />

이스의 텍스트는 지금까지 정치적인 선언문에서 볼 수 있었던 ‘진보’하는 움직<br />

임을 내보이지 않는다. 바이스 문학이 이중성을 띤다는 분석은 대부분 이와 같<br />

은 외견상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바이스의 문학에서 아방가르드<br />

적 요소를 찾아보는 연구들이 그렇고, 정치성과 실존성을 결합한다는 지적도 있<br />

을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질적인 두 요소의 ‘충돌’을 남덕현의<br />

경우에서처럼 형상화의 원칙으로 절대화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이 대목에서 필<br />

자가 ‘정치성’과 ‘실존성’은 궁극적으로 화해 불가능한 요소들일 수밖에 없는가<br />

하는 의문을 품었음은 이미 앞에서 밝힌 대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스가<br />

문학작품에서 형상화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였음을 지적하는 정<br />

항균의 논문 31)은 참신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항균 역시 초현실주의<br />

29) 바이스는 언어가 낡아 버렸음도 지적한다. 폭력과 파괴로 삶이 손상됨에 따라 가치들도 분쇄<br />

되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형식들이 새로 마련되어야만 하게 되었다. 퇴락하는<br />

들에서는 살아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의심쩍어지기 마련이다. Vgl, Peter Weiss, ebd., S. 184.<br />

30) 남덕현, 앞의 책, 280쪽.<br />

31) 정항균은 바이스에게서 나타나는 이중성을 바이스 문학의 미학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연구<br />

를 수행하였다. 바이스가 초기 유아주의적 입장에 빠져 있다가, 실존주의적 경향과 사회비<br />

판적 경향이 공존하던 단계를 지나 마르크스주의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는 ‘일반적인’ 평가<br />

가 “작가로서의 바이스의 발전에 나타나는 연속적인 측면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br />

과 더불어 정항균은 “바이스의 작가적 발전에 나타나는 연속성”에 주목한 것이다. 바이스<br />

에 대한 기존의 연구논문들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정항균은 바이스에게서 볼 수 있<br />

는 두 가지 ‘이질적인’ 요소들이 전기적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마르크스주<br />

52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적 요소는 ‘개인적 자유’에, 기록극적 요소는 ‘사회주의적 전망’에 귀속시키는<br />

논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바이스의 초기작품<br />

에 관심이 기울여지는 까닭이 초기작품들에서도 높은 정치의식과 사회에 대한<br />

관심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옳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이미 초기에<br />

도 ‘기록문학적 요소’가 나타나고, 후기에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한 후에도 ‘초현<br />

실주의적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머물러 미흡함을 남겼다. 32) 그보<br />

다는 오히려 바이스가 이른바 ‘사회비판적’ 요소와 ‘실존적인 요소’를 결합하려<br />

노력하였고, 바로 이 결합에 바이스의 독창성이 있음을 규명하는 작업이 더 생<br />

산적일 수 있다. 바이스의 연설문에서 보듯, 바이스는 이질적인 두 요인을 하나<br />

로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 중의 하나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br />

을 ‘묘사’라는 문학적 구성의 원칙에 따라 실현하는 방식을 택하였다.<br />

정치적 관심을 일반적인 관습과는 달리 ‘묘사’에 의지하여 표현하는 바이스는<br />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연설문에서<br />

제시하였다. 바이스로서는 우선 현실의 경계들을 넘어서는 ‘전복력’이 필요했고,<br />

또 새로운 전망을 열기 위해 현실의 억압구조를 ‘인식’하는 일도 필요했다. 바이<br />

스는 현재의 언어가 전복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형상의<br />

강렬함을 언어화하는 묘사를 차용하였다. 하지만 전복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br />

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바이스를 아방가르드주의<br />

자로 분류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사회주의적 전망을 확신하는 정치적 작가로 분<br />

류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바이스의 정치적 지향은 언어의 질서능력을<br />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결국 형상과 언어는 바이스에게서 모두 불가결한 요소가<br />

의 작가로 전향한 후”에도 여전히 초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해방에<br />

대한 관심과 초현실주의적 요소”가 엿보임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는 예술적 형상화의 측면<br />

에서 다루어야 함을 논증하였다. 정항균: 「 페터 바이스의 작품에 나타난 기록문학적 요소<br />

와 초현실주의적 요소의 기능에 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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