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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 한국뷔히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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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바이스와 언어의 가능성․이순예 43<br />

별도의 ‘객관적인’ 법칙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하여 마침내 객관적인 세<br />

계의 발전과정과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은 근본적으로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br />

상태가 일반화되었다. 서구에서 전 사회적으로 계몽을 시작한 18세기 이래 이<br />

불일치 상태가 인간 삶을 규정하는 기초적인 조건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재<br />

계몽을 토대로 하는 서구화가 전 지구적 발전모델로 관철되고 있는 까닭에 우리<br />

는 인간의 ‘자기소외’라는 개념으로 이 문제를 보편화시키기도 한다. 18세기 계<br />

몽주의자들이 발의하고 이후 사회적으로 실천되어 온 서구사회 구성원리를 ‘근<br />

대성 Die Moderne’ 개념으로 정리한 하버마스의 논의에 따르면 근대적인 예술은<br />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우선 예술을 실체적 이성이 분화<br />

된 영역 중 하나로 설정함에 따라, 예술이 진리추구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br />

구가 제기되었음을 들 수 있다. 이는 ‘장식성’ 혹은 ‘자연스러운 생활감정의 표<br />

출’로 표상되는 예술에 대한 이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견해가 아닐 수 없다. 하<br />

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예술의 이성’은 ‘과학의 이성’이나 ‘도덕’과는 다른 원칙<br />

에 따라 자신을 실현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실체적 이성이 자신을 확대<br />

발전시키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서로 연관될 뿐인” 8) 세 영역으로 나누어진 까<br />

닭이다. 여기에서 ‘분화’란 같은 뿌리에서 서로 다른 열매가 나왔다는 의미로 해<br />

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다름’을 통해서 각 영역은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br />

있다. 예술은 논증적이지 않으며, 규범적이지도 않고, 다만 예술에 독자적인 미<br />

적 물음에 충실하여 이성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 두 번째<br />

과제를 우리는 예술의 자율성 요구로 받아들인다. 자율성과 진리추구는 이처럼<br />

같은 뿌리를 갖는 것이다.<br />

근대예술은 계몽의 결과로 나타나는 진보를 토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신분제<br />

사회의 바로크 예술과 근본적으로 차별된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질서, 비록 정<br />

당하지는 않더라도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질서가 상존한다고 여<br />

겨지는 시기, 사물과 언어의 관계는 단선적일 수 있었다. 이 시기의 문학은 지시<br />

대상과 표현수단인 언어와의 관계에 대하여 현대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였<br />

다. 바로크 시학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시는 회화를 닮아간다 Ut Pictura<br />

8) J. Habermas, ebd., S. 41.<br />

44 뷔히너와 현대문학 26<br />

Poesis’는 프로그램에는 언어가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매체일 수 있다는 인식<br />

이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사회질서가 재편되는 변혁기이거나 아니면 개인의<br />

자발적인 판단과 다원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각자가 나름대로 대상과의 관<br />

계를 꾸려가야 한다는 요구가 절실해지고, 그러면 언어 역시 정태적인 상태에<br />

머물 수 없게 된다. 계몽주의자들은 진보하는 세계상태에서 사물의 질서를 언어<br />

의 질서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언어예술인 문학은 언어의 질서<br />

로 변환된 사물의 질서가 객관적으로 외부에 존재하는 자연사물의 질서와는 달<br />

리 미의식이라는 인간이성의 또 다른 존재방식(칸트의 정식에 따르면 판단력<br />

Urteilskraft)에 부응하는 ‘주관적’인 질서를 구축한다고 생각했다. 9) 따라서 이렇<br />

듯 문학언어를 통해 구성된 사물의 미적질서는 변화하는 (진보하는) 세계상태<br />

속에서 살아가는 인식주체에게 변화에 부응하는 의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br />

고 믿었다. 이른바 문학예술에서의 ‘진보적인 관점’은 인간의 의식이 사물의 변<br />

화를 ‘올바르게’ 포착할 가능성이 되고, 이 올바른 관점으로 세상에 올바른 질서<br />

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레싱은 이러한 믿음을 문학의 강령으로 실천한 계몽<br />

주의 작가이다.<br />

레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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