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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바이스와 언어의 가능성․이순예 57 자신에 고유한 언어의 특성에 의지하여 수행할 수 있는 예술적인 ‘힘’을 발휘함 으로써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이 힘에 의지하여 당대의 맥락을 뛰어넘는 전 망을 제시한 바이스 문학에 우리는 예술적 생명력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III. 결론- 언어의 가능성 20세기 후반, 무척이나 단단하게 보였던 근대적인 가치들이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의 강풍을 맞아 토대를 상실하고, 그 결과 서구에서 문화적 지형이 재 편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사회에서도 개발독재 기간 동안 경제를 활성화하 고 사회조직을 근대화하기 위해 ‘구성의 원칙’으로 절대화시켰던 여러 가치들이 차츰 재검토 대상으로 등록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근대적인 구 성의 체계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의 회오리가 일부 수그러 진 지금, 오히려 근대적인 가치들에 대해 새롭게 되돌아볼 필요성을 더욱 절감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중 예술의 자율성 문제는 이와 같은 ‘재검토’ 대상에서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다. 서구에서 계몽이 근대의 기획에 핵심적인 요인으로 포 함시켜 발전시켜온 예술은 20세기 후반 이른바 대중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대량 소비사회’가 도래하자, 사실상 자신의 본래적인 위상을 관철시키기 어려운 처지 에 놓이게 되었다. 현재 ‘예술’은 본격/통속 혹은 고전/팝 Pop 아니면 진지한 예 술과 가벼운 문화상품 등으로 구별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분리수용 현상은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예술이 새로운 요구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함과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이른바 대중의 ‘새로운’ 요청 역시 자신을 충분히 관철시킬 만한 힘을 지닌 것은 못된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다. 포스트모더니즘 기획은 세계상태의 변화로 나타난 ‘새로운’ 움직임을 기존의 근대성 기획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 혹 은 탈출의 계기로 삼으려 의도했지만, 실제로는 ‘근대’라는 기획을 상대화하고 근거의 정당성을 묻는 움직임으로 귀결되는 선에서 그치고 만 형편이다. 그리고 또 어떻게 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오히려 근대성 기획에 역동성을 부여한 측면 이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20세기 후반 문학에서도 활발하게 일어 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 독일문학은 이 ‘근대성에 대한 재검토’ 58 뷔히너와 현대문학 26 를 어느 예술 영역보다도 급진적으로 추진해온 바 있다. 문학은 자신의 존재근 거를 자명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하였으며, 형식실험을 하면서 심지어 자기 해체의 길로 나아가기도 하였다. 문학은 스스로를 반성하였고, 이 과정에서 무 엇보다도 자신이 언어예술이라는 점에 대한 자각을 더욱 심화시켰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페터 바이스의 연설문 ｢ 라오콘 혹은 언어의 한계들에 대 하여｣ 를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고찰해보았다. 그리고 바이 스의 경우 ‘근대성에 대한 반성’이라는 시대적 요청이 언어의 근대성에 대한 재 검토로 실현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바이스는 20세기 후반, 근대의 문화적 기획에 나타난 지각변동을 문학의 내부로 끌어 들여 반성하였고, 그 결과를 ‘언어의 한 계’로 정식화(연설문)하였을 뿐 아니라, 전혀 새로운 형식의 소설(
페터 바이스와 언어의 가능성․이순예 59 되고 개별적인 구속력도 확보하고 있는 동안, 언어의 서사성은 사물에 내재된 객관적인 법칙을 드러내 개인에게 알려주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면 세 계와 개인은 ‘진보’의 법칙에 따라 사물의 질서를 구성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바이스의 언어에 대한 재검토는 이러한 ‘근대적’ 신념에 대한 재검토의 의미를 지닌다. 바이스는 언어의 감성적인 측면을 활성화시키려 노력하였다. 필자는 이 러한 노력이 바이스에게서 ‘객관적인 진보’를 상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 단한다. 그리고 이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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